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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주간은 어느 순간 갑자기 들이닥친다. 매 순간 계속되었던 일상이 헝클어지고 멈춘다. 이번에는 지난 설 연휴 전날 금요일부터 시작되었다. 그러나 이번 태풍에는 원인이 있었다. 이 기록은 그 원인을 찾는 엄마의 추적기이자 태풍에 휩쓸려 하마터면 놓칠 뻔한 손에 대한 고백이다.
태풍은 작은 폭풍이든 큰 폭풍이든 작년 내내 계속되었다. 정원이게 왜 태풍이 오는지 영문을 몰랐다. 그저 견딜 뿐이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지난주 2월 13일 금요일 오후 네시 50분, 전화가 울렸다. 특수체육 선생님이었다. 어머님 정원이가 오늘 도전적 행동이 심했습니다. 저를 물어뜯고 안경을 부수었습니다. 네? 선생님, 정말 죄송해요. 아이가 기분 좋다고 지원사가 그랬는데, 믿기지 않네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금요일 5시 30분 지원사와 정원이가 도착했다. 어머님, 연우 왔어요. 오늘 수업 때 일이 있으셨다면서요? 모르겠어요. 어머님, 선생님이 중간에 나오셨어요. 집에 올 땐 괜찮았어요. 오전에 정원이가 새벽에 잠들어서 늦잠 자서 못 긁었거든요. 카드는 7시에 가져다 드릴게요.
정원아, 남을 해하면 안 돼! 사과해야지. 타인의 안경을 부순 것은 처음이었다. 이유가 무엇이든 타인을 해하는 것은 용서를 구해야 하는 일이었다. 물론 아이에게도 원인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사과도 중요했다. 집에 들어가기 싫어하는 아이에게 그럼 사과하러 가자 묻고 센터에 갔다. 그러나 선생님은 만날 수 없었고 아이는 입실을 거부했다. 대신 만난 특수체육센터 원장님과 이대로 종결을 하자고 했다. 그렇게 마무리되는 줄 알았다. 태풍의 시작을 감지했다. 고심 끝에 이번 명절은 지원사를 부르지 않고 다독이기로 했다. 지원사에게 카톡으로 상황을 알렸다. 아이가 밥을 먹지 않기 시작하고 집에 잠들 때까지 들어가지 않아요. 선생님. 연휴 동안은 쉬시는 것이 낫겠어요. 그리고 제가 주유비 10만 원을 금주에 드린 것은 부정수급을 조심해야 한다는 뜻이었어요. 이미 지난 월요일에 그것 때문에 사유서를 썼잖아요. 조심하셔야 해요. 연휴 잘 보내세요.
금요일 저녁부터 목요일 아침까지 7일간 아이는 격렬히 집을 거부했다. 한사코 들어오지 않았다.
토요일 아침. 여느 때처럼 한의원에 가기로 했다. 몸 관절은 늘 성치 않았다. 침을 맞기로 했다. 센터 선생님의 카톡이 왔다. 내가 알던 진실에 의혹이 들었다. 지원사는 아이는 항상 기분이 좋게 들어갔다고 했다. 믿었는데. 말을 하지 않는 아이를 맡기려면 믿어야 했다. 정직이 곧 신뢰였다. 맡기려면 도리가 없었다. 믿어야만 가능했으니. 자폐를 가진 아이는 증거력이 없었다. 정원이는 무발화였다. 늘 아이의 표정을 살폈다. 활동지원사를 쓰는 2년 동안 늘 센터에 가서 중간중간 체크했다. 그것으로 충분한 줄 알았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누수가 생길 줄은 몰랐다. 누군가 이 아이를 돌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 생각했다. 누가 부모처럼 아이를 돌보겠어? 평균만 되어도 참자. 그래야지 싶었다.
