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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집 알바, 합격한 건 나 말고 옆자리 친구였다.

청소년진로직업 김밥 아르바이트 (김밥은 못 말아도 꿈은 포기 마세요.)

by 캠강맘
1.JPG 그림출처 : 미리캔버스 AI


큰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소풍을 가는데, 엄마가 김밥을 싸 줘야 한다고 했다.


나도 어렸을 때 소풍을 갈 때면 엄마가 새벽부터 일어나 김밥 재료를 준비하셨고, 그 옆에 앉아 김밥 꽁지라도 얻어먹으려고 오빠와 경쟁을 했던 기억이 난다.


음.. 김밥이라.. 마트로 향하는 내 발걸음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너무 무거웠다. 자신이 없었으니까 당연하지 않을까. 간단하게 준비한다는 생각은 절대 없었다.


'무조건 잘 만들어야지. 이왕 만드는 김에 남편 아침도 같이 주자. 어머님 아버님 김밥도 함께 만들어 드리면 좋겠다.'


생각하니 마음이 더 무거웠다. 잘 만들 수 있을까??

결제금액이 10만 원을 훌쩍 넘겼을 땐.. 생각이 많아졌다. 더 빼야겠다는 생각보다 더 사야 되지 않을까 모자라지 않을까 걱정이 많았는데, 10만 원이 넘었다니.. 너무 당황스러웠다.


김밥은.. 음.. 옆구리 터지고, 작은 도시락에 넣어도 예쁘지 않았다.


"왕 똥손이던가?? 내손은.."


못 생긴 김밥이라 그런지 맛도 없는 것 같았고, 입이 짧은 딸은 당연히 맛없어 보인다고 먹질 않았다.. 결국 동네 '김가네 김밥' 집에서 야채김밥, 치즈김밥을 아이 도시락에 넣어 내가 만든 것처럼 장식 할 수밖에 없었다. 에구.. 그날 저녁 퇴근 후 돌아온 남편에게 말한 내 첫마디는??


" 나 김밥집 차릴까? 너무 못 만들어.."

" 나중에 나이 먹으면 차려줄게~"

였다. 너무 웃기지 않은가? 잘하는 것도 장사가 잘 될지 안 될지 모르는데, 똥손이 김밥집이라니.. 너무 어처구니없을 텐데도 자상한 남편은 속상해 구겨진 표정을 하고 있는 조그마한 마누라가 귀여웠다고 한다.


그래서 또 도전한 아르바이트!

딸과 아들, 남편이 잠들고 난 뒤 새벽을 향하는 김밥 & 우동집이였다.

'오~ 나 횡재한 듯~' 노래를 부르고, 면접을 봤다.


1단계!! 역시나 합격이다. 하지만 완전한 합격은 아니라고 했다.

2단계는 실전이다.

나 외에도 2명 더 면접을 봤는데, 사회 경험도 없는 나에게 성격과 표정이 좋다고 무작정 뽑을 순 없다고 했다. 손도 빨라야 하기에 우선 아르바이트비용 없이 먼저 배우고 난 뒤 최종 결정을 한다고 했다.


1.JPG


주인아주머니의 손 움직임은 정말 예술이었다.

김밥 한 줄 만드는 시간이 30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2.JPG


제일 많이 팔리는 야채김밥, 치즈김밥, 참치김밥을 알려주셨고, 나에게도 똑같이 만들어보라고 했다.


역시 시간도 오래 걸렸고, 흰쌀밥을 잘 깔지도 못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마트에서 김밥재료와 김밥싸개를 사서 연습했다. 10줄을 말아봤지만 역시 쉽지 않았다.


다음날도 또 그다음 날도 계속 비용을 못 받는 아르바이트를 계속했다. 나뿐 아니라 다른 1단계 합격자 아줌마들도 열심히 실전 연습을 했다. 벌써 차이가 벌어지고 있었다. 난 후자였다. 손이 너무 느렸고, 빠르지 못했다. 손님 응대는 잘했지만, 3명 중 단 1명만 채용된다고 했다.


