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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 마음속엔 뭐가 있을까? 내 마음속엔?

by 아마토르
누군가의 가치관이나 선악의 기준을 알고 싶다면, 그 사람에게 직접 질문하는 것보다 더 간단하고 정확한 방법이 있다. 그 사람이 무엇을 바라보며 자주 미소 짓고, 웃는지 눈여겨보는 것이다.
- 김종원, <내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이다>


사유할 수 있는 글을 찾아 문장 연습 중이다. 마침 김종원 작가님의 <내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이다>에 나오는 글귀를 발견했다. 연습 후 스레드에 내가 바꾼 문장을 올렸다. 나름 약간의 유머를 섞어서.


"괜히 말로 파고들려 하지 마. 그 사람이 웃는 순간을 조용히 지켜봐. 그게 그 사람의 진심이니까. (중략) 요즘 아내가 자꾸 내 배를 보고 웃어... �"



글을 옮기고 나서 이 말의 의미를 따로 정리하고 싶었다. 20년을 같이 산 아내를 보며 아직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회장님은 어떤 기준으로 세상을 사는 걸까?’

겉으론 다정하고 합리적인데 이상하게 낯설게 느껴질 때 드는 생각이다. 말로는 태어난 김에 산다는데, 평소 행동이나 말을 보면 누구보다 사는 데 진심이다. 도대체 우리 회장님의 진짜 마음은 어디쯤에 있는 걸까?


이슈가 있는 문제를 두고 이런 경우도 있다.

“회장님은 뭐가 옳다고 생각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할 것 같아?”

묻는다고 해서 다 답이 나오는 건 아니다. 사람은 자신이 의식하는 만큼만 답하고, 스스로도 자기 속을 잘 모를 때도 있으니까. '응, 난 몰라"를 말하는 그녀의 표정을 제대로 볼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다.

그래서 어제 김종원 작가의 글을 보며 의외로 사람의 기준은 엉뚱한 데서 툭 튀어나온다는 사실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나를 먼저 대입해 봤다. 나는 평소 미소나 웃음이 많지 않다.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미소나 웃음을 이렇게 돌이켜 본다고 알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찰나, 그제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왜 웃어?"

"내가 언제?"

"방금 나보고 웃었잖아?"

저녁 식사 자리에서 자기를 보고 내가 웃었다며 회장님께서 한 말이다. 아마도 백수 남편을 타박하지 않고, 반찬을 내 앞으로 밀어주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던 모양이다. 못난 나는 그 마음을 표현하지 못했다.

"응, 못생김이 묻은 거 같아서."

이게 고작 내가 한 말이다.

자주 같이 시간을 보내는 친구 모습도 그려봤다. 토요일, 원고를 쓰려고 친구 사무실 문을 열었는데 불이 켜져 있었다. 친구가 있었다. 나는 시크하게 "나왔냐." 한 마디를 던지고, 자리로 가서 모니터랑 눈싸움을 했다.

자기 일이 끝났는지 친구가 내 방 앞에서 어슬렁거렸다. 친구와 사무실 아래 카페로 갔다. 주말인데 왜 나왔냐 물었더니, 어제 캠핑을 갔다가 아들내미가 할 일이 있어 둘만 잠깐 왔다는 것이다. 종소세 신고기간이라 요즘 바쁘고 피곤할 텐데 왕복 몇 시간을 왔다 갔다 하다니, 피곤하지 않냐라고 물었더니 얼굴에 미소가 보였다. 커피를 한 모금하더니 말했다.

"새 길이 뚫려서 그만큼 안 걸려."

나와 친구의 모습을 보며 김종원 작가의 말이 무슨 뜻인지 어렴풋이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친구는 '가족'이 중심에 있어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누군가를 도울 때 미소 짓는 사람은 그 마음에 ‘연대’가 있는 거고, 작은 성공에도 환하게 웃는 사람은 ‘성취’에 무게를 둔다고 봐야 할 것이다. 우리가 사랑하는 것 앞에서 웃음을 멈추지 못하듯, 내가 궁금해하는 사람 역시 자기가 중하게 여기는 것 앞에서 얼굴이 풀린다. 가식이 끼어들 수 없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오늘은 전국적으로 병이 돈다는 월요일이다.

“내가 언제, 무엇 앞에서 웃는가?”


잠깐 힘듦이 치고 들어올 때, 이 질문을 잠시만 곱씹어도 꽤 흥미로운 사실들이 나오지 않을까. 나도 몰랐던 내 취향, 내 판단 기준, 내 삶의 좌표 같은 것들 말이다. 그런데 말하고 나서 생각해 보니 어쩌면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좋은 사람이고 싶었는데, 실은 꽤 이기적인 욕망에 웃고 있었던 날을 보게 될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그런 날조차 도움이 되게 해 보자. 그 웃음이 가리키는 방향을 조금씩 수정할 수 있으니까. 오히려 좋은 거 아닌가?



✍️ 말하지 않아도 웃음은 말하고 있다

누군가를 알고 싶다면 말보다 먼저 그의 웃음을 따라가 보세요. 그리고 자신을 알고 싶다면 오늘 당신을 웃게 만든 장면들을 조용히 떠올려보세요. 그 웃음의 방향이 곧, 당신이 사랑하고,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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