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 교정과 마음잡기 사이, 그 어딘가에서 #9
길랭바레증후군, 아홉 번째 이야기
○ 2022년 9월 셋째 주
지난주까지만 하더라도 보행보조기를 손으로 단단히 잡은 채 수행했던 스쿼트.
보행보조기가 달달달 떨릴 정도로 상체에 많은 힘을 실어가며 지탱했던 것을 조금 바꿔보기로 한다.
보행보조기에서 손을 땐 체 조금이나마 스쿼트를 수행해 보기로 한 것.
상대적인 안정감이 사라지니, 몸은 더더욱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조금만 내려가도 푹 주저앉을 것만 같은 하체 근력의 약함, 점차 숙여지는 상체, 힘이 들어오는 정도가 달라 틀어지는 자세.
세 박자가 이루는 환상적인 하모니에 치료사가 자세를 교정해 주느라 애를 먹는다.
머릿속으로 상상하는 자세와 실제 몸이 받쳐줄 수 있는 자세의 괴리감이 커 고개를 자꾸만 갸우뚱하게 된다.
"자세가 틀어지니까 많이는 내려가지 마세요. 살짝만 내려가도 힘은 들어오니까요."
"선생님, 조금만 내려가도 주저앉을 거 같아요."
"뒤에 베드 있으니까 괜찮아요. 골반이 오른쪽으로 틀어지잖아요. 틀어지지 말고. 자 다시."
"이게 머리론 되는데 몸은 안 돼요."
"알아요. 그래서 시키는 거예요."
치료사의 맞는 말 한마디에 꿀 먹은 벙어리 신세가 된다.
그치.. 안되니까 하는 거지.
이젠 어느 정도 익숙해진 자리.
여타 다름없이 보행보조기에 몸을 의지한 채 조금씩 병동을 거닌다.
150m 정도의 거리를 걷는데 10분 남짓의 시간이 흐른다.
숨은 가빠지고 땀은 비 오듯 흘러내린다.
"밍님, 왼발이 앞으로 나갈 때 오른쪽 골반이 춤추듯 들려요. 왼발을 들어 올릴 힘이 없으니까 골반이랑 허리를 끌어올려다 다리를 내뻗고 있는 거일 수 있어요. 엉덩이에 힘을 빡 줘서 버티면서 발을 내뻗어야 해요."
"선생님, 그게 머리론 되는데 몸은 안 돼요."
"알아요. 그래서 시키는 거예요."
또다시 치료사의 맞는 말 한마디에 꿀 먹은 벙어리 신세가 된다.
그치.. 안되니까 하는 거지.
한 달에 한 번 진행되는 평가주가 있다. 한 달간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평가하고 기록한다.
치료사가 이야기하는 자세를 이것저것 취해본다.
누워서 바로 앉기, 팔 들어 올리기, 앉았다 일어나기, 눈 뜨고 서있기, 눈 감고 서있기, 다리모아 서있기, 앉아서 손 뻗기, 서있는 상태로 손 뻗기, 바닥에 있는 것 주워보기, 발판에 다리 올려보기, 한 발로 서있기 등등.
이 중 모든 움직임을 수행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당장 눈만 감고 서있는 것도 넘어질 것 같아 오래 서있지 못하고, 서있는 상태에서 손을 앞으로 쭉 뻗는 것 역시 어렵다. 발판에 다리를 들어 올리거나, 한 발로 서있는 것 등은 시도조차 하지 못했으니..
그래도 지난달에 '비하면' 조금이나마 나아진 면은 분명 있다.
누워서 아예 들어 올리지 못했던 오른발이, 이젠 전력을 다 하면 딱 한 번 들어 올릴 수 있다 정도?
두 발을 벌려 서있을 땐 조금 더 오래 버틸 수 있는 정도? 앉아서 팔을 뻗는 것도 조금은 가능해진 정도?
'그래도 된다'에 많은 의미를 부여한 시간.
옆으로 돌아누워 다리를 옆으로 들어 올리기를 해본다.
오른발을 어찌어찌 흉내를 낼 수 있을 정도지만, 왼쪽은 골반을 완전히 뺀 채 허리의 힘으로 들어 올리고 있더라.
'아 그래서 허리가 뻐근하다는 느낌이 들었던 거구나?'
바르게 옆으로 누워 왼발을 들어 올릴라 치면.. 힘이 들어가는지도 모르는 상황이 연출된다.
나름대로 힘은 쥐어짜 내고 있는데 다리는 움직일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이는 엎드려 다리를 뒤로 접거나 들어 올릴 때도 마찬가지이다.
"밍님, 허벅지 뒤쪽의 근육이 없어서 허리가 움츠러들면서 다리를 끌어올리고 있어요. 혹시 허리가 아프거나 뻐근하진 않으세요?"
"말씀하신 거처럼 허리가 살짝 뻐근한 느낌이 있어요."
"그쵸. 어떻게든 다리를 접고, 들어 올리려고 하다 보니 허리의 보상작용으로 다리를 움직이고 있는 거예요. 허벅지 뒤를 강화할 수 있는 운동을 다음 시간부터 해볼게요."
어느 순간부터 일정시간 이상 걷는 흉내를 낼 때마다 왼쪽 종아리에 칼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찾아오기 시작한다.
다행인 건 자리에서 조금 휴식을 취하면 곧잘 사라진다는 것.
주치의와 치료사에게 여쭤본 결과론 종아리의 근력이 받쳐주지 못해 올 수 있는 근육통으로 보인다는 것.
차츰 시간이 흘러 신경과 근력이 돌아오면 점차 나아질 것이라는 점이다.
실제 통증을 느끼기 시작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왼쪽 종아리를 찔러오던 그 통증은 사라졌다.
완전히 사라졌던 근지구력이 조금이나마 돌아왔다는 것이 새삼 느껴지는 순간이다.
마음이 흔들릴 적마다 옥상에 올라가 다시금 맘을 다잡곤 한다.
병실 사람 한 명이 퇴원을 한다.
약 3개월간 있으며 치료를 받았던 사람.
같은 병실을 쓰는 간병인 여사님들의 말에 의하면 처음 왔을 땐 말을 하는 게 조금 어려워했었는데, 지금은 잘하더란다.
"젊은 총각도 금방 나아질 거야~ 얼른 퇴원할 수 있어."
마냥 부럽게만 느껴지는, 퇴원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찰나의 시간.
그리고 그 모습을 보자니 다시금 멘탈이 흔들리는 시기가 찾아온다.
아니 뭔 멘탈이 개복치마냥 틈만 나면 터쳐대는지 모르겠네.
오죽하면 치료사가
"밍님, 오늘 컨디션이 많이 안 좋으신가요? 표정이 많이 어두워요."
라고 말할 정도로 티가 많이 났나 보다.
어디 풀어낼 곳도, 말할 곳도 마땅치 않다. 온전히 내가 짊어져야 할 시간.
그저 스스로 마음을 다잡을 수밖에.
한 줌 바람에 휘청이는 마음 한 줌을 시간이라는 품 속으로 고이 감싸 쥐어보려 한다.
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이라지만, 그 시간 속에 회복이라는 해답이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