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야금야금, 지금 행복해야 해.
- KBS2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행복은 강도보다 빈도라는 말이 있다.
온라인 세상을 떠돌다 오늘 발견한 문장인데, 이 말도 같은 의미일 터다. 나는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을 보지 않았다. 봤다면 진즉 내 머릿속에 저장되었을 법한 대사인데. 아내가 같이 보자고 할 때 봤어야 했나? 늘 간직하고 싶은 이 말로 SNS에 올렸던 글을 다시 써 본다.
행복을 늘 ‘언젠가’로 미루었다. 승진하면, 돈이 모이면, 목표를 이루면… 그때가 되면 진짜 행복할 거라 믿었다. 2009년 이전의 나는 그랬다.
“행복은 나중에!”
이렇게 말하는 사이, 인생은 지나간다. 조건을 달아야 행복해지는 줄 착각하기도 한다.
“이번 프로젝트 끝나면 좀 쉴 수 있겠지.”
“조금만 더 참으면 여유가 생기겠지.”
이런 조건부 행복은 다음 기회를 미끼로 지금을 인질 삼는다. 현생은 바쁨을 친구로 삼는다. 프로젝트가 끝나면 다음 일이 기다리고, 돈을 모으면 더 큰 목표가 생기고, 시간이 생기면 체력이 없다. 이러다 행복은 나중이 아니라 영원히 보류되고 만다.
“소확행? 그거는 너무 자기 합리화 아냐?”는 말이 나를 지치게 할 때도 있다. 쿠폰으로 마시는 메가커피의 아아 한 잔, 바람 살랑살랑 부는 날의 산책, IVE의 노래.... 자주 마실 수 있고, 잠깐 할 수 있고, 생각날 때 누릴 수 있다. 그런데 가끔 무시당한다.
“그런 걸로? 내 주식이 말이야. 그때 산 아파트가 말이야..."
학. 씨! 그래. 니 똥 굵다. 너는 그걸로 행복해라. 난 집 하나만 있으면 족하고, 주식은 쌀밥이면 족한 그런 ‘행복’이 더 좋다.
작은 기쁨을 자주 느끼는 사람이, 큰 기쁨을 가끔 누리는 사람보다 훨씬 오래 행복하다. 여기까지 쓰고 나니 미안타, 친구야. 어쩌면 너는 그게 작은 기쁨일 수도 있었겠구나. 나와 너의 그릇이 다르다는 걸 간과했다.
"큰 행복만 기다리다, 오늘을 놓치고 말았다."
기분 좋은 하루는 특별한 일이 있어서 생기는 게 아니다. 익숙해진 일상 속에서, 내가 감사할 줄 알 때 생긴다. 물 한 잔 마실 수 있는 건강, 퇴근 후 쉴 수 있는 공간, 나를 기다려주는 사람에 대한 감사한 마음은 곧장 충만감이 되고, 충만감이 행복 감도를 끌어올린다.
블로그 이웃님 중에는 매일 감사 일기 포스팅을 하는 분도 제법 있다. 지금 있는 것, 이미 누리고 있는 것을 돌아보는 시간이 없다면 야금야금 행복은 우리를 멀리한다.
"행복해지면 감사하겠다가 아니라 감사하니 행복해진다.'
'나부터 행복해도 될까?'라는 질문은 이제 그만하자. 살다 보면, 이상하게도 ‘행복해도 될까?’를 물을 때가 있다. 너무 바쁜 세상 속 지친 사람들 틈에서 혼자 웃는 게 어색하기도 하니까. 그런데 팩트는, 내가 여유 있어야 남에게도 너그러워지고, 내가 웃어야 웃음이 전염된다는 것이다. 행복은 ‘이기적인 감정’이 아니라 ‘확산되는 감정’이니까. 그러니 ‘먼저 행복해지는 사람’이 되어도 된다. 아니, 되어야 한다. 이 말을 트리거로 삼아보자.
"내가 먼저 행복해야, 행복이 주변으로 퍼진다."
마지막으로, 기억해야 할 건 이것이다.
행복을 미루는 습관은 ‘결심’으로 끊기 어렵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지금 바로 작게라도 실천하는 것이다.
“지금 커피 한 잔 마시자.”
“지금 햇볕 한 번 쬐자.”
“지금 그 친구에게 연락하자.”
행복은 ‘지금’과 ‘작게’라는 문을 통과해 나에게 온다. 지금의 나는 야금야금 행복해질 자격이 충분하다.
✍️ 혹시 내일을 위해 오늘을 희생하고 있나요? 그렇다면 내일도 똑같을 수 있습니다. 행복은 목표가 아닙니다. 작게 누리되, 꾸준히 챙겨야만 얻을 수 있는 ‘지속형 감정’입니다. 매일, 단 하나의 작은 행복을 실천해 보세요. 그 순간이 쌓여 당신의 삶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