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과 어르신
한 할머니를 만났다
휴지를 꼭 받아달라고 하셔서 받아 들고 건물을 들어서는데
모델하우스에서 상담을 받고 가야 한다며
내게 준 휴지를 돌려받기 위해 따라 들어오셨다
하필 내가 들어선 건물은 회전문이었고,
할머님은 나를 따라 들어오다가
그만 넘어지고 말았다
회전문에서 넘어지면, 굉장히 위험하다
자칫하면 회전문 틈에 손가락이라도 끼일뻔한 사고였다.
나는 그 장면을 보면서 너무 놀라고 창피했지만,
넘어진 할머니를 외면하고 그냥 갈 수가 없었다.
할머니를 따라 들어선 곳에서 20분이 넘는 상담을 받는 동안,
머릿속엔 수많은 생각이 스쳐갔다.
할머님은 왜
위험을 무릅쓰고 그 휴지를 챙기셔야 했던 걸까..
휴지가 뭐라고...
적절한 비유가 아닐 수도 있지만,
어쩌면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것들을 위해서
불가피했던 나의 할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엄마 아빠의 오래된 희생을 마주하는 것 같았다.
우리나라가 이렇게 발전하기까지
묵묵히 자기 자리에서 궂은일을 도맡아 하시던 어른들에게
마음 한켠에 감사한 마음을 품고 살아야 한다.
그렇지 못했던 것 같아서
그동안 아무 생각 없이 누렸던 것들이
부끄러워졌다
아주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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