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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돈 많이 번다며?

by vonnievo

1년간 수습 월급 주는 병원



입사 후 3개월은 박봉이라고 했다. 그 안에 관두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돈을 제대로 줄 수가 없단다. (아직도 무슨 연관인지는 잘 모르겠다.)
입사 후 만 1년이 되어야 비로소 본봉을 받는다고 했다. 본봉이 여느 대기업 부럽지 않게 나온다면서 자부심을 가지라고 했다. (개인적으로는 이것은 본봉이라는 개념보다 연봉 상승의 개념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본다.)

이렇게 얘기하면 친구들은 '1년간 트레이닝을 받는 거야?'라고 묻지만 그건 또 아니다.
나는 3개월의 트레이닝 끝에 독립을 했고, 그것과 무관하게 본봉은 받지 못했다.
이것은 더 일찍 독립한 동기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2025년의 최저시급은 10,030원이다.
급여내역서에 명시된 현재 내 시급은 12,000원이다.
매일 병원에서 계산한 시간보다 더 일하고 있으니 환산하면 최저 시급이 안 될 것이다.


돈 많이 버는 직업 간호사,

그리고 3개월째 3교대를 하면서도 200만 원 초반을 버는 나.







'자발적인' 노동엔 값을 매기지 않는 병원



우리 병원엔 출퇴근기록기, 내지는 근태관리시스템이 있다. 오버타임 시 따로 수당을 청구하지 않는다. 기록이 남아서 그런지 간호부는 정시출근과 정시퇴근을 강조한다. 언뜻 보면 좋아 보이지만 까보면 마냥 좋지만은 않다.



올드들은 출근을 일찍 한다. 환자 파악을 하기 위해, 이전 듀티 근무자들의 빠른 퇴근을 위해, 뭐 이런 이유 때문이란다. 이게 굳어지면 간호부에서 정한 시간과 무관한 병동만의 출근시간이 생겨버린다. 신규는 일명 막내잡이라고 불리는 것들을 위해 출근을 더 일찍 하게 되는데, 이미 굳어진 병동만의 시간 덕에 정규 근무시간에 비해 1시간 반 이상을 일찍 나오게 된다.

그렇다고 이전 듀티가 빨리 퇴근을 할 수 있을까? 아니다. 병원이 정한 퇴근시간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근무가 일찍 끝나더라도 기다려야 한다.



오버타임을 했다면 수당을 받는다.

근데 이것은 퇴근이 미뤄졌을 때의 얘기고, '자발적인' 근무의 경우 무의미한 얘기가 된다.



평범한 9-6의 직장인은 9시간 근무 중 1시간을 쉰다. 그러나 대학병원의 간호사는 애초에 정해진 점심시간도 없을뿐더러, 있다 하더라도 1시간이나 쉴 수는 없다. 담당 환자는 언제 상태가 나빠져도 이상하지 않고, 애초에 물 마실 시간도 없는 근무 환경 속에서 식사까지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물론 이 또한 자발적인 노동으로 취급된다.





나는 기왕 오래 일을 한다면 돈이라도 받으면서 일하고 싶다. 아마 다들 그럴 것이다. 그럼에도 다들 그저 관성처럼 무료봉사를 자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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