일 년 동안 이따금씩 왔었던 태풍이기에 가족은 조금 익숙해진 상태였다. 답은 없었다. 지나가기만을 기다려야 했다. 정원이는 토요일 아침 눈뜨자마자 나가겠다고 울었다. 토요일 아침 8시부터 1시간 반 도시를 떠돌고 아이아빠와 교대하고 한의원에 갔다. ㅡ 아이아빠는 아침 루틴이 중요한 사람이었기에, 첫 주행은 내가 맡았다. 나는 졸린 눈을 깨우며 아직 깨지 않은 희끄무레한 도로를 주행했다. 주말 이틀 동안 두세 시간씩 서로 교대하며 밖을 떠돌았다. 힘들었지만 아이가 조금씩 안정을 찾았다. 그 노력 덕분일까? 종일 굶던 아이는 일요일 저녁에 50시간 만에 밥을 먹고 잠들었다. 여보, 내일 혼자 올라가는 거 안 가면 안 돼? 불안했다. 쉽사리 끝나지 않을 태풍이란 걸 경험으로 알고 있었으니.
지난번 진료 때 훈육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면ㅡ지금처럼 불안이 솟아 조절하기 어렵다면ㅡ안정을 찾는 게 최우선이라 들었다. 지금 상황에서는 무엇인가를 가르치기 어렵다는 소아정신과 주치의와의 지난 상담을 되새겼다. 아, 힘내자란 말을 주문처럼 되뇌었다. 이번에는 아이를 맡기지 말자. 내 손으로 해보자. 엄마니까. 단단히 결심했다.
월요일 아침, 아이아빠는 차례를 지내기 위해 서울로 떠났다. 정원이는 7시부터 일어나 집을 포함해 아무 데도 안 들어가고 안 내리는데 말이다. 그래도 큰 건물 (백화점, 마트)는 내려서 운전을 쉬는 대신 걸을 수 있었다. 기분이 좋아 보여 밥 먹자고 집에 왔으나 실패했다. 다시 울면서 도망갔다. 안에서 문고리는 어느새 커버린 정원이 때문에 옮겨달아야 하는데, 미처 하지 못했다. 아침에 한 시간 쉰 것을 제외하면 오전에 세 시간 반, 오후에 세 시간. 집에서 십 분 바나나를 베어 물고, 다시 또 두 시간, 두 시간. 나는 할 수 있을 거야. 있을 거야. 되뇌었다. 공원에서 킥보드를 끌었다. 다리가 아파 멈추는 나에게 얼굴을 할퀴었다. 아팠다. 집으로 가서 약을 발라야겠다. 중간중간 마트나 백화점이나 공원을 간 시간을 제외하더라도 운전시간이 열 시간이 넘어갔다. 어느 순간 얼굴에는 눈물이 흘렀다. 울고 또 울었다. 아이가 들으면 안 돼서 평소에 늘 주의했는데. 명절 전날이라 전화할 곳도 없었다.
월요일 밤 8시 30분에 집에 들어와 아이를 재웠다. 그것도 중간에 아이약 타고서 먹여서 가능한 일이었다. 하루동안 시내운전을 11시간쯤 한 듯. 그 시간을 어떻게 견딜 수 있었을까. 시속 50km라도 550km 아닌가. 정원이는 정차라도 하면 난리가 나고, 마트나 백화점의 유예는 걸으면서 고작 3-40분이었다. 나는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해봤지만 모른 척하면 아이는 집밖으로 나가 차문을 두드렸다. 아이도 필사적이었다. 내가 혼자서는 할 수 있는 것이 운전뿐이었다. 겨우 안정시켜 저녁이라도 늦게 먹였다. 아무도 오지 않았다. 나는 철저하게 혼자였다.
우리는 13시간 도시를 배회했다. 집에 가도 차를 타려고 도망가려는 아이를 맨발로 쫓아나가 붙잡았다. 혹은 정차하면 가라고 재촉하며 할퀴는 아이를 태우고 운전했다. 너의 불안을 잠재우는 방법이 이것이 맞다지만, 왜 나 혼자 감당하는가. 너무나도 당연하게. 나의 희생이 당연한 권리는 아닌데.
