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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서 Dec 26. 2024

심야에 열리는 수영장

밤이 되면 수영장에 간다

 1월의 밤공기는 차디찼다.


 일사불란하게 수영 3종 세트를 챙겨서 집을 나선 길, 꽁꽁 싸매고 나왔음에도 손끝부터 저릿함이 올라다. 는 소리 절로 나왔지만, 찬 공기를 가르며 수영장으로 음을 재촉했다.


 가족이 함께 수영을 배울 만한 곳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여러 전화를 돌린 끝에 한 군데 찾았는데, 동네 어린이 전용 수영 학원이었다. 택지 없이 시작된 강습은 학원 스케줄이 모 밤 10시에 시작되었다.


 이들의 겨울방학 동안 물과 친숙해지고 물에 뜨는 걸 목표로, 주 2회 강습을 받기로 결단하 집을 나서는 길이었다.


 지하에 있는 수영장은 아이들 전용 레인 3개를 겨우 욱여넣은 거처럼 비좁 답답했다. 강습 전부터 하루의 피로 스멀스멀 올라왔다. 하게 주문한 강습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작은 레인 앞에 서 있는 4인의 모습 오합지졸 그 자체였다. 늦은 밤이었음에도 아이들은 물 만난 고기처럼 들떠있었고 남편의 눈빛에비장한 기운 품어져 나왔다. 그들을 바라보 경직된 마음을 애써 이완시려고 부드러운 물살에 시선을 돌렸다.


 "물과 친해져야 수영도 쉽게 할 수 있어요. 무서워하지 말고 킥판 잡고 발차기하면서 앞으로 나갈게요."


 강사의 이야기에 킥판 하나씩을 집어 물속에 들어왔다. 예상대로 아이들은 선두 그룹이 되었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라고, 킥판 잡고 아이들은 음파까지 하며 레인을 돌았다. 하룻강아지가 아닌 나는, 작은 킥판 하나 믿고  몸이 물에  수 있을지 의심하는 동안 여러 번의 물을 먹다. 해수풀이라더니 물맛은 고 씁쓰름했다.  발차기만이 살길임을 으로 터득하고 쉴 새 없이 다리를 휘두르며 앞으로 나아가려고 버둥거렸다. 강습 시간이 마무리되어 갈 때까지 레인 한 바퀴도 돌지 못한 안타까운 이가 있었으니, 누가 봐도 허우대가 멀쩡해서 의문스러 1인이었다. 레인 구석 한 자리를 차지벽과 하나 된 남편은 발차기 집중하는 눈빛만은 국대 것이었다.


 "허벅지 아프지 않아?"


 첫날 강습이 끝나고 집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남편은 운전하며 허벅지를 한 번씩 감싸 쥐었다. 그러잖아도 내 허벅지도 탱탱볼이 된 마냥 빵빵했다. 수영이 유산소 운동인 줄 알았더니  한 번 제대로 하고 왔구나 싶 몸은 노곤했지만 뿌듯했다.


 그렇게 2주가 흐르고,

 일주일에 두 번 밤 수영을 가는 것이 우리 가족에게 자연스러운 일과가 되었다. 각자의 자리에서 때로는 소소했을, 때로는 힘겹고도 벅찼을, 때로는 작은 웃음으로 버무렸을 하루를 살아내고 물에서 다시 만난 우리는, 서로에게 작은 위로가 되어주며 수영을 배워나갔다.  


 분명 같은 모습으로, 같은 강사에게, 같은 날 수영을 시작했는데 수영 실력은 제각각이었다. 선두 그룹을 줄 거 같지 않던 아이들은 물에만 들어가면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날뛰었고, 수영을 배운다기보단 물놀이하러 온  같았다. 남편은 여전히 구석 자리에서 발차기 특훈 중이었으며 맘처럼 진도가 나아가지 않았다. 장족의 발전이 나에게 있었으니,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고 쥐구멍에도 볕 들 날이 있다는 건 나를 두고 하는 말었다.


 "오늘 나 하는 거 봤? 킥판 없이 세 번 앞으로 간 거. 감 잡았어!"


 학창 시절에 이런 친구가 꼭 있었다. 공부 성심껏 하지 않지만 좋은 머리 덕에 시험 성적은 그럭저럭 잘 나오는 친구, 밤새 가며 죽어라 공부하지만 성적 머리도 안쓰러운 가련한 친구, 머리는 보통이지만 열심히 준비하여 시험 성적이 우수한 친구.


 우리 가족이 이 모든 유형에 해당되었으니, 가정 회를 축해 놓은 '작은 사회'라고 누가 그랬던가.


 살아가다 보니 이런 유형 하나 더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즐기는 사람은 그 누구도 당해낼 재간이 없다는 것을.


 그렇게 일주일의 시간이 더 흐르고,

4인 중 나는 킥판 없이 자유형에 최초 성공한 사람이 되어있었다.


 '배영도 한 번 배워볼까?'


 


사진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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