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빨간색 헬륨풍선이다. 나를 잡고 있던 작은 손이 그만 지쳤나보다. 나는 구름 위로 올라간다. 이곳은 산소가 적다. 숨이 안쉬어진다. 나는 질소사이에서 익사할지 모르겠다. 아니면 기압차로 그만 뻥 터져버릴지 모르겠다. 올라가며 생각한다, 왜 난 헬륨풍선으로 태어났을까. 나도 그냥 평범한 풍선으로 태어났으면 좋았을텐데. 그랬으면 누군가 내 손잡이를 매몰차게 내쳐도, 그대로 둥둥 지표면을 훑고 다녔을텐데. 왜 내 몸은 헬륨가스로 가득차서, 누군가가 붙잡지 않으면 안되는걸까. 왜 나는 혼자서 세상을 살아갈 수 없는걸까. 애타게 내 손잡이를 잡아줄 아이를 찾는다, 하지만 여기 구름위에는 전부 헬륨풍선 뿐이다. 서로 손을 잡을 수는 있어도 같이 내려갈수는 없다. 안녕 파란 헬륨풍선아, 너도 누군가에게 버림받은 존재구나. 너의 파란색은 무척이나 예쁘지만 너도 속에 헬륨이 들어있는걸 들켰구나. 참 안타까운 일이야, 우리도 사랑할 수 있는데. 사랑을 받은 풍선들만 사랑할 자격이 있는것도 아닌데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