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이 심한 날, 창이 아닌 내 마음을 닫아야 할 때도 있다.
책상에 앉았다. 스스로와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아무도 없는 거실이다. 텅 빈 공간이지만 이상하게 마음은 번잡했다.
노트북을 켜려던 손이 멈췄다. 책상 한켠의 작은 화분이 눈에 들어왔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싱그러웠던 꽃이 이제는 잎과 줄기만 남아 있다. 아내가 생을 다한 꽃잎을 정리해 준 모양이다. '그동안 고마웠어.' 나도 속으로 고개를 숙였다.
창밖을 바라봤다. 고속도로 위엔 차들이 쉼 없이 달린다. 창은 닫혀 있었지만, 마음은 그 소리를 상상했다. 엔진 소리, 타이어 소리, 클락션 소리까지… 조용했지만, 마음은 시끄러웠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는 시끄러울수록 뭔가 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졌었다. 음악이 없으면 불안했고, 알림이 없으면 소외된 기분이 들었다. 종일 뉴스 피드를 들여다보고, 누가 뭐라고 했는지 체크하며 시간을 흘려보냈다. 나는 세상과 연결되어 있다고 믿었지만, 나 자신과는 점점 단절되고 있었다.
마음이 너무 시끄러워졌다. 무언가 하려고 책상에 앉아도, 무언가 쓰려고 노트북을 열어도, 잡음이 먼저 따라왔다. 이러면 안 된다는 생각만 반복하는 나를 보고 있노라면 섬뜩하기도 하고 한심하기도 했다.
실험을 해 보기로 했다. 그날 이후 나는 하나씩 닫기 시작했다. 앱의 알림을 껐고, 휴대전화는 다른 방에 두고 책상에 앉았다. 백색소음 대신 아무 소리도 없는 정적을 틀었다. 내 마음의 첫 번째 창을 닫은 셈이다.
그리고 두 번째 창. 나는 '해야 할 일'보다 '하고 싶은 마음'에 집중하기로 했다. 꼭 해야 할 일을 오늘 안에 못 끝내더라도 괜찮다고 말하며, 나를 다그치지 않기로 했다. 비워낸 마음에는 오래된 생각이 돌아왔다. 글을 쓰고 싶던 마음, 나만의 문장을 만나고 싶던 갈망.
지금 거실은 조용하다. 창밖 차 소리는 멀게 느껴지고, 내 마음은 이제야 온전히 '나'에게로 돌아온 것 같다. 이중창을 닫은 것처럼, 내면에도 두 겹의 평온이 깔렸다.
마음이 시끄러울 땐 바깥 탓을 하기 쉽다. 하지만 진짜 소음은 내 안에서 시작된다. 내가 꺼내지 않은 감정, 끝내지 않은 대화, 멈추지 않은 비교가 내면을 두드리고 있는 것이다.
창밖의 소음은 막을 수 없어도, 마음의 소음은 줄일 수 있다. 조용한 방 하나가 조용한 삶을 만든다.
✍️ 당신에게는 어떤 잡음이 들리는가? 마음의 창을 닫아야 하는 건 아닌지 살펴보자. 첫 번째 창은 ‘정보’를 닫는 것이고, 두 번째 창은 ‘비교’를 닫는 것이다. 그리고 창을 닫은 그 자리에 나를 위한 조용한 시간을 놓아 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