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의 꽃을 보며 명상하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흔들리지 않는 것이 아니라
흔들리면서도 피어나는 것이다.
11월. 순간순간 부는 바람의 온도는 겨울을 예고하듯 차갑다. 북서쪽에서 불어오던 바람의 방향이 가끔 바뀔때, 그제서야 가을의 온기를 찾는다. 지난주까지 연일 비가 와서 축축하고 흐린 회색빛 날의 연속이었다. 햇살이 보이면 꼭 거리를 나섰다. 오후 4시 30분의 해는 사선으로 낮게 깔려 있고 황금빛으로 부서지고 있었다. 따듯하지만 서늘한 가을의 바람에 꽃들이 흔들렸다.
흔하디 흔한 하얀꽃. 아직 건물이 지어지지 않은 공터에서 어느새 무더기로 피어나 있다. 바람에 흔들리고 햇볕에 부서지고 있으면서도 이깟 겨울은 대수롭지 않아 보인다. 곧 추워져 시들어도 괜찮다는 듯 “지금”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흔들리는 꽃들은 왜 이렇게 아름다울까. 무심히 카톡 대화를 하던 손가락 끝이 멈춘다. 작은 연약함이 내 눈길을 붙잡는다. 꽃을 바라본다. 매일 지나가던 길인데 오늘따라 내 시야를 가득 채우는 아름다움. 늦가을인데 어느새 피었을까. 왜 이제야 내 눈에 들어왔을까. 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눈앞은 흐려진다.
바람은 꽃을 흔든다. 흔들림은 꽃이 되어 내게 머무르고 마음을 두드린다. 꽃은 마음 안에서 봄이 되어 피어난다. 그리고 흔들리고 흔들리다 머무른다. 나는 공기 중으로 녹아들어 햇빛이 되어 꽃을 안는다. 그는 바람이 되어 머무르다 꽃이 되어 흔들린다. 바람은 봄이 되어 그저 나를 안는다.
말로 꺼내지 못하는 갈망, 헝클어진 서투름, 지난 선택에 대한 후회를 모두 꽃 한 송이마다 하나씩 천천히 두고 다시 나로 돌아온다. 꽃은 흔들린다. 흔들리기에 아름답다. 겨울이 오고 꽃은 져도 바람의 온기는 여전히 내 마음에 피어있을 것이다. 따듯함의 순간으로.
가끔 감정에 휩쓸릴 때는 그 감정을 어딘가에 두고 나는 돌아온다는 상상을 해봅니다.
그곳은 하늘의 구름이 될 수 있고 작은 길가의 꽃이 될 수 있겠지요?
다시 이 길을 지나서 꽃을 보면 감정을 두고 온 그날보다는 조금 무던해져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