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서 생긴 일 1

by 서산


오랜만에 엄마와 단 둘이 해외로 떠났다.

어린 시절엔 1년에 한두 번 꼭 해외여행을 갔던 거 같은데 이런저런 핑계와 이유들로 한동안 한국에만 있었다



오랜만의 장거리 비행은 무척이나 설렘과 동시에 실은 두려웠다. 비행기가 조금 흔들릴 때마다

내 심장도 같이 요동쳤다.


어린 시절 묵혀두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도 비행기가 흔들릴 때면 엄마의 옷자락을 붙잡고 무섭다며 징징거렸다.


시간이 지나도 몸만 컸을 뿐 두려운 마음은 여전했지만 달라진 게 있다면 아닌 척 내색하는 것뿐.



비행기에 타기 전 공항에서 밥을 먹지 않고 타겠다 했다.

엄마는 분명 지금은 배가 고프지 않지만 나중에 배고플 거라며 밥을 먹으랬지만, 내 여전한 고집에 엄마는 두 손 두 발 다 들며 편의점에서 이것저것 사셨다.



분명, 분명 나중에 엄마가 먹을 거라고 말했다.

엄마가 배가 고프다면 난 지금 밥을 먹어도 괜찮다 했지만 지금생각해 보면 엄마는 배가 고팠지만 딸의 뜻대로 해주길 원하셨던 거 같다. 죄송했다.




엄마의 눈엔 내가 훤히 보이나 보다.

비행기를 탔는데 정말 몇 시간 뒤에 배가 고파졌다.


딱 엄마가 고른 초콜릿이 적정한 때에 먹고 싶었고,

목이 마를 즈음엔 엄마가 고른 모카라테를 마셨다.

아주 적정한 타이밍에 하필 그것들이 먹고 싶었다.



난 이제 다 컸다며 또 다른 내 기준이 명확하다며 확신한 게 아주 자연스레 무력해지는 순간이다.


또 뒤늦게 한없이 죄송해지는 순간이다.



시간이 많이 지나도 난 여전히 엄마의 딸이었다.

여전히 난 어른애였다.



우리의 여행은 그렇게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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