씩씩하다 해서 괴롭지 않은 것은 아니다. 모두가 갈 곳이 있는데 목적지 없이 떠도는 것은 외롭다. 남편은 평일에는 회사에 가고 명절에는 본가에 간다. 친정엄마는 내가 푸념하면 못 도와주니 미안하다며 들어주는 것을 버거워한다. 누군가에게 닿지 않는 삶은 부유한다. 마치 지금 도시를 떠도는 것처럼. 웃는 낯으로 얼굴도 모르는 이의 공감을 바라며 혼잣말을 계속 적는다. 하루 종일 열 시간 이상 끝도 없는 운전의 쳇바퀴 틈틈이 마트나 아웃렛, 백화점에 불시착했다. 가족들끼리 나온 인파 사이에서 전화 걸 사람조차 없이ㅡ받질 않으니ㅡ 한 끼도 못 먹은 채 아이와 손 잡고 내내 걸었다. 혹은 운전하거나.
화요일, 설날이다. 새벽 6시 반부터 5시간 운전했다. 명절인데 죽을 것 같은 고독이 엄습했다. 이틀간 차 안에서 커피와 빵으로 때우며 버텼다. 이미 지난주에 나는 제대로 먹지 못해서 링거도 맞고 등에 주사도 맞은 상태였다. 지원사일로 특수체육 사건으로 머릿속은 충분히 복잡했다. 혼자 언제 아이가 나갈지 몰라 뜬눈이었다. 선잠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버티고 또 버텨도 아무도 오지 않았다. 아무리 힘들어도 낙관으로 살아왔는데. 내 안에서 중요한 것이 부서져버렸다. 나는 망가졌다. 울면서 남편에게 물었다. 당신의 가족은 누구냐고. 점심이 될 무렵 돌아온 남편과 교대하고 죽은 듯이 잠들었다. 다음날까지.
수요일, 연휴 마지막날이다. 아이아빠와 교대해서 정원이와 마트에 왔다. 아이는 딸기를 고른다. 꼭 다문 입이 열리고 연휴 들어 처음으로 울지 않는 소리를 낸다. 그저 의미 없는 발성이지만 이 소리는 기분 좋음을 뜻한다. 연휴 내내 계속 집이나 실내를 거부한 정원이. 나는 교대하고 지난주 월요일과 금요일의 퍼즐을 맞춰본다. 원인을 찾아본다. 트리거는 모두 어른들이었다. 내일부터 직접 아이를 돌보기로 했다. 아주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방금 웃으며 욕실도 들어가서 물놀이를 한다. 오,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목요일. 연휴가 지났다. 그러나 아이의 태풍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백화점 유리창에 비친 정원이랑 나. 세상에 압도되는 느낌이다. 아니 압사에 가까우려나? 책 속에 남겼던 작년 태풍주간은 시간이 흘러 압축되었다. 그러나 리얼타임의 태풍은 참 견디기가 어렵다. 그럼에도 나중에는 이 순간도 한 줄의 글로 정리될 날을 기다려본다. 그저 지나가기만을, 바라면서. 이 모든 것을 겪으면서도 보통의 날을 꿈꾸는 나 자신의 낙관이 참 바보 같다. 사람이 순진한 건지 모르겠네. 나는 웃었다.
때로는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운명의 흐름이 있는 것 같다. 인연을 붙잡지 말고 놓는 법은 나도 배워야겠다. 지금은 모든 상황이 아이가 쉬어야 한다는 시그널로 느껴진다. 들어오지 않겠다 버티는 아이의 말라붙은 변을 하나하나 닦아주면서 생각했다. 정원이가 이렇게까지 핀치에 몰리지 않게 그때그때 마음을 물으리라. 그러려면 같이 다녀야겠지. 지원사와의 계약을 해지했다. 나의 세계는 다시 좁아졌지만, 중요한 것은 아이가 지나치게 견디다가 터지지 않을 방법을 생각하는 것이었다. 너무 참았구나, 정원아.