딱 1명!!


집에서 완성된 김밥도 매일매일 늘어 냉장고는 더 이상 김밥이 들어갈 공간이 없었다. 예쁘지 않은 김밥을 시부모님께 드리는 건 정말 고민이 되었지만.. 이 귀한 재료로 만든 김밥을 누구에게 줄 수 있다는 말인가.. 친구들도 너무 멀리 있고, 부모님도 너무 드셔서 이젠 그만 드시고 싶다고 하셨다..


그렇게 시작된 내 김밥집 첫 알바는 결국 일주일을 넘기지 못했다.


혼자 일해야 하는 김밥집이었기에 나와 함께 경쟁하던 다른 친구가 합격을 했다..


한동안 위축되고 초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지금 센터도 잘되고 강의까지 바쁘면서, 왜 김밥집 아르바이트까지 한 거야?"

"... 그러게.."

" 좀 쉬면서 일해."

" 응.. 미안.."


친정부모님은 미친 게 아니냐고 하셨지만, 난 아직도 많은 일을 경험하고 싶고, 해내고 싶었다.


새로운 경험과 설렘, 긴장은 생활에 활력을 주기도 하고, 도전정신을 발휘하게 된다. 그렇기에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충실하다면 하고 싶은 일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김밥집 알바 장점


1. 정해진 레시피대로 하면 되기 때문에 익숙해지면 속도가 붙어요

→ 체계적인 작업 흐름을 배울 수 있어요.


2. 체력과 끈기를 기를 수 있어요
→ 반복된 업무 속에서 인내력, 버티는 힘이 생김!


3. 일의 흐름, 조리 타이밍을 감각적으로 익히게 돼요
→ 직장생활에도 연결되는 ‘눈치’와 ‘순발력’ 향상


4. 성실함, 책임감 강한 이미지로 인정받기 쉬워요

→ 사장님이 오래 함께하고 싶어 하는 알바가 됨!


5. 조리나 음식 관련 진로가 있다면 실제 경험을 미리 쌓을 수 있어요





김밥집 알바 단점


1. 뜨거운 국물, 불 앞에서 일하다 보면 체력소모가 커요
→ 여름엔 특히 더 덥고 땀이 많아져요.


2. 점심·저녁 피크타임에는 ‘전쟁터’처럼 바빠요
→ 정신없고 실수도 잦아질 수 있어요.


3. 칼질·튀김·면 삶기 등은 숙련되지 않으면 위험할 수 있어요
→ 초반엔 안전 교육을 꼭 받아야 해요!


4. 기름때, 냄새, 옷에 밴 향 때문에 피로감이 생기기도 해요


5. 단순 반복 업무로 인해 흥미가 떨어질 수 있어요
→ 익숙해진 후엔 지루함 느끼는 경우도 있음


6. 작가처럼 손이 느리거나 똥손이면.. 아르바이트 짤림..





김밥집 알바 주의사항


1. 조리기구 사용 시 화상, 베임 주의!
→ 반드시 고무장갑/장화/앞치마 착용


2. 면 삶는 시간, 우동 육수 농도 등 ‘타이밍’이 핵심이에요

3. 김밥은 깨끗한 손, 정돈된 재료 배치가 매우 중요해요
→ 비주얼과 위생은 판매에 직결!


4. 재료 손질은 미리미리, 바쁠 땐 손이 느리면 눈치 보일 수 있어요


5. 주방 청결은 기본 중 기본! 매장 평가에 직접 영향을 줘요


6. 손님 많아지면 실수할 수 있으니 ‘차분하게 반복 연습’ 필요


7. 퇴근 전에는 뒷정리까지 완벽하게 마무리해야 해요




김밥집 알바는 이런 친구에게 추천해요!!

체력은 있는 편이고, 움직이는 걸 좋아하는 친구

눈치 빠르고, 손 빠른 편인 친구

장사나 요식업에 관심 있는 친구

책임감 있게 일하는 걸 잘 해내는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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