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까지 온다고

by 심바

나는 아무래도 콜포비아가 있는 사람이다라고 밖에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며느라기 시절 일주일에 두세 번 꼬박꼬박 시부모님께 걸었던 안부전화, 연애시절 애가 닳았던 내 귀의 캔디 같은 연인과의 전화를 제외하면 주기적인 전화통화는 내 인생에 없었다. '남의-집-딸들은-부모한테-매일-아침-전화해서-다정하게 얘기도-잘-한다던데' 같은 딸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건지. 내 아이들과도 전화를 할 일은 거의 없다. 카카오톡이 그 자리를 완벽히 대체하고 있으니까. 그리고 이젠 짜장면을 시킬 때도 전화가 필요한 시대는 지났다. 수많은 콜포비 아러들을 살린 배달앱이여. 감사합니다.






그리 달갑지 않은 전화 중 0.1초 만에 미간에 주름을 지게 만드는 건 바로 '스팸전화'. 요즘엔 후스콜이나 후후 같은 스팸전화 차단앱으로 누가 전화를 했는지, 어떤 종류의 전화인지 알 수 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불법은 꼼꼼하다. 사용자들이 받아보고 등록하는 스팸전화의 수보다 그들이 새로 만드는 번호가 더 많은 모양이다. 아직도 발신자가 누구인지 표시되지 않는 전화가 걸려오는 걸 보면.



그들은 전화기 속에만 있지 않다. 한동안 인스타그램에서 예쁘고 잘생긴 프로필 사진의 외국인이 DM을 보내 나는 누구고 너는 누구며 궁금하니 우리 곧 만나자 하는 류의 로맨스 스캠이 많았다. 이런 걸 누가 믿어 싶지만 때마침 마음이 공허하고 일상이 외로운 사람이 이런 메시지를 보면 마음을 나누고 싶어 진다고. 사기와 기만이 관심과 사랑의 얼굴을 하고 다가오면 대책 없이 빠져버리게 되는 거지.



아직은 일주일에 3번 내 글을 써내는 것만으로도 벅차서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읽을 마음의 여유가 없는 초초보 작가라 내가 쓴 글의 댓글이 귀하다. 글을 읽어주고 댓글을 써주는 행위 자체가 얼마나 소중한가. 그런데 최근 나의 몇몇 글에 글을 잘 읽었다는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글이 고맙고, 종종 읽으러 오겠다는. 처음에는 진짜인 줄 알았다. 나는 브런치에서 마음이 공허하고 일상이 외로운 사람이 되어버렸다. 이 댓글을 보라. 무려 어제 달린 따끈한 댓글이다.







읽는 사람보다 쓰는 사람이 더 많아진 시대의 소중한 글쓰기 플랫폼인 브런치에까지 그들이 침투했다.

어쩜 저들의 대장은 다크심리학의 전문가인지도 모르겠다. 인간이 어떤 지점에 외로워지고 위로를 원하는지 귀신같이 알아채고 그 틈을 파고든다.


모두들 조심하세요. 저들이 여기까지 왔어요!!!

월, 수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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