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의 시간을 오롯이 즐길 줄 알게 되면서부터인 것 같다. 다른 사람과 너무 가까워져 버리는 것에 대한 불안함이 생긴 것이. 오래 보고 싶은, 앞으로도 쭉 만나고 싶은 사람이라면 더욱 그 거리를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잃어버릴까 하는 두려움, 인연이 아니어버리게 될까 하는 걱정. 그래서 나에게 '너와 나의 거리'는 필수이다.
아이들이 어릴 적에, 나도 지금보다 좀 더 젊을 적엔 타인과 가까워지는 것에 대한 주저함이 없었다. I이지만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는 E가 되곤 하는 성격인 나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했다. 그러다 보면 그중에서도 빨리 친해지는 사람이 생기기 마련. 성격도 외모도 비슷했던 동네 친구와 급속도로 친해졌고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며 우리만의 추억을 쌓았다. 하지만 꽤나 오랜 시간을 함께 했어도 멀어지는 것은 친해지는 속도만큼이나 빨랐다. 그때의 나는 여러모로 미성숙했다. 시간이 꽤나 흐른 지금 그때를 생각해 보면 친구에 대한 아쉬움보다 나 자신에 대한 실망감이 훨씬 크게 다가온다.
그 이후로 코로나가 보통의 일상을 집어삼켰다. 타인과의 접촉이 합법적으로 금지되었던 때였다. 이전에도 책을 좋아하긴 했지만 예전에는 아이들의 책을 사주고 읽어주기 바빴다. 하지만 아이들도 제법 자라서 내가 좋아하는 책들을 하나둘 읽을 수 있었고, 지금까지도 내 하루를 채워주는 좋은 취미가 되었다. 여러 분야 사람들의 생각과 글을 읽으면서 나를 돌아본다. 그렇게 나만의 시간을 모래알처럼 빼곡히 쌓아갈 수 있었고, 그 이후부터는 타인과의 건강한 거리를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타인과의 거리 안에서 나만의 시간을 건강하게 채우는 것에 대한 고마움을 알아가는 나이가 된 것 같다. 내 마음이 건강해야 다른 사람과도 건강하게 만날 수 있다.
나는 사람의 성격도, 노래하는 목소리도 건조한 것을 사랑한다. 건조하고 서늘한데 그 수면 아래로는 시큰시큰한 열감이 스민 느낌. 대수롭지 않게, 무심하게, 그러나 혼자 조용히 많은 것을 겪은 사람만이 가지는 의연함이 있다.
< 글을 쓰면서 생각한 것들 > - 임경선 -
내가 좋아하는 것은 건조함이었구나.
하지만 건조하기만 하면 가벼워진다.
그 아래 보이지 않는 시큰한 열감.
그 두 가지가 공생하는 사이.
눈앞으로 그렇게 오래도록 함께 지내고 싶은 좋은 사람들의 얼굴이 스쳐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