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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은 썩는다

탈임상은 지능순 (1)

by vonnievo

간호사들 사이에서 '탈임상은 지능순'이라는 말이 있다. 찾아보니 '탈 oo은 지능순'이라는 것은 어느 분야에나 있는 것 같다. 그래도 나는 다른 직종은 겪어본 바 없으니 간호사가 제일 별로라고 생각하겠다.





아직 임상에 있고, 아직 임상 밖을 나갈 자신도 없는 나로서 탈임상이 지능순이라는 것은 꽤나 슬픈 말이다.

다만 우리 병동 20년 차들을 보면 생각이 많아진다. 가령, CPR이 터졌을 때 멀찍이 떨어져 있다가 퇴근하고 나서야 저연차에게 연락해서 일전의 상황에 대해 지적하는 인간이라거나.





경력은 실력을 보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보수조직 특성상 위에서부터 아래로는 조언할 수 있어도 반대의 경우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연차가 쌓일수록 '나는 실수하지 않는데 남들이 다 실수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몇몇은 정말이지, 경력 많고, 나이 많고, 능력은 없는 꼰대 같다.





나는 연장수당을 지급하지 못할 만큼 힘들다는 사측의 금전사정 따위는 봐주고 싶지 않기 때문에 칼같이 출근해서 칼같이 퇴근하고 싶지만, 칼같이 출근하면 욕을 먹는다. 늦게 퇴근해도 욕을 먹고, 일찍 퇴근했다가 실수라도 발견되면 더 욕을 먹는다.


힘들다고 했다가 '이 정도면 정말 감사해야 하는데. 안 태워서 그런가? 좀 태워야 하나?'라는 말도 들었다.

왜 더 잘해주는 선택지는 없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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