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랭바레증후군, 마흔여섯 번째 이야기
현충일을 맞이하여 하루 외출을 다녀온다. 도보 속도에 확실히 없기 때문에 약속시간보다 일찍이 도착하여 근방 카페에 자리 잡고 앉아, 커피 한 잔을 시키고 가져온 책을 읽으며 찰나의 여유를 즐긴다.
약속장소에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고 주섬주섬 짐을 챙겨 카페를 나선다. 점심 치킨을 먹기로 하였으나, 내부 홀 장사를 한다고 말하기만 다소 민망한 인테리어에 다른 치킨집을 찾아 나선다. 누가 봐도 홀 장사를 하고 있다는 인테리어를 지닌 치킨집을 들어가니 돌아오는 말.
"홀 장사는 오후 5시부터 해요."
그 길로 셋이 쪼르르 나와 무엇을 먹어야 하는 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뭐 다른 거 먹고 싶은 거 있음?"
"아니. 딱히? 몰?루"
"그럼 양꼬치 같은 것도 괜찮음?"
"괜찮지."
"지난번에 다른 친구랑 먹었던 곳 있었는데, 거기 괜찮더라. 내가 길 아니까 거기로 가자."
그렇게 나의 느릿한 발걸음에 맞춰 짧지만, 짧지 않은 여정을 누빈다. 가까스로 횡단보도를 건너고, 울퉁불퉁한 보도블록을 지나 도착한 양꼬치 집.
"어? 여기 우리도 왔던 곳인데?"
"어? 여길 언제 와봤어?"
"작년에 너 보러 왔을 때. 병원 문 앞에서 면회하고 여기 와서 양꼬치 먹음. 여기 괜찮더라."
"그치? 비린내도 없고 괜찮더라고."
동네에서 먹을 만한 곳이 다 거기서 거기구나?
서로 먹어본 적이 있는 그 양꼬치 집에서 양꼬치와 꿔바로우, 온면, 경장육슬을 주문한다.
"경장육슬이 뭐야?"
"춘장에 고기 볶은 거, 오이랑 파를 건두부에 싸서 먹는 건데, 작년에 먹었을 때 맛있더라."
"오 새로운 경험."
낮 시간대라 그런가? 양꼬치를 먹는 곳엔 우리 셋 뿐만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고, 그 외 가게로 들어오는 손님들은 2층의 샤브샤브를 먹으러 올라가고 있었다.
"와 어렸을 때 낮에 이렇게 고기 꿔먹는 게 꿈이었는데. 이걸 이렇게 이루네."
"부르주아다~ 이 말이야~"
양꼬치 집에서 배를 채운 후 카페로 이동, 커피 한 잔씩 홀짝인 뒤 병원 뒤편에 위치한 빵집에 가서 저마다의 빵을 구매한 뒤, 각자의 길을 떠난다.
작년 10월에 문 너머로만 이야기하다 함께 밥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눈 친구들. 그간의 근황토크와 더불어 앞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그저 막막하게만 느껴지는 미래에 대한 것들을 나눈다. 아.. 이게 어른? 어른 하기 싫다. 난 아직 ASK맨 같은데.
지난주부터 다시 자세를 잡기 시작한 데드리프트. 이젠 4kg 빈 봉을 쥔 채 자세를 잡아본다.
"와 선생님, 맨 손일 때보다 자세 잡기가 더 수월한 거 같아요."
"그런가요? 아 다행입니다. 밍님 복압 절대 풀지 마세요."
복압을 순간 풀었을 때 어떤 고통이 오는지 익히 느껴봤기 때문에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 행여나 조금이라도 무리가 온다 싶을 땐 그냥 털썩 주저앉는 방향을 택한다.
자세와 퍼포먼스가 안정적으로 나오는 것 같아, 다시 5kg 아령을 양손에 쥔다.
"밍님, 복압 절대 풀지 마세요."
다시금 복압을 강조하는 치료사. 그렇게 다시 덤벨 데드리프트로 돌아온다.
이어서 병동 뜀박질을 시작하는데, 왼쪽 발목의 힘이 완전히 떨어지며 신발 앞 코부터 바닥에 닿는 대참사가 벌어진다. 다행히 당장 손이 닿는 곳에 다른 문 손잡이가 있었다는 것. 그 문을 잡고 균형을 잡으며 가까스로 낙상을 모면한다.
와.. 순간 온몸에 소름이 쫙 돋으며 식은땀이 절로 난다.
"와.. 밍님 진짜 깜짝 놀랐잖아요."
"와.. 저도 이제 앞 코부터 떨어질 줄 몰랐네요."
"괜찮으시죠?"
"아유 넘어지지만 않으면 됐죠~"
"그래도 근육이 놀래서 혹시 모를 통증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이상한 곳 생기시면 바로 말씀해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와.. 병원 생활 중 가장 식겁했네.
하루는 병원에서 수제비가 나왔다. 뚜껑을 딱 열어보는데... 으잉? 내가 대체 뭘 보고 있는 거지?
