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자국 Mar 02. 2023

내게서 나온 것들은 곧 내가 된다

나를 채우는 것들

나를 채우는 것들


내가 사랑하는 책에서 이런 대목이 나온다.

사람을 더럽게 하는 것은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입에서 나오는 그것이 사람을 더럽게 하는 것이라고.


sns를 몇 번 휘적이다 보면

내가 선택하지도 않은 짧은 영상들을 의도치 않게 보게 된다.

대부분 유용한 팁을 얻거나 놀라운 장면을 보게 되지만

그렇지 못할 때도 많다.

이유 없는 분노를 느낄 때도 있고

일방적인 추측이나 비난에 동조될 때가 있다.


내가 의도해서  머릿속에 집어넣은 영상들은 아니라 할지라도

그런 것들이 내 안에서 맴돌며

내 기분을 좌지우지하고,

누군가를 대하는 태도에 까지 영향을 끼친다.

'영상 보니까 요즘은  이런다던데 

 사람은  이래.'




다시 한번 인용을 하자면

헤밍웨이의 소설 '킬리만자로의 눈'에서

한 캐릭터의 입을 빌려 헤밍웨이는 이런 식으로 말한다.

'아름다운 것을 발견하면 그것을 소유하고 싶어서 그것에 대한 짧은 소설을 쓴다.

그렇게 소설 한 편을 쓰고 나면 그것을 소유한 기분이 든다.'


 부분에서 헤밍웨이가 정말 멋진 예술가라고 껴졌다.

자기 안에서 소용돌이치던 것을 손에 쥔 펜을 가지고 밖으로 표출했을 때,

비로소 자기의 것으로 느끼다니.


내 입과 펜에서 나오는 것들이 더러운 것일까 봐 조심하던지,

아름다운 것일까 봐 신경 쓰던지,

내게서 나온 것들은 곧 내가 된다.

항상 입을 조심해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고

최선을 다해 쓰고 그리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나쁜 생각이 드는 것은 나로서 어쩔 수 없다.

내 눈은 항상 뜨여있고 내 귀는 항상 열려있으니까.

하지만 내입은 오로지 나만이 열 수 있고

그 누구도 내게 강제로 펜을 쥐게 할 수 없다.


내 안에서 맴도는 좋은 생각들은

그저 내 안의 소용돌이에 떠다니는 보물상자 같은 것이다.

이걸 다시 오물오물 씹어 입으로 뱉어내야,

그 안에 진짜 보물이 들었는지 비어있는지 알 수 있다.


내게서 나온 것들이 곧 나다.

오늘도 무엇을 쏟아낼까 고민하는 내가,

 힘들  있게

좋은 것을 보고 좋은 것을 듣고

성경을 읽다 잠들어야겠다.


나를 채우는 것들 끝.



매거진의 이전글 아니, 우울증은 아닌 거 같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