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중급반에 올라갔다고 하자, 수영 경력 4년 차 지인이 수모를 선물해 준다고 했다. 졸린 수모.
“졸린(JOLYN)”은 캘리포니아 워터 스포츠 선수들이 만든 브랜드로, 수영 좀 했다는 사람들은 다들 아는 브랜드다. 수영복계의 에르메스라 불리기도 하며, 수모 역시 다양한 디자인으로 인기가 좋다. 수영복 엉덩이 쪽에 줄 세 개가 있는 것이 특징으로 상급반쪽 사람들을 보면 한두 명은 꼭 입고 있는 브랜드. 수모는 뭐 말할 것도 없다. 내가 아는 사람은 이제 나오지 않는 디자인의 졸린 수모를 웃돈 주고 중고거래 하기도 했다.
그런 브랜드의 수모를 나에게 선물해 준다고 하니, 고맙게 골랐다. 물개가 튜브 타고 있는 귀염뽀짝한 걸로다가.
대부분의 취미 활동에 '장비발'이라는 것이 있다. 수영 역시 그런 게 있는 줄 올해 수영세계에 다시 발을 들이며 알게 되었다. 오~~래 전에 배울 적에는 아레나 수영복이면 땡큐였는데... 이토록 많은 수영복 브랜드가 있고, 각양각색의 수영복과 수모가 존재하는지 몰랐다.
그 다양한 브랜드를 뒤로하고 나는 여전히 아레나 수영복이다. 강습 전날 수영장 옆 매장에서 급하게 산 5부 수영복이 그렇고, 여벌로 산 수영복 역시 그렇다.
새 수영복을 살 때 예쁜 것으로 사볼까 싶어 인터넷으로 이 수영복 저 수영복 한참을 검색하다가 결국 남색, 단정하기 그지없는 것으로 선택했다. 그거 사려고 그렇게 검색했나 민망해지는 기본 중에 기본템이다.
다른 이의 화려한 수영복 컬렉션 사진을 볼 때면 '와~ 예쁘다. 나도 입고 싶다.' 생각하지만, 막상 내 수영복을 살 때는 또 달랐다. '저 사람은 키도 크고 말라서 예쁘니까 저런 거 입는 거고, 나는 아니잖아?'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볼록 나온 배가 덜 티 날 것, 가슴과 다리는 너무 파이지 않을 것 등등과 함께 무조건 튀지 않는 것으로 사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이 몸 뭐 누가 본다고, 이렇게 무난한 것들만 찾고 있나 싶기도 하고… 작은 옷가지 하나 사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스쳐갔다.
수영을 선뜻 시작하지 못했던 이유 중에 하나로 복장 문제도 있었다. 아무래도 수영복이 몸을 그대로 드러내다 보니 걱정이 됐다. 심지어 수영장이 회사 근처라서 동료를 만나기라도 하면 민망할 거 같았다... 내 몸에 대한 부정적 감정이 활동에 브레이크를 걸었던 것이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다들 자기 수영하느라 남 신경 안 쓰고, 행여 아는 사람을 마주친다 한들 조금 수줍게 인사하고 각자 자기 수영한다.
우주에서 우주복을 입듯 수영장에서는 수영복을 입는 것. 수영장이라는 세계에서 자연스러운 복장이다.
수영을 하며 몸의 쉐입보다 기능에 신경을 써서일까? 아니면 있는 그대로의 몸을 인정하게 된 걸까? 그도 아니면 수영하느라 눈에 뵈는 게 없는 걸까? 이렇든 저렇든 내 몸이 어떻게 보일지에 대한 생각은 많이 줄어든 것 같다.
그로 인해 다음 수영복을 사는 기준도 조금 바뀌었다. 뱃살이니 뭐니 생각하지 않고 내게 잘 어울리고 입으면 기분 좋을 만한 것을 산다는 것이다. 자꾸 입고 싶어서 수영하러 한 번이라도 더 가고 싶은 마음이 생기도록 말이다.
다음 수영복을 사기 전까지는 일단 유교걸 수영복에 귀요미 수모를 쓰고 어푸어푸. 오수완!(오늘 수영 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