이것은 마치 자녀 학원 상담
"저희 아이 좋은 습관 좀 만들어주려고요~"
이 말은 우리 엄마가 나 학원 등록할 때마다 자주 했던 말이다. 그런데 결혼도 안 하고 애도 없는 내가 이 말을 하고 있다니.
역시나 우리의 나무늘보는 체험 레슨 가기도 망설여서 나 혼자 체험 레슨을 다녀오기로 했다. 내가 대표가 되어 수업은 괜찮은지, 선생님은 잘 가르쳐주시는지 사전 확인을 하고자 함이었다. 수업을 마치고 나서 강사분께서는 꽤나 놀라신 눈치셨다. 대개 딸과 엄마가 듀엣 레슨을 신청하는데 아들이 엄마랑 듀엣 레슨을 문의하니 말이다.
상담을 받아보니 나는 2년 정도 필라테스를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초보자인 엄마랑 수업하는 것에 대해 약간 걱정 어린 투로 말씀해 주셨다. 수준이 맞지 않으면 효과도 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도 최근에 운동을 오래 쉬었었고 무엇보다 우리가 함께하는 시간, 그리고 엄마의 운동이 가장 우선순위였기 때문에 선생님의 우려에 이렇게 화답했다.
저희 엄마 좋은 습관 좀 만들어드리려고요.
선생님은 내 의도에 감동받으시며 본인의 아들도 그렇게 컸으면 좋겠다는 감격 어린 덕담과 함께 흔쾌히 수업 일정을 짜주셨다. 집에 돌아와 나무늘보께 수업 소감과 일정을 보고 드린 후 내가 강사분께 한 말씀을 말해드렸다. 그랬더니 박장대소하며 "그거 내가 너 학원 상담받을 때 한 말인데!" 하며 깔깔 웃었다.
시그널이 좋다. 첫 수업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