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랭바레증후군, 쉰두 번째 이야기
"선생님, 지난주에 달리기 하고 나서 서전트 점프 한 뒤에 자전거 돌리려니 왼쪽 발목에 통증이 찌르르하게 오더라구요. 혹시 서전트 점프 대신 다른 거로 바꿀 수 있을까요?"
"아 그러셨어요? 아무래도 착지할 때 쿠션 역할이 제대로 수행되지 못하다 보니 통증이 쌓였다가 한 번에 왔나 보네요. 지금은 괜찮으시고요?"
"네. 그때 잠깐 통증이 왔다가 금방 나아지긴 했어요."
"아 다행입니다. 그럼 큰 보폭으로 걷는 걸 해볼까요?"
"아 네 좋아요."
길랭바레증후군 발병 이후 처음해보는 큰 보폭으로 걷기.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갈 땐 몸이 따라오나 싶더니, 조금만 속도를 높이나 흐느적거리기 바쁘다. 약간만 걸음속도가 올라가도 균형 잡기가 어려워지니, 자세는 둘째치고 넘어지지 말아야 한다는 것에 온 신경이 쏠린다.
퇴원까지 약 1주 만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 왼쪽 발목을 좀 더 강화하기 위해 한 발 서기를 시도해 본다.
왼발을 들어 올릴 땐 큰 어려움 없다시피 하다. 약 4~5초 정돈 왼발을 들어 올린 채 버틸 수 있겠으나 그 이후는 영 어렵더라. 반면 오른발을 들어 올릴 땐, 들어 올림과 동시에 그대로 오른발이 바닥으로 내려온다. 치료사의 어깨에 손을 올린 채 버텨보려 용쓰지만, 자꾸만 치료사의 어깨를 붙잡고 있는 손에 힘이 가해진다.
"오 밍님, 그래도 손에 주는 힘을 최대한 빼려고 하시네요. 오 좋아요. 자극은 좀 오시나요?"
"네. 왼쪽 발목이 엄청 뻐근해요."
"좋습니다. 퇴원도 얼마 안 남으셨으니 왼쪽 발목을 강화하는데 초점을 맞춰볼게요."
"넵."
치료사의 어깨에 손을 올린 채, 다리를 앞으로 높이 들어 올리는 건 크게 문제없이 수행할 수 있게 됐다. 그와 동시에 이젠 다리를 살짝 옆으로 들어 올리는 동작을 수행한다. 정면으로 들어 올릴 때와 옆으로 들어 올릴 때, 각각 엉덩이에 들어오는 자극이 남다르다. 앞에 비해 옆으로 들어 올리는 데 더 많은 엉덩이 자극이 들어온다. 심지어 엉덩이 근육이 상대적으로 많이 약한 왼쪽의 경우 얼마 가지 못하고 제기차기하는 듯한 모습이 나온다.
"제기차기하듯이 들어 올리시면 안 돼요~ 바르게 들어 올리셔야죠."
"네? 제가 그랬다구요?"
"허허. 네."
금방 힘이 빠지는 건 어쩔 수 없군.
때마침 실습생 한 명이 참관을 와있는 상황. 치료사가 한 가지 제안을 한다.
"밍님, 앞뒤로 사람 한 명씩 달고 움직여볼래요?"
"흠.. 그게 될까요?"
"에이~ 저항하는 힘은 조절하면 되죠."
치료사의 꾐(?)에 넘어가 앞엔 실습생, 뒤엔 치료사가 내 몸에 저항을 준 채 한 발자국씩 앞으로 걸어 나아간다. 썰매 개가 이런 느낌일까? 루돌프가 이런 느낌일까? 아니 썰매 개랑 루돌프는 여럿이서 몰기라도 하지, 난 혼자서 둘을 미는 거잖아?
"와 재밌겠다~"
"밍님 모래주머니 차고 하셔야죠!"
같은 공간에서 다른 환자를 치료하고 있는 치료사들의 호기심 어린, 아니 흥미로움 가득한 눈길로 이 광경을 지켜보며 한 마디씩 거든다. 으휴 옆에서 거드는 시누이가 제일 얄밉다더니.
폼롤러로 스트레칭을 하는데 날이 갈수록 그 고통이 점차 사그라지고 있었다. 그와 함께 폼롤러로 스트레칭하는 시간이 사라지고 운동하는 시간으로 변모하기 시작한다.
"밍님 힙브릿지 자세 아시죠?"
"네. 많이 했죠."
"아 좋아요. 힙브릿지 자세 먼저 취해볼게요."
"넵."
"그다음에 한쪽 다리를 쭉 펴시고, 위아래로 움직일 거예요."
"네? 선생님 제가 잘못들은 거죠?"
"아니에요. 잘 들으신 거 맞아요. 10개만 먼저 해볼게요."
왼발을 쭉 펴고 위아래로 10번 했을 때 즈음, 오른쪽 뒷허벅지에 담이 올 것 같다는 강한 느낌이 들었다. 순간 힘을 빼고 자세를 풀었더니 의아해하는 치료사.
"무슨 일 있으세요?"
"아 오른쪽 뒷허벅지에 담 올 거 같아서요."
"아 그러셨구나. 좀 풀어드릴게요."
"아니에요. 이제 괜찮아진 거 같아요."
이어서 오른발을 쭉 편 채 위아래로 움직이는데.. 5개 했을까? 훅 몸이 주저 누워버린다. 왼쪽 엉덩이가 받쳐주지 못하다 보니.. 그렇게 자세가 무너져 내린 것이렸다.
평일 중, 친구가 찾아왔다.
지난주, 일본에 다녀온 친구. 까까선물이라며 사과 모찌와 버터관자맛 프링글스.
사과 모찌는 엄지손톱만 한 작은 모찌가 10개 들어있었고, 버터관자맛 프링글스는.. 버터맛이 나긴 나는데, 관자맛은 잘 몰?루. 오리지널에 비해 짠맛이 상당히 약했다. 그럼에도 한 번 열면 멈출 수 없는 그 맛.
건강해지길 원하는 바라는 오마모리도 함께 전달받았다. 참고로 오마모리는 뜯지 말아야 한다는 말과 함께.
"그거 뜯으면 어떻게 됨?"
"그냥 너의 궁금증이 해결되겠지?"
"에이 싱겁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