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꿈강 Nov 27. 2024

손녀딸과 함께하는 하루하루

<34> 2024. 11.  26.(화)

딸네 집에 들어가니, 손녀딸은 벌써 깨어 안방 침대에 누워 제 엄마가 출근 준비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내가 다가가, 어제 할아버지가 늦게까지 푹 자라고 했는데 왜 벌써 일어났냐고 물었더니 대답은 하지 않고 끼끼끼 하고 장난스럽게 웃기만 한다. 늘 소원하던 엄마 출근 준비하는 모습을 봐서 그런지 손녀딸은 제 엄마, 아빠가 출근할 때 서러운 모습이라곤 한 치도 드러내지 않았다. 너무도 자연스럽게, 어찌 보면 좀 심드렁하게, 엄마와 아빠에게 손을 흔들어 바이바이를 했다.


  오늘 우리 손녀딸이 선택한 과일은 '온통 사과'다. 한동안 줄곧 '온통 바나나'를 외치더니, 이제 바나나는 물렸나 보다. 오늘도 어린이집 등원 준비가 순조롭다. 아내가 어린이집 등원 룩으로 선택한 노란 원피스는 단번에 손녀딸의 오케이를 이끌어냈다. 아침으로 준비한 밥과 사과는 거의 다 먹었고 손녀딸이 좋아하는 '따끈한 물'도 꽤 많이 마셨다.


  어린이집에 가려고 아내가 현관에서 신발을 신기려는데, 오늘은 할아버지가 신기라고 한다. 손녀딸이 처음에 신고 가겠다고 한 구두를 아내가 신기려고 했는데 그게 좀 작아서 손녀딸 발에 너무 딱 맞았다. 그랬더니 손녀딸이 "이제 이 구두는 세 살 동생에게 주어야겠다."라고 말하며, 다른 구두를 신기려고 하는 할머니를 제지하면서 할아버지더러 구두를 신기라고 한 것이다. 또 딸네 집 문을 나서 차까지 가는 동안 늘 할아버지는 짐을 들고 할머니하고 손을 잡고 가곤 했는데, 오늘은 할아버지 손을 잡고 가겠다고 한다. 첫 번째 구두를 신기는 과정에서 손녀딸이 할머니에게 살짝 기분이 상했나 싶기는 했지만, 그래도 아무 탈 없이 차에 올라 어린이집으로 향했다. 어린이집에 도착하니 9시 5분쯤 되었다. 차에서 내려 신발장에서 실내화로 갈아 신기고 있는데, 노란색 어린이집 통학 차량 한 대가 막 주차장으로 들어왔다. 실내화로 갈아 신은 손녀딸은 어린이집 로비로 총총걸음으로 들어가더니 때마침 도착한 엘리에비터 안으로 쏙 들어갔다.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손녀딸이 미용실에서 머리를 자르는 날이기 때문이다. 미용실 예약 시간 때문에 평소보다 한 시간 이른 3시에 손녀딸을 데리러 아내와 함께 어린이집에 도착했다.


  손녀딸과 아내를 미용실 앞에 내려주고 주차장에 차를 세운 다음 미용실로 갔더니, 손녀딸은 이미 미용실 의자에 앉아 의젓하게 커트를 하고 있었다. 할머니가 틀어준 휴대폰 영상을 보며 미용사가 하라는 대로 고개를 들기도 하고 숙이기도 하면서 처음 머리를 커트하는 네 살배기라고는 믿기지 않게 얌전히 미용실 의자에 앉아 있었다.


  손녀딸 머리를 커트해 주고 있는 미용사도 이렇게 의젓하게 앉아 있는 네 살배기는 처음 본다며 놀라워했다. 커트를 마치고 머리를 감을 때도 손녀딸은 의젓했다. 머리를 뒤로 젖히고 머리를 감는 경험은 처음일 텐데도 말이다.


  그렇게 우리 손녀딸의 생애 첫 커트는 성공적으로 끝났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단발머리' 소녀가 된 우리 손녀딸, 정말 깜찍하게 예뻤다. 손녀딸은 입버릇처럼 단발머리를 '재ㅇ 머리'라고 부른다. 손녀딸 친구 아이 '재ㅇ'가 단발머리이기 때문이다. 단발머리로 변신한 손녀딸에게 이제부터는 '재ㅇ 머리'가 아니라 '순돌이 머리'라고 말해 주었다.


  손녀딸도 단발머리로 변한 자신의 모습에 만족하는 것 같다. 다음에도 이렇게 머리를 자를 거냐고 물었더니 그러겠노라고 대답하는 걸 보면 확실히 그렇다.


  손녀딸의 몬테소리 교육이 있는 날이라 스콜라 몬테소리로 향했다. 도착하니 시간이 제법 많이 남아 있다. 근처 빵집에 들렀다. 손녀딸은  솜사탕과 딸기우유를 골랐다. 교육 시간에 맞춰 스콜라 몬테소리로 갔다. 얼마 뒤, 손녀딸의 절친 '지ㅇ'가 들어왔다. 둘은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꼭 부둥켜안는다. 그런데 그걸로 끝이다. 손녀딸은 할머니에게, '지ㅇ'는 제 엄마한테 책을 읽어 달라더니 각자 할머니와 엄마 옆에 바짝 붙어 앉아 책을 읽는다. 그러다 교육 시간이 되어 선생님이 교실로 가자고 하자, 둘은 손을 꼭 잡고 교실로 들어갔다. 잠시 후 딸내미가 퇴근해서 왔다. 딸내미에게 손녀딸 물건을 넘겨주고 우리 부부는 집으로 향했다. 퇴근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