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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승우 Aug 16. 2024

결정장애

인생은 결정의 연속이다. 한 두개 고르는건 재밌는 일이다. 예를 들어 점심메뉴 하나 고르는건 어렵지 않다. 영화 뭐 볼지 고르는건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매일 점심메뉴를 골라야 하는건 쉬운 일이 아니다. 전부 먹었던 메뉴밖에 없다, 땡기는 메뉴도 없다, 그냥 확 굶어버리고 싶지만 엄마가 밥은 잘 챙겨먹으라고 했다. 내일은 빨간날이다. 하루가 텅빈다, 사람들은 모처럼의 휴일에 신났지만 난 진절머리가 난다. 무엇으로 하루를 채워야할지 감이 안잡힌다. 세상에는 할 수 있는게 너무 많다. 그리고 내 미천한 경험의 폭으로 인해 뭘 떠올려봐야 영화시청, 찜질방, 침대에 누워있기 이런것 뿐이다. 내 상상밖에 훨씬 재밌는 거리가 있을것 같아서 뭘 골라도 실패다. 내일 점심메뉴를 벌써부터 고민하고 있지만 도무지 결론이 안난다. 햄버거를 먹으면 영양소가 부족하지 않을까? 라면은 오늘 저녁에도 먹었다. 덮밥? 나쁘지 않지만 과연 그게 최선일까? 그게 가장 날 행복하게 만들까? 결국 또 난 후회를 하며 밥을 씹어 삼킬것이다. 하느님께서는 나에게 과분한 능력을 주었다. 최고의 결정도 못하는 주제에 뭐하러 이딴 능력을 가지고 있는걸까. 백만개를 고를 수 있기에 난 10개를 고를 수 있는 사람보다 불행하다. 이 결정, 그만 좀 하고 싶다. 왜 내가 내일 먹을 양식을 고민해야하고, 왜 내가 내 꿈을 정해야하고, 왜 내가 내 취미를 정해야하고, 왜 아무것도 인생은 정해진게 없는것인가. 내 색깔은 어렸을때는 검정색이었지만 크면서 하얗게 변했다. 내 색깔도 내가 결정할 수 있나보다. 내가 누구인지, 그것도 내가 정하는것인가보다. 인생에 정답은 없다고들 말한다, 그럼 도대체 인생에 뭐가 있는데? 각자의 길이 있는거라고? 그 길도 내가 정하는건데? 나한테 맞는 길을 찾으라고? 내가 누구인지도 내가 정하는데? 참을 수 없는 실존의 가벼움, 내일 난 도대체 뭘 먹어야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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