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임상은 지능순 (2)
듀티는 수 간호사의 역량에 달렸다. 신규 간호사로서 수 간호사의 능력치를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은 듀티를 보는 것밖에 없는데, 그런 측면에서 우리 수쌤은 역량 부족이다.
직장인은 연차를 쓸 수 있다. 그러나 내 연차는 내 자유가 아니다.
스케줄이 나오기 전 원하는 날짜에 오프를 신청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누군가와 겹칠 경우, 혹은 무언가 수간호사의 계획에 어긋나는 등의 경우에는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
나는 아직 원티드를 얘기한 바 없지만 연차는 다 소진됐다. 스케줄에 연차가 녹아있으면 그 이후에 해당 날짜로 연차를 신청하는 방식이었다. 오프는 많을수록 좋지만 가끔 아쉬움이 남는다.
우리 병동은 팀을 본다. 그리고 원액팅을 둔다.
나는 3개월간의 프리셉터 기간 동안 팀 트레이닝을 받았는데, 한 달째 액팅 업무만 하고 있다.
이해가 안 된다. 나는 데이 근무를 하면 이브닝 근무를 까먹고, 이브닝을 하면 나이트를 잊어버리는 사람이다. 차라리 한 달간 액팅 트레이닝만 시켜서 빨리 독립을 시키는 게 낫지 않았나. 한 달이면 기껏 가르쳐놓은 세 달의 트레이닝이 도로묵이 되기에 충분한 시간인데 말이다.
원액팅은 정말 바쁘다.
막내이자 원액팅인 입장에서 나는 누가 부르든 '네' 하고 가봐야 하는 사람인데, 이것저것 하다 보면 정작 내가 해야 할 일을 할 시간이 없다. 출근할 때 떠놓은 물을 퇴근할 때가 되어서야 마실 수 있다.
근데 일주일 중에 하루만 쉬는 듀티가 나왔다. 체력이 달린다고 변경 요청을 했더니 '주말엔 한가하지?'라며 반려당했다. 주말의 병동은 덜 바쁘지만 바이탈을 해주던 실습생들이 빠져서 나는 똑같이 바쁘다.
근데 솔직히, 우리 수쌤만 문제는 아닌 듯하다.
어느 병동 얘기를 들어봐도 수쌤이 좋다는 말을 듣기가 어렵다.
놀토가 있던 시절, 달에 4일만 쉬면서 3교대를 뛰던 베이비부머의 사고체계는 너무나도 단단하다. 라때를 외치며 절대 후배의 힘듦에 공감하지 않을 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