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글을 쓰냐 물으신다면.
나에게 왜 글을 쓰나, 묻는 사람들이 있다. 자아실현을 하기에는 글까지 쓰는 삶이 너무 고단하지 않으냐며.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에도 정원이는 내 곁에 있다. 한눈으로 살피며 타이핑을 한다. (다행히 정원이는 최근 내가 타이핑하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며 웃는다. 물론 멈추거나 드래그를 하면 안 되는 것이 룰이다.) 여하튼 기획이나 연구 쪽일이 익숙한 내게 문학적 에세이란 '영광'이 주어질지는 전혀 몰랐다. 인생은 예측불허다. 자페 아이를 키우는 당혹스러움만큼 놀랍진 않으니 괜찮다.
왜 글을 쓰나 묻는다면 이것만이 내가 세상에 연결되는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숨쉬는 방법이기도 하다. 글쓰기는 나에게 버킷리스트나 새해목표가 아니다. 내 삶을 아이를 언어화해서 기록하고 남기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것만이 우리의 삶의 흔적을 세상에 남기는 것이니까. 대화는 공기 중에 흩어지고 카톡은 흐르고 나면 사라지지만 글은 영원하다. 비록 내 책이 서점의 한 구석에 자리해서 아무에게도 닿지 않아도 괜찮다. 언젠가, 필요한 이에게 닿는다면 그것으로 정말 충분하다.
나에게도 아이의 이야기를 전혀 하고 싶지 않았던 시간이 있었다. 세상이 무서웠으니 약점은 감추고 싶었다. 현실은 글만큼 그리 아름답지 않았다. 하지만 10년을 세상의 변두리에서 침묵한 채 외로이 지내다 보니 각오가 생겼다. 더불어 나의 이야기를 가장 큰 목소리로 의미 있게 이야기하고 싶었다. 아름답지 않아도 괜찮으니' 이야기하고 싶어요. 있는 그대로.'라는 마음이 생겼다. 작년 공모전을 통해 치열한 현실을 식물이란 그릇에 담아 쓸 기회를 얻었다. 비로소 나만의 언어로 삶을 써 내려갈 수 있었다. 식물은 처음부터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내 편이었으니까.
나는 세상에 닿고 싶어요.
책을 내는 과정에서 응답해 주신 분들이 고맙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하고 싶다. 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가 닿길 바랐다. 많은 사람들이 귀 기울여 주고 답해주었다. 감사했다. 살아있다는 것은 이런 기분일까. 책에 썼듯이 인생은 주고받는 순간의 연결이었다. 그중 송지영작가님이 써준 리뷰를 읽으며 '누가 나를 발견하고 내 마음을 알아준다는 기쁨'이란 이런 것이란 생각을 했다. (아, 정원아, 봄이 왔어.)
지난 주말 서점 리뷰를 아주 힘든 태풍의 눈 안에서 처음 읽었다. 자폐 스펙트럼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고난담도, 감동을 앞세운 이야기 또한 아니다. 이 말은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이다. 기적이나 극복의 이야기가 아닌 동행의 마음으로 썼다. 나를 드러내고 싶은 마음은 가득했지만 꾹 눌러 참았다. 그렇기 때문일까. 고난의 일주일*을 보내면서도 이 순간도 시간이 흐르면 다시 한문단으로 기억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덕분에 흔들렸어도 무너지지 않을 수 있었다. 한 줄 한 줄 지웠던 '나'는 행간에 머물러 있었고 송지영 작가님이 그것을 알아차려 주었다. 수없이 다짐한 기도의 응답을 받은 것처럼 눈물이 흘렀다. 이 글이 작가님께 드리는 나만의 답장이 될지도 모르겠다. 콘파나 사진 한 장으로 뵙고 싶은 마음을 대신하고 싶다.
*2026년 2월 13일부터 20일까지 있었던 정원이의 태풍주간. 브런치북 <오티즘보이 정원이 사전> 7화 태풍 참조.
