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랭바레증후군, 쉰한 번째 이야기
월요일 아침, 양발 런지 각 25개씩을 한 번에, 또 생각보다 무난히 소화한다.
"오 밍님! 런지 되게 쉽게 하시네요. 주말에 푹 쉬고 오셨나 봐요."
"그 사이 근력이 더 붙었나 봐요."
"아 좋습니다. 오늘도 내려가실 거죠?"
"당연하죠."
이 날도 어김없이 물통을 들고 운동을 하기 위해 6층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지난주까지 물통 들고 옆으로 이동하는 동작을 2세트 수행했으니, 이번주부턴 1세트 늘려 총 3세트의 움직임을 가져가보기로 한다.
"복압 잘 유지하셔야 해요. 절대 푸시면 안 돼요. 체중은 엉덩이 쪽으로 실어주시구요. 엉덩이 쪽에 힘 들어오세요?"
치료사의 질문에 행여나 복압이 풀릴까 싶어 말 대신 끄덕임으로 대답을 대신한다.
하 힘들어!!!!
지난주에 받은 근전도검사의 결과를 확인하기 위한 외래를 다녀왔다.
"왼쪽 검사결과가 많이 좋아졌네요. 지난번에 잡히지 않은 신경 쪽에 반응이 생겼어요."
"엥? 왼쪽이요? 오른쪽은요?"
"오른쪽은 큰 차이는 없어 보이는데. 검사결과도 결과지만 임상이 더 중요한 것도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제가 근래 오른쪽 엄지발가락 쪽 발등뼈 지나가는 쪽에 저릿한 듯한 통증이 있다 사라지는데 그건 어떤 증상일까요?"
"음.. 거기엔 신경이 없어서 신경통은 아니고, 관절통으로 보여요. 거기 큰 뼈가 하나 있거든요. 거기에 충격이 가해지다 보니 오는 통증으로 보이네요. 너무 불편하면 진통제 정도 처방해서 드시면 돼요."
"아 신경통은 아니군요. 알겠습니다. 막 불편할 정도로 통증이 심하진 않아서, 필요하게 되면 그때 입원 중인 병원에 얘기해서 진통제 처방받아먹을게요."
"네, 그래요. 그리고 지금 정도면 굳이 병원에 계속 있지 않아도 될 거 같아요."
"아 넵. 부모님이랑 7월 말에 퇴원하는 것으로 조율하였습니다."
"아 그래요~ 결국 환자 판단이니까."
병실로 돌아온 뒤, 받아본 검사결과지 한 부를 지난 결과들과 비교해 보며 뒤적거린다. 흠.. 사실 자세히는 알 수 없겠지만, 수치상 변화를 읽는 정도로 나름의 해석을 통해 좀 더 나아지고 있다는 추론을 내린다. 사실 정신승리에 가까운 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오른쪽 특정 부위의 신호는 여전히 잡히지 않았네?
입원 중인 병원 주치의 역시 비슷한 소견을 준다. 오른쪽 다리의 일부는 여전히 신호가 잡히지 않았지만, 시간이 흘렀을 때 검사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또한 요즘 임상 회복 속도가 더 붙기 시작한 것 같다며, 검사결과도 결과지만 임상 역시 중요하다고.
병동 달리기가 지난주에 비해 수월해진 느낌이다. 다시 모래주머니를 푼 채 달리기 시작했는데, 이젠 치료사가 코어를 지탱해주지 않아도 혼자 천천히 뛸 수 있는 시늉을 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속도는 아주 천천히라는 거? 일반 사람이 조금 빨리 걷는 속도 정도가 한계치인 상황.
병동 달리기 이후 서전트 점프를 시도한다. 치료사의 구령에 맞춰 숨을 들이마시고 점프!
"오! 밍님! 그래도 땅에서 떨어지기는 하네요. 이전보다 체공시간이 좀 더 길어진 거 같아요. 이번엔 한 7cm 정도? 어떠세요? 차이점이 좀 느껴지세요?"
"흠.. 전 잘 모르겠어요."
"그러실 수 있죠. 그래도 제가 보기엔 확실히 좀 더 나아진 게 보여요. 아 뿌듯합니다."
그렇게 서전트 점프까지 마치고 수동자전거를 돌리기 위해 페달에 발을 올린다. 페달을 돌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왼쪽 발목에 찌르르한 통증이 찾아오는데 지금껏 겪었던 통증들과는 사뭇 다른, 더 강하고 더 센 통증이 왔음을 단번에 알아챈다. 페달을 돌리지 못할 정도로 통증이 찾아온 적은 없었는데... 아무래도 달리기와 서전트 점프로 인한 충격이 누적되어 한번에 찾아온 듯싶다.
지금까지 한 번도 페달을 돌리다 멈춘 적 없던 사람이 페달을 멈추자 치료사가 다가온다.
"밍님, 놀면 안 돼요. 페달 돌리셔야죠."
"아니, 지금 왼쪽 발목 통증 때문에 돌릴 수가 없어요."
"엥? 통증이요?"
"네. 아까 달리고, 점프했을 때 발바닥이 쿠션 역할을 못하고 쿵쿵 떨어지니까 그 충격이 누적됐나 봐요."
"발목 좀 풀어드릴까요?"
"음. 좀 쉬면 나아지지 않을까요. 조절해 가면서 살살 돌려볼게요."
"그럼 계속 불편하시면 말씀하세요."
다행히 발목의 통증은 2~30초 지난 뒤 사라졌고, 이전과 같이 페달을 돌릴 수 있었다.
휴, 진짜 십년감수했네.
"다리 넓게 벌려보세요."
"이 정도로요?"
"아뇨, 좀 더 벌려보세요. 자 이제 내려가세요."
"아 와이드 스쿼트인가요?"
"네. 맞아요. 오? 이젠 내려갔다 올라올 수 있네요. 그럼 20개 시작~"
"네? 몇 개요?"
"에이~ 잘 들으셨잖아요~ 20개 시작~"
10개 조금 넘었을 무렵, 허리에 이상한 느낌이 오기 시작한다.
"선생님 잠시만요."
"왜요? 무슨 일 있어요?"
"흠.. 오른쪽 허리가 찌릿해요."
"허리를 좀 많이 쓰나."
"네. 오른쪽 허리에만 과부하가 오는 거 같아요."
몸통을 잡고 몇 번 스쿼트를 시켜보는 치료사.
"지금은 좀 어때요?"
"아까보다 나은 거 같은데, 여전히 저릿한 건 있어요."
"흠 이건요?"
"오 지금은 괜찮아요."
"확실히 허리를 많이 쓰네요. 쉬어요 쉬어요."
아직 오른쪽 허벅지로 몸을 내렸다 올렸다 하기엔 힘이 부족한 지, 허리의 힘을 어거지로 끌어 쓰기 바쁘다.
갈수록 회복에 탄력이 붙고 있는 것 같다. 왼쪽 발목은 아직 많은 부족함이 느껴지는 건 사실이나, 조금씩이나마 보조기구 없이, 오로지 독립인 상태에서 실내 보행을 할 수 있는 상황까지 신경이 재생됐고, 근육이 붙었다.
실내 보행이 자유로이 가능해지면 퇴원해도 좋을 것 같다는 주치의의 말이 떠오르던 그런 때. 퇴원에 대한 기쁨보단, 오히려 이후의 깜깜한 삶에 대한 막막함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다.
아.. 이제 취준생의 삶으로 돌아갈 때가 다가오고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