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지금을 누린다는 것에 대한 감사함을
집 앞이 소란스러워지는 계절이 왔다. 베란다 창문을 열면 코앞에 있는 작은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모여 신나게 노는 소리가 집안으로 비집고 들어온다. 낮에만 가끔 들리던 소리가 해 질 녘이 되어서도 이어지는 때가 되면 봄이 왔다는 얘기. 삼삼오오 모여 신나게 뛰노는 아이들의 모습은 참 예쁘게 반짝거린다.
놀이터도 있지만 이 계절 더 예쁜 건 오랜 시간 동안 커다랗게 자란 벚꽃나무도 있다. 동네 골목길 여기저기에 벚꽃나무가 많이 있어 여의도까지 수고스럽게 갈 필요도 없이 봄날의 예쁜 벚꽃을 즐길 수 있다. 집 앞에 있는 나무는 키도 크고 가지도 풍성해 이 계절 그 나무를 보면 누구랄 것 없이 감탄사를 내뱉는다. 지금이 딱 그 계절이다.
보통 개나리와 진달래, 목련이 다 피고 나면 벚꽃이 그 자태를 자랑하고는 했다. 그런데 올해는 사진 하나에 개나리와 목련과 만개한 벚꽃이 다 담겼다. 기상청은 서울 벚꽃 개화일을 3월 29일로 확정했는데, 이는 작년보다는 엿새, 평년보다는 열흘 이른 시점이라고 한다. 며칠 동안 낮 최고기온이 20도를 넘나들더니 벚꽃들이 봄 지각생인양 빠르게 피어버린 것.
토요일인 어제 비예보가 있던 터라 만개한 벚꽃이 다 떨어져 버리기 전에 아이들과 집 앞 벚꽃길을 함께 걸었다. 오랜만에 하교하는 시간에 맞춰 마중을 나가 아이들을 만났다. 하늘은 맑고 햇살은 찬란했다. 벚꽃을 즐기기에 딱 알맞은 오후 3시 30분. 흐드러지게 핀 꽃들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몽글몽글하다. 옆 아파트 단지에서 시작하는 벚꽃길을 따라 어느 때보다 느린 발걸음을 함께 맞추며 걸었다.
늘 만나면 반갑게 인사하는 집 앞 멋진 카페에도 아이들과 처음 들렀다. 커피도, 꿀 살구케이크도 참 맛있어서 친구들이 오면 늘 데려가는 집인데 아이들과는 한 번도 오지 못했던 터. 평소엔 살찐다며 간식은 잘 먹지 않으려고 하는 큰 아이가 웬일로 그러자고 해서 냉큼 들어갔다.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시원한 커피와 케이크 두 조각을 시키고 창문 밖 벚꽃을 감상한다. 우유까지 함께 내주시는 사장님의 배려가 이 봄날 온도를 1도 더 올려준다.
"난 정말 집순인가 봐. 벚꽃이 절정이라고 해도 나가서 봐야 한다는 생각이 안 들더라."
점심즈음 함께 마트를 다녀로는 길에 큰 아이가 우수수 떨어지는 벚꽃 잎을 보며 말했다. 사춘기의 터널을 막 빠져나가고 있는 아이답게 시니컬한 느낌. 이런 아이에게 나는 떨어지는 벚꽃 잎을 잡으면 첫사랑이 이루어진다며 호들갑을 떨었구나.
매일 조금씩 그 시절만이 가진 아름다움을 느끼게 될 것이다. 더웠다 추웠다 비바람이 불었다 늘 변하지만 결국 다시 봄이 오고 벚꽃은 흐드러지게 핀다는 것에 대한 안온함을 저 아이도 점점 느끼게 될 것이다. 그 어느 봄날 훌쩍 큰 아이와 또 벚꽃을 보러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