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봄
안녕.
오랜만이야.
어느새 봄의 막바지야.
그토록 기다려왔던 봄은
흔적도 없이 지나가 버렸어.
너는 알까?
난 늘 문을 조금 열어뒀어.
닫힌 문을 오랫동안
혼자 바라봤어.
여전히 나는
길모퉁이에서 서 있어.
그 너머에 네가 있을지,
아니면 여전히
혼자만의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이제 괜찮아졌어.
기억은 희미해졌지만,
미래는 불투명하잖아.
오도 가지 못한 채,
길 건너를 바라보았어.
마음은 내내 머물러 있었거든.
쪼그리고 앉아서
지나간 시간을 그려 보았어.
시간 위에 새겨진 또렷한 흔적의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두려워서 묻지 못한 채
늘 망설였어. 도망치고 싶었어.
누군가 다가와서
내면을 들추면 깜짝 놀랐지.
지난 일을 말하기에는
내가 준비되지 않았어.
그래서 다시 은유의 숲에
숨어버렸어. 미안해.
힘들 때는
그냥 농담이 편했거든.
웃음 아래 깔린 슬픔을
감당할 수 없었으니.
빙글빙글 겉도는 이야기가 좋아.
솔직하다는 것은 때로는 무례하거든?
툭, 내려놓고 던져 놓는
이야기들이 아프지 않았어.
진실은 고통스러웠으니.
모든 것은 흐르고 있어.
한결같다는 것은
고여 있다는 것일지도 몰라.
여전히 놓지 못하면서도
혼란스러운 너를 알고 있어.
너는 곧 나야.
다가가지도 멀어지지도
못한 채 그 자리에 있는 나.
나는 온기가 필요했어.
차가운 진심보다는 따뜻한 게 좋아.
나만의 여름을 찾을 때까지
문을 살짝 열어두고 기다릴게.
조금만 더 기다려 줘.
안녕, 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