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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 일을 해 낸 자신에게 어떤 보상을 하는가?

by 아마토르

어떤 일을 해낸 자신에게 어떤 보상을 해 주고 있나요?


뭐에 홀린 듯 단톡방에 공언했다. 북크폭스 개업식 뒤풀이에서 떠들어 댔다. 그렇게 출간한 이번 전자책, 변화와 성장의 따스한 날들 Part 2, <나다움을 실행하는 하루 루틴>은 작년 가을에 선보였어야 했다. 이게 뭐라고 미루고 있었을까?

5월 23일 오후, 독서 모임에 가기 전 발제문을 정리 중이었다. "띵동!" 팝업창을 보니 작가와다. 유통이 시작됐다는 메일이었다. 저장해 놓은 출간 기념 이벤트 포스팅을 몇 가지를 수정했다. 포스팅 완료!

홀가분한 마음으로 독서 모임으로 향했다. 자리에 앉았다. 책장에 진열된 랜덤 북이 눈에 들어왔다. 여기는 지역 독립 서점과 연계해 랜덤 북을 팔고 있다. 그동안 관심 두지 않았는데 한 권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이 책이다. 글귀도 그렇고, 5월이라는 것도 그렇고, 딱 나를 위한 책처럼 보였다. 아직도 포장을 뜯지 않았다. 해낸 나에게 주는 선물로 간직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작고 쉬운 일이든, 어렵고 힘든 일이든 뭔가를 해내면 뿌듯한 마음이 든다. 둘 사이 뿌듯함의 차이를 다르게 느끼는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다. 나는 차이를 작게 느끼는 축이다. '당연히'라는 마음이 오랫동안 나를 지배했다. 그래서 회사 다닐 때도 칭찬에 박했다. 오죽하면 직원 한 명은 새해 소원이 나에게 칭찬받기였다.

말로도 칭찬을 하지 않는 편이었으니, 나에게는 물론 남에게, 금전적 보상은 언감생심이었다. 조금 다른 얘기지만, 나는 팀원의 연장근무 신청을 곧잘 불허했다. 그 역시, 나는 '당연히'라는 기준으로 판단했다. 업무 시간 내 충분히 처리할 수 있는 일을 효율적으로 처리하지 못하고, 연장 신청을 하는 모습이 탐탁지 않았다. 승인 없이 근무하면 수당 지급은 없다고 했지만, 착한 팀원들은 남아서 일을 마무리를 하기도 했다. 내가 장수한다면 이때 일이 큰 공헌을 한 게 아닐까 싶다. 미안하다.



지금은 다른 사람이 됐다. 스스로에게 이런저런 보상을 자주 하는 편이다. 계기가 뭘까? 시계를 돌려봤다. 백수가 되고 나서부터다. 일단 공식적인 용돈이 없다. 궁해지니 역으로 하고 싶은 거, 사고 싶은 게 많다. 월급 받을 땐 그렇게 하고 싶은 것도, 사고 싶은 게 없더니 주머니가 텅 비니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다 사들일 수 없으니 일단 말로 때우는 게 많아졌다. '잘했어, 치타!' 물론 스스로에게.

이런저런 명분을 만들어서 그게 해결되면 가용 가능한 비공식적 용돈 내에서, 나에게 선물을 한다. 예를 들면 작은 일에 성공하면 편의점에서 맥주 한 캔, 중간 정도의 난이도를 해결하면 애정하는 냉삼 가게에서 3인분과 소주 한 병, 큰일을 성공하면... 아직 내 기준에 큰일을 성공한 적이 없어서 이건 패스다. 아마도 소고기를 먹으러 가지 않을까 싶다. 너무 먹는 것만으로 보상하는 거 아니냐고 묻는다면 당당히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온라인 휴무일인 수요일에는 다른 세상을 보여주러 나간다. 일부러 애정하는 자가용으로 이동하지 않는다. 시간 부자라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이동 중 책도 볼 수 있어 오히려 좋다.

인천에 있는 인스파이어 리조트 정식 오픈 전에는 드문드문 있는 자하철을 탔다. 공항에 도착했는데 셔틀버스 시간을 잘못 맞춰서 한참 대기를 했다. 그래도 눈을 즐겁게 하는 쇼도 보고 리조트토 한 바퀴 둘러볼 수 있어 좋았다.

다른 날에는 원주에 뮤지엄 산을 다녀왔다. 올빼미 주제에 몇 시간 자지도 않고 GTX 타고, 지하철 타고, 기차 타고, 셔틀버스를 탔다. 다시는 가지 않을 것처럼 훑고 왔다.

또 다른 날에는 동네 끝에 있는 카페까지 1시간 정도 걸어가서 아메리카노 대신 비싼 빵과 달달한 커피를 옆에 두고 하루를 보낸 적도 있다.

이것은 특별한 일이 없으면 서식지 반경 5Km를 밖을 떠나지 않는 나에게 주는 관광 패키지여행이다.

이번에 나에게 책을 선물한 것은 정말 특별한 이벤트다. 그렇게 책을 사면서도 한 번도 이건 나에게 주는 선물이라는 생각을 가져 본 적이 없었다. 신선한 경험이다. 다음에 책을 살 때도 이런 마음으로 사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럼 그 책이 정말 소중하게 느껴질 것 같다.



매일을 열과 성을 다해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는 소중하고 귀한 존재다. '나는 이럴 자격이 없어', '이런 건 나중에...'라고 하며 '마땅히' 누려할 작은 행복마저 미룰 필요 없다. 오늘 아침, 기분 좋지 않은 일로 시작하는 분이 있다면, 이따가 맛있는 거 사줄 테니까, 아니면 평소 갖고 싶어 하던 그거 사줄 테니 기분 풀고 파이팅 하자고 달래 보면 어떨까? 기분 푸는 데 돈을 쓰는 건 낭비 아니냐고? 아니다. 기분 푸는 것도 내 기준에서는 중간 정도의 해결 과제다. 정하기 나름이다. 타고난 흥청이 망청이가 아니라면 그 정도는 통제할 수 있지 않을까?


'당연히'를 '마땅히'로 바꿔보자. 비슷한 뜻인데, 다르게 느껴진다. 나를 보살펴야 할 의무감이 생길 테니.



ps. 약발이 떨어지면, 다른 방법을 써야 할 텐데.... 혹시 자신만의 보상 방법이 있으면 댓글로 알려 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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