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낑긴 새우, 힐튼을 헤엄치다

가끔 친구들이 물어보곤 한다.

"어쩌다 조리사 자격증을 따게 된 거야?"

대답하기 조금 애매한데, 그 스토리가 얼토당토않게 두 사람의 싸움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어느 날, 원치 않게 두 사람 싸움 사이에 끼이게 되었다. 

폭풍 소용돌이 속에 휩싸인 것 같았다. 이미 사이의 감정의 골은 너무 깊었고, 많이 곪아있었다.

도움을 주고 싶었지만, 그럴수록 꼬이는 느낌에 진이 빠졌다. 


터덜터덜 걸으며 집에 돌아오던 길... 

어디선가 희미하게... 새우튀김... 냄새가 났다.

고소하고 바삭한 향이었다.  


'오늘 내 신세가 고래 싸움에 끼인 새우라 그런가.. 이 냄새는 환각이겠지..?'

하지만 냄새는 점점 진하게 코끝을 두드렸다.

눈길 끝에는 2층 유리창에 써진 요리 학원이 보였다. 

발길을 잡아끄는 향을 쫓아 들어갔다.

친절해 보이시는 원장님께서 학원을 소개해 주시며 둘러볼 수 있게 해 주셨다. 

여기저기 둘러보다 보니 양식조리기능사 자격증반 학생들이 새우튀김과 비슷한 '프렌치 프라이드 쉬림프'라는 요리를 만들고 있었다.

 

'이 냄새였구나! 이 향이 잠시나마 내 괴로움을 멈추었구나.' 


충동적으로 그날 바로 양식조리기능사 자격증반에 등록했다.

요리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행복해 보였기 때문이다.  

얼떨결에 시작한 요리였지만 내 안에 숨어있던 요리에 대한 열정도 발견하게 되었다. 그 시간은 참으로 평온했다. 

현실에서는 새우였지만, 음식을 만드는 동안만은 고래가 되어 요리의 바다에서 자유롭게 헤엄쳤다. 





요리학원 동기들의 권유로 양식조리기능사에 도전하게 되었고, 동기들과 함께 스터디그룹을 만들었다. 열심히 필기 기출문제집을 풀었고, 실기시험을 위한 요리들을 연습했다.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니 현실의 괴로움은 끼어들 틈이 없었다. 


간신히 필기시험에 붙었고 곧 실기 시험 날이 다가왔다. 실기 시험에서는 주어진 시간 안에 테이블 위에 놓인 재료로 두 가지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 실기 시험 날, 긴장감에 가득 주변을 둘러보며 실기 시험장 분위기에 익숙해지려 노력했다.


옆 테이블에서 손목을 풀던 분과 눈이 마주치게 되었다. 그분께서 나직이 속삭이신다.

"손이 덜덜 떨려 칼을 못 잡겠어요"

입모양으로 대답했다. 

'저, 도, 요!

시험 시작을 알리는 소리가 들리자 눈인사를 했던 분과 음소거 파이팅 외쳤다. 

파이팅의 세 글자 안에 비장한 전우애도 흘렀다.

  

깊게 숨을 내쉬며 실기 과제를 확인했다. 

우연의 일치인가, 운명의 장난인가. 

나를 요리학원으로 이끌었던 '프렌치 프라이드 쉬림프'가 실기 과제 중 하나로 나온 것이다.

그 요리는 내 괴로움을 멈추어주었던 위안과 치유의 요리였다. 

거친 파도로 출렁거리던 암흑의 바다가, 갑자기 잔잔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시험 불안감이 반으로 줄어들었고, 덜덜 떨리던 손은 어느샌가 평온하게 새우를 다듬기 시작했다.  




험난했던 실기 시험을 잘 끝내고 마침내 양식조리기능사 자격증을 손에 쥐게 되었다

모두 새우 덕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축하기 위해 프렌치 프라이드 쉬림프를 만들었다. 와인과 함께 예쁘게 플레이팅 했다. 

한 손에는 새우를, 다른 한 손에는 잔을 들고 외쳤다.   


"고래 싸움에 어쩌다가 낑겼던 새우를 위하여~!"   







요리열정백배 힐비게이터가 추천하는, 음식이 맛있는 힐튼 호텔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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