에스프레소 위에 하얀 크림을 얹은 콘파나를 사랑하던 작가는 한 아이의 엄마가 된다. 세계를 해석하던 질문은 어느새 단 한 사람을 향한다. <정원, 뜻밖의 여정>은 그 질문이 바뀌는 과정을 따라가는 기록이다.
이 책은 자폐 스펙트럼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고난담도, 감동을 앞세운 이야기 또한 아니다. 대신 아이와 함께 살아가며 내려놓은 언어와 새로 익힌 태도를 담담하게 보여준다. 아이의 속도를 앞서 판단하지 않고, 그 보폭에 자신의 하루를 맞추는 선택. 가드닝과 돌봄이 겹쳐지는 장면들 속에서 기다림은 수동이 아니라 관계의 방식이 된다.
작가는 삶을 비극의 서사로 배열하지 않는다. 제도와 현실 앞에서 마주하는 장면들을 차분히 놓아두며, 책임이 개인에게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질문을 남긴다. <정원, 뜻밖의 여정>은 아이를 키우는 이야기이자, 삶의 속도를 다시 배우는 책이다.
https://brunch.co.kr/@life-gardener/242
책 표지 사진 대신 리뷰로 대신합니다.
나혜원 소설가님도 책을 읽고 리뷰를 써주셨다. 온라인으로 인연이 닿아 에세이 리뷰를 써주셨다. 원이와 정원이의 태풍, 방학 때문에 출간 이후 아무것도 신경 쓰지 못해 초조했던 나를 위로해 주었다. 사람처럼 책의 운명은 다 있다며 제자리를 찾아갈 거라며. 그때그때 필요한 말을 해주는 인연의 발견이란 참 귀하단 생각이 들었다.
고맙습니다.
고백하면... 저도 소설을 좋아해요.
삶이란 누구에게나 예측불허로 주어지는 사고와도 같지만, 출산과 육아란 인생을 살아가며 다시 마주하는 뜻밖의 변수가 아닌가 싶다. 분명히 내가 선택했음에도 결과를 자신할 수 없는.
식물을 기르며 정원이라는 하나의 드라마를 만드는 과정 또한 마찬가지다. 흙 아래에서 불쑥 어떤 싹이 고개를 내밀지, 계절의 흐름과 기상 조건에 따라 식물들이 어떻게 꽃을 피울지 가늠할 수 없기에.
그래서 작가는 정원이를 기르는 일과 정원을 가꾸는 일에서 뜻밖의 여정이라는 교집합을 찾지 않았나 싶다. 하나 더 덧붙이자면, 이 책은 예상보다 더 느린 정원사의 호흡을 담고 있다는 사실. 고양이를 닮은 오티즘을 지닌 소년, 정원이와 함께 정원을 가꾸는 여정이기에.
나는 사실 에세이보다 소설을 좋아한다. 에세이는 작가와의 심리적 거리가 소설보다 가깝다는 생각에 감정이입 정도가 지나치게 심해져서. 역시나 오랜만에 읽은 에세이였는데 흠뻑 몰입(!)하여 읽었다. 더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그리고 책을 읽기도 전에 출간과 함께 소개를 해주신 두 분이 있다.
먼저! 고추장와플 작가님, 우리 송영인 작가님이 써주신 소개글도 있었다. 책도 읽기 전부터 써주신 이야기는 작가님이 이곳 브런치에서 얼마나 다정한 눈으로 나를 지켜봐 주셨는지를 실감하게 했다. 비슷한 시기에 먼저 책을 내셨기에 뭔가 동기 같은 기분도 들어 좋다.
저도 꼭 읽고 리뷰할게요. 작가님!
작가님의 단단한 삶이 묻어있어 기대된답니다.
자폐라는 이야기는 쉬운 이야기가 아니다.
