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내가 무얼 좋아하는지 모르겠어.
내년이면 고등학교에 입학할 큰 아이는 요즘 종종 이렇게 말한다. 앞으로의 입시는 고등학교 1학년부터 진로의 방향을 정해 과목 선택부터 미리 고민해야 하는 한다. 주변을 보면 되고 싶은 것, 하고 싶은 일이 명확한 아이는 가뭄에 콩 나듯 한다. 해야 하니까 하지만 왜 하는지, 무엇을 위해서 하는지 모른 채 달리고만 있는 아이들이 많다. 내 아이 또한 그러하다. 아이의 걱정 어린 말에 이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엄마도 너만 할 땐 그랬어."
넷플릭스에서 러닝머신용 영상을 고르다 "파이널 드래프트"라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 다시 한번, 꿈을 향해 >라는 슬로건 아래 한때 정점에 섰던 다양한 종목의 전직 프로 선수들이 모여 3천만 엔을 걸고 경쟁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출전한 사람들은 선수로서의 정점의 나이를 지났고, 대부분 생계를 위해 다른 일을 하고 있었다. 어릴 때부터 운동 하나만 바라보고 살았던 선수에게 '운동'이 사라져 버리게 되었을 때 그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몇 번의 경기 후 출전자들이 모닥불 앞에 모여 서로의 경험과 생각을 나누었다.
정말 좋아하고 열심히 하던 무언가를 갖고 있던 사람에게서 그 대상이 사라졌을 때 느껴질 막막함. 하지만 남은 인생을 위해, 무엇보다 생계를 위해 제2의 인생을 다시 시작해야 할 것이다. 새롭게 해보고 싶고 좋아하는 대상이 또 한 번 생긴다는 것은 축복할 일이다. 하지만 전직 보디빌더였던 선수가 그것이 밥벌이로 이어질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토로했다. 그러자 전직 복싱 선수가 후배의 이야기라며 전해준 이야기가 나에게 작은 울림을 주었다.
진짜 하고 싶은 걸 찾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 그건 쉽게 찾을 수 있는 게 아니거든.
예를 들어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다가 그게 하고 싶은 일이 되는 경우도 있어. 그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 그러니까 일단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 보고 그게 하고 싶은 일이 되는 것도 멋진 일인 것 같아.
< 파이널 드래프트 > 중
큰 아이는 아마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아는 사람으로 자랄 것이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만 빛의 속도로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고됨과 슬픔을 감내하고 성취와 기쁨을 오롯이 느끼는 본인의 삶을 살아낼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그것을 찾지 못한다고 해서 망망대해에 떠있는 배처럼 방향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 불평 대신 노력을 쏟아볼 줄 아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좀 더 자란 아이에게 등을 토닥이며 이런 말을 해줄 날이 오겠지. 그땐 지금보다 조금은 나은 세상이 되어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