수제비가 뭉쳐 진짜 한 젓가락으로 먹을 수 있는 정도네.
보자마자 헛웃음이 나오던 그 수제비. 수제비 맞지? 아무튼 맞음.
오른쪽 발목의 가동범위가 많이 제한되어 있는 것은 어렴풋하게나마 알고 있었다. 그 정도가 어느 정도인고 하니, 바로 서서 무릎을 바깥으로 살짝 벌릴라 치면 오른쪽 뒤꿈치가 붕 뜬다. 다리를 들어 올리고 내릴 때, 발 뒤꿈치가 절대 먼저 닿지 않는다. 발바닥 전체가 같이 땅에 닿는다. 아니, 앞꿈치가 먼저 닿는 거 같기도 하고?
하여간 이 발목의 가동범위를 늘리기 위해, 치료사가 직접 늘려주기도 하고, 삼각대에 올라가기도 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 늘긴 느나 싶었는데, 늘긴 늘더라. 엄청 천천히 늘어나서 그렇지.
평행봉에서 보폭을 넓게 하여 걷는다. 발바닥 - 발목 - 종아리 - 허벅지 - 골반으로 이어지는 다리의 모든 근육이 부들부들 떨린다.
"밍님 왜 이렇게 다리가 떨려요?"
"힘들어요. 후 살려주세요."
"아니 얼마 이제 두 발자국 갔어요. 엄살은."
"아니 진짜 다리 전체가 힘들어요."
"그래서 하는 거예요."
차마 할 말이 없게 만드는 군.
근 1년 만에 사이드 스쿼트를 한다.
왼쪽으로 몸을 기울일 땐, 허벅지가 튼튼해서 그런지 큰 어려움 없이 몸을 비스듬히 내렸다 올린다. 반면 오른쪽이 문제인데, 골반이 상대적으로 튼튼하다 한들 허벅지가 도통 받쳐주질 못하니 몸이 틀어지고 애꿎은 상체에 힘이 들어간다.
"아니 밍님 사이드 스쿼트를 하는데, 가슴팍에 힘이 왜 들어가는 거예요?"
"그러게요. 상체에 왜 힘이 들어갈까요?"
치료사도 나도 그 답을 알고 있지만, 서로 이야기하지 않는다. 오른쪽 허벅지가 약해서 그런 걸 어떡하겠어~ 근육이 붙을 수 있게 더 운동하는 수밖에 없지 뭐~
하루는 치료과장님이 악력기를 들고 다른 환자의 악력을 측정하고 계시더라.
"선생님, 저도 악력 측정해 봐도 돼요?"
"아 물론이죠! 밍님 악력 재본 적 있어요?"
"아주대학교병원 막 입원했을 때 잰 적 있는데, 수치가 기억이 안 나요."
"아 그러시구나. 기구를 꽉 움켜쥐어주시면 돼요."
손이 부들부들 떨려올 때까지 꽉. 악력 측정기에 힘을 가한다.
핑그르르 돌아가는 눈금이 도착한 곳은 오른손 65, 왼손 60.
"오.. 밍님 악력 세신데요? 저랑 팔씨름 한번 해보실래요?"
"에이~ 저 팔 힘이 약해서 팔씨름 못해요~"
"아니실 거 같은데.. 제가 질 거 같아요."
"에이~ 아니에요~ 근데 이거 성인 남성 평균은 어느 정도 나와요?"
"음.. 그건 잘 모르겠는데, 여기 치료사들 평균은 55~60 정도 나와요."
"오.."
치료사들 평균보다 살짝 높은 수치구나. 일단 좋은 게 좋은 거니까.
주말, 사회생활하며 알게 된 형이 찾아왔다. 환자 움직이게 하느니 자기가 찾아오겠다며 오~
구워 나오는 고기를 편하게 먹고, 인근 카페로 옮겨 늘 하던 이야기를 한다. 늘 하던 이야기. 포방부 이야기..
서로가 서로에게 아저씨라며 극딜을 넣어보지만, 극딜은 커녕 서로 맞받아치기 바쁘다. 고기와 커피 한 잔의 여유, 그리고 병원 상가까지 배웅받으며 그렇게 주말 외출을 후다닥 마무리 짓는다.
일요일에 먹을 서브웨이는 덤으로.
근래 주말, 공휴일마다 약속이 하나둘 생기며, 바깥 환경에 스스로를 노출시키려는 시도를 많이 한다. 확실히 병원 내부를 돌아다니는 것에 비해, 외부 아스팔트/보도블록 등 날것의 것이 난이도가 월등히 높다는 걸 체감한다. 어차피 밖으로 나가 생활을 할 터이니, 하루라도 더 많이 걸어보며 조금이라도 빠르게 이 환경에 적응하는 게 맞는 것 같단 일념하에.
다만, 넘어지면 안 되니 조심조심. 아~~~주 천천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