특히나 엄마로서의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더욱더 어려운 일이다. 정원사 선우 작가님의 글을 그간 읽어오며 함께 웃고 함께 울었다. 희망고문보다는 현실을 직시하며 엄마로서의 책임과 아픔을 떠 안기로 한 정원사 선우 작가님과 세상을 느리지만 천천히 그 만의 방식으로 걷고 있는 정원이의 이야기.
정원사 선우 작가님이 웃는 날도, 우는 날도 내 마음은 그들과 함께일 수밖에 없다.
그들의 이야기가 세상으로 나왔다. 그것도 엄마에게 주어진 작은 선물 같은 자유시간을 쪼개 완성한 정원사 선우 작가의 정원이를 담은 수채화와 함께.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자폐인 가족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읽어서 그들의 마음, 살아가는 모습에 공감하고 따듯한 시선으로 조용히 응원했으면 좋겠다.
* 노빠꾸 상여자의 벨기에 생존기 | 송영인 | 꿈꾸는인생 - 예스24
그리고 SNS를 통해 알게 된 이경작가님도 출간 직후 멋진 소개를 남겨주었다. 평소 글쓰기에 대한 견해와 들려주는 음악이야기를 공감했다. 정원이란 아이의 별칭, 동음이의어에 대해 이리 자세하고 멋지게 소개해주었다.
흔히 동음이의어의 특성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Pun Is Fun"이라는 문장을 쓰기도 한다. 동음이의어 말장난은 때로는 중의적인 해석을 이끌기도 하고 때로는 어느 문장의 펀치라인을 이루기도 한다. 물론 상황에 따라서는 ‘아재개그’라는 이름으로 평가절하 당하기도 하고.
스레드에서 알게 된 선우 선생님의 책이 나왔는데, 제목 <정원, 뜻밖의 여정>에는 특별한 동음이 쓰였다. 책에 쓰인 정원은 Garden을 뜻하는 정원인 것과 동시에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아이의 이름(가명)이기도 하다.
‘정’으로 시작해서 ‘정’으로 끝나는 제목도 좋다.
* 난생처음 내 책 | 이경 | 티라미수 더북 - 예스2
책을 쓰면서 비로소 세상에 닿은 느낌이다. 삶은 이렇듯 주고받는 연결임을 정원이를 낳고 깨달았다. 얼굴 한 번 뵙지 못했는데 마음과 응원을 나눠주셔서 감사한 마음이다. 그동안 고립인지 고독인지 모를 하루하루를 견뎠다. 책을 쓰면서 몸도 덜 아프고 마음도 덜 가라앉았다. 태풍주간이 들이닥쳐도 매우 괴로웠지만 견딜 수 있었다. 애써 움켜쥔 생의 의지가 있기에 계속 쓸 수 있을 것 같다. 삶의 연대란 이런 것이 아닐까.
고맙습니다.
저는 이곳에 있을게요.
정원이와의 하루를 기록하면서.
매일은 흔들려도 그래도
안간힘 다해 살아남는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정직하게 써둘게요.
읽는 것이 힘드시면 안 보셔도 되고,
괜찮을 나중에 들리셔도 됩니다.
그냥 하루하루를 기억하고
다음 여정을 위해 모아두렵니다.
곁에 있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힘든 이야기도 써서 죄송해요.
하지만 그게 우리의 오늘이니까,
그대로 나누겠습니다.
사랑합니다.
함께 브런치를 시작한 소중한 피오나 동기분들에게도 리뷰라는 이름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캐서린의 뜰 작가님, 빛날애 작가님, 다독임 작가님, 유영해 작가님이 각각 서점에 고운 리뷰를 남겨주셨습니다. 정말 편지를 받는 기분이 무척 기뻤어요. 리뷰에 대한 답장은 다음에 이어서 남길게요.
교보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9115446
예스 24
https://m.yes24.com/goods/detail/176076358
알라딘
https://www.aladin.co.kr/m/mproduct.aspx?ItemId=385140859&start=mosearch_au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