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태를 먹을 땐 맥주, 향긋한 미나리 전을 구우면 막걸리, 겨울 대방어와 해삼엔 화이트와인이나 소주 그리고 레드와인은 공기가 안주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잘 어울리는 주종을 늘 챙겨 상에 올린다. 그리고 식전에 준비한 술을 먼저 한잔 천천히 마신다. 준비하는 자의 특권이랄까. 싸르르한 존재감을 과시하며 식도를 타고 흐르면 입맛이 배가 된다. 내 기준이다.
餃子と ビール は、文化です
넷플릭스의 '미식가 친구의 맛집' 시즌5 1화에서 새로운 미식가친구 미요시 아야카와 함께 간 일본의 유명 교자 전문점인 '니쿠지루 교자노 단다단(肉汁餃子の ダンダダン)'의 슬로건이다. 교자와 맥주는 문화다. 세상에 저걸 누가 지었을까. 암요, 문화고 말고요. 프로그램에서 성시경도 이건 문화이니 한 잔 더를 외쳤다. 기름과 육즙의 콜라보인 교자를 맥주 없이 먹는다는 건 상상조차 불가능한 일이다. 이것 또한 내 기준이다.
맥주도 좋아하지만 요즘 점점 더 좋아지게 된 술은 도수가 높은 것들이다. 한두 잔으로도 입맛과 기분을 돋우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막입이라 이것저것 딱히 가리지 않는다. 도수 높은 중국술들이나 코스트코에서 산 위스키정도면 충분하다.
남편과도 이런 입맛이 잘 맞는 편이라 가끔 둘이 같이 저녁을 먹을 때면 자주 저녁 메뉴에 어울리는 술들을 페어링 한다. 퇴근하고 집에 왔는데 다시 나가야 하는 일은 정말이지 '귀찮은 일 best 3'안에 드는데, 같이 곁들일 술이 없을 땐 이렇게 나가는 일도 불사한다. 세상 귀찮음을 맛있는 술 먹고 싶음이 이기는 순간.
내면소통의 김주환 교수님께서는 술을 간장종지에 찍어 먹으라고 하셨지만 흐음. 그렇게 먹으면 맛이 없어요. 맛이 없음으로써 금주를 실현하라는 뜻이라고 하신다면 할 말 없지만.
주변에도 술을 즐겨하는 사람들이 점점 줄고 있고, 사실 나조차도 예전에 비하면 그 양이 무척이나 줄었다. 간이 나이먹음을 티 내기도 하거니와 내일 할 운동에 지장을 주는 게 느껴지기도 해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직도 한 잔(사실 여러 잔) 술이 좋다. 그 맛을 오래도록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가장 선호하는 안주는 대화다. 좋아하는 친구들과 얘기를 주고받는 게 사실은 술보다 더 좋다. 그렇기에 가장 선호하는 주종은 또다시 맥주가 된다. 이때 맥주는 너무 맛있으면 안 된다. 여기서 '맛있다'는 말은 너무 화려한 풍미가 있거나 복합적인 향이 가득해서 맥주를 음미하는 데에 주의를 빼앗길 정도가 된다는 뜻이다. 대화가 좋은 안주일 때 곁들일 맥주는 단순하고 깨끗한 맛의 라거가 좋다. 마치 맑은 차를 마시듯, 간간이 목을 축이고 적당히 조금씩 취기를 더해가야 하기 때문이다. 여러 잔 마셔도 부담 없는 가격이어야 한다는 점도 중요하다. 그래야 오랜 시간 술에 신경 쓰지 않고 즐거운 대화를 나눌 수 있을 테니까.
< 말하기를 말하기 > - 김하나
맥주 맛에 대한 기준까지 명확한 작가님의 글을 읽으며 자연스레 픽 웃음이 났다.
맞아, 수제맥주집에서 '니 맥주맛은 어때? 나도 한 모금만. 다음엔 무슨 맛 마셔볼까?' 하다가 필름이 끊겼던 그 어느 날이 떠오른다. 대화라는 안주를 즐기려면 라거를 마실 것. 세상엔 알아야 할 것이 천지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저녁 맥주 한잔 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