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 텐데'로 모든 맛집을 웨이팅 시켜버린 성시경과 '고독한 미식가'로 혼밥러들에게 자유를 준 맛찌개(마츠시게 유타카)님이 만나버렸다, 넷플릭스에서. <미식가 친구의 맛집 : 미친 맛집>이다.
먹방을 보며 밥을 먹는다거나 대리만족을 느낀다는 말들을 잘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 프로그램으로 그것에 대한 생각이 180도 달라졌다. 나는 '미친 맛집'과 사랑에 빠져버렸다.
성시경은 맛에 대한 그의 기준과 해박한 상식으로 맛찌개 아저씨께 한국의 음식에 대해 설명해 준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맛있어할 수밖에 없는 음식들을 일본인도 맛있게 즐기는 것을 보면 왠지 모르게 뿌듯함까지 느껴진다. 성시경이 일본에 갔을 때 또한 마찬가지. 그는 모든 음식을 정말 맛있게 먹는다. 미각을 총동원해 맛있게 먹을 뿐만 아니라 그 음식과 맛에 대한 설명을 기가 막히게 해 준다는 점에서 시청자에게 맛을 200% 더 풍부하게 느끼게 돕는다.
한국 맛집의 음식을 한국인이 먹고, 일본 맛집의 음식을 일본인이 먹으면 맛을 표현하는 방식이 예측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반대의 상황이 되니 '아, 저 맛을 저렇게 느낄 수도 있구나. 저런 느낌이 들 수 있겠네.'싶은 생각이 든다. 그러면 그들이 맛있게 먹는 그 음식이 더 궁금해지고,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그러면 또 엄청난 웨이팅이 생길 것이고. 그러면 또 먹기 힘들어질 것이고. 악순환인가.
프로그램은 현재 시즌5를 방영 중이다. 시즌2를 넘어가니 점점 성시경은 대부분의 음식을 어울리는 술과 함께 즐기고, 맛찌개 아저씨는 그런 그에게 회식을 하고 온 아버지의 냄새가 난다고 했다. 본인이 직접 술을 만들 정도로 애주가인 성시경은 술도 정말 맛깔나게 마신다. 소주, 맥주, 사케, 와인, 위스키 종류도 다양하게 페어링 되어 나오는 술과 함께 즐기는 맛있는 음식이라니. 환상적이잖아. 그런 성시경은 몇 년 전부터 금주를 하고 있는 맛찌개 아저씨께 한 입만 드셔보라고 종종 권한다.
이 구도가 재미있는 이유가 바로 이점이다. 만약 연배가 훨씬 높은 맛찌개 아저씨가 금주를 한 성시경에게 '이 음식과 이 술을 같이 먹지 않는 것은 죄악이야.'라며 술을 권했다면 얼마나 불편했을까. 술을 종종 즐기는 나로서는 성시경이 늘 음식과 어울리는 술을 맛있게 먹는 것을 보면 고개를 주억거릴 수밖에 없다.
"저렇게 먹고 마시면 맛이 없을 수가 없잖아!"
그들이 이렇게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음식과 사람과 추억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큰 이유 중의 하나는 성시경이 일본어 회화실력이다. 그는 40대에 독학으로 일본어 1급을 딸만큼 몰입해서 공부에 매진했고 거의 원어민이라고 할 정도의 일어실력을 갖추게 되었다. 사실 <미친 맛집>은 맛집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지만 두 미식가가 음식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와 서로의 철학과 생각을 나누는 이야기가 프로그램을 더욱 풍성하게 해 준다.
시즌4를 보고 있는 지금 나는 성시경이 추천한 와인을 마시며 맛찌개 아저씨가 쓰신 책을 읽고 있다.
초급일본어 월간지를 주문했고, 듀오링고를 결제했다.
정말 미친 맛집이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