용서라 함은 사람을 믿은 죄다. 아이가 이만큼의 행동을 할 때는 원인이 있어 찾고 또 찾았다. 지원사는 특수체육선생님에게 좋은 기분으로 들어갔다고 말해달라고 했단다. 그리고 사지를 들고 수업에 끌고 갔다는 것을 연휴가 지나서 원장님에게 다시 한번만 특수체육 선생님에 물어달라고 하니 그제야 선생님은 입을 열었다. 작년 웅크리고 움직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정원이는 급식실에서 네 명의 어른들에게 들려서 끌려나갔던 기억이 났다. 그 트리거는 결국 지난주 태풍주간의 원인이 되고 말았다.
목요일이 돼서야 아이의 진실을 알게 되었다. 무발화 아이를 맡길 때 중요한 것은 신뢰다. 있는 그대로 말해줘야 내가 직접 가든 수업을 쉬든 결정을 한다. 좋은 기분이라던 지원사의 거짓말로 인하여 고통스러운 태풍이 왔다. 내 손등과 얼굴은 상처투성이고 아이의 몸은 붙잡느라 멍들었다. 매주 꼬박꼬박 가다가 그날 저녁잠이 모자라다는 핑계로 한주 건너뛴 자신이 미웠다. 아이 때문에 새벽 3시까지 못 자서 운전할 엄두가 나지 않았을 뿐인데. 나 자신이 용서가 되지 않는다.
미안해, 일요일 저녁에 정원이가 좋아진 줄 알았어. 아이아빠가 말했다. 연휴 이후, 느끼는 바가 있었는지 힘을 합쳐 번갈아 이 위기행동ㅡ태풍주간을 견디고 있다. 다시 금요일이 왔다. 아이는 눈뜨고 나가자고 했지만 아이아빠가 단호하게 문을 잠그고 기다린다. 기다리니 수긍하고 받아들인다. 그날 내가 할 수 없었던 것을 그가 하고 있다. 지금은 정원이가 나에게 노트북 하라며(=글을 쓰라며) 웃는 것을 보니 일상이 다시 돌아온 듯하다. 그래서 못하단 이야기를 남긴다. 나는 다시 정원이의 손을 잡고 용서를 구한다. 미안해 아가. 엄마를 용서해 주렴. 나는 아이의 손을 잡고 다시 도시를 떠돈다. 엄마의 팔에 기댄 아이의 얼굴에 그제야 미소가 서린다.
금요일 오후. 정원이를 아이아빠에게 맡기고 나는 정기진료를 위해 출발했다. 분노는 무릎의 통증을 잊게 했고, 더불어 월요일의 한계도 잊게 했다. 의사 앞에서 그날의 감정을 말하는데 눈물이 흘렀다. 선생님, 저는 그때 버려진 것 같았어요. 모든 것을 놓고 싶었어요. 어떻게 빠져나오긴 했습니다. 이게 빠져나온 게 맞나요? 그제야 나는 해소되지 않은 좌절을 애써 묻어두고 아이를 위해 움직였음을 깨달았다. 정원이는 내 등에서 잠들어 있다. 나는 누구를 용서해야 하는가. 모르겠다.
이 글은 지난 열흘 간 겪었던 <태풍주간>을 올린 글입니다. 매일 새로운 상황을 맞닥뜨리고 그걸 채 소화하기 전에 아이의 손을 붙잡고 거센 바람을 견뎠습니다. 아직 태풍의 영향권 안에 있습니다. 이 태풍도 일 년이 지나면 한 줄의 의미가 될 것입니다.
달라진 점은 아이가 제가 타이핑하는 소리ㅡ모습을 좋아한답니다. 저는 정원이가 허락하는 한 계속 글을 쓸 것입니다. '너는 글을 써라'는 소명을 아이를 통해 이뤄가고 있습니다. 감사하고 감사한 일이지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ㅡ 인생정원사 선우璇雨 드림
또 다른 정원이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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