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 3일 같은 1박 2일 주세요

by 심바

그녀에게서 답장이 왔다. 너무 짧게 다녀와서 아쉬움이 그득했던 대구행(그마저도 아이가 독감에 걸려 조퇴를 한다는 전화를 받았다지)에 대한 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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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1박 2일이라는 시간을 내어 서울에 온다고 했다.

그녀는 세 아이의 엄마인데... 아이들이 많이 자랐다 해도 쉽지만은 않은 나들이다. 귀하디 귀한 그녀의 시간을 행복으로 꽉 채워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산책달의 5번째 모임이 있는 날이었다. 5월의 목적지도 4월과 같이 관악산에 가기로 했던 터라 그녀에게 물었다. 요즘 힙한 산이라고, 같이 하시지 않겠냐고. 무려 축구를 하는 그녀의 답은 들으나마나, YES! 서울역에서 내리자마자 관악산에 가자며 얘기하다 별안간 목적지를 남산으로 변경했다. 생각보다 이동에 시간이 많이 걸렸기 때문. 남산은 서울역에서 금방인 데다, N서울타워 사진도 한 장쯤 남겨보고 싶다는 그녀의 말에 고민할 것도 없이 변경했다. 새로 생긴 남한 하늘 숲길 데크를 따라 타워로 올라가기로 했다.



그녀가 오기 전, 산책달 멤버들은 AI와 검색으로 이동경로와 식당과 커피숍까지 루트를 정해두었다. 최대한 낭비되는 시간 없이 멋짐으로 꽉 채운 나들이를 만들어주고 싶었다. 하지만 어디 사는 게 마음대로 되던가. 한 명밖에 없는 J친구가 피로한 틈을 타 나머지 P들이 하고 싶은 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침도 제대로 못 먹고 남산을 올라 출출해진 우리들은 '남산에 갔으면 돈가스는 먹고 와라'는 그녀의 남편의 지령을 받들어 원조 돈가스집으로 목적지를 바꿨다. 빈대떡과 타코 안 먹으면 뭐 어때!



그렇게 P들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계획은 바뀌라고 있는 거라지. 찾아두었던 힙한 커피숍대신 친구가 자주 갔다던 커피집을 향해 30분을 가까이 걸었다. 그 길이 또 너무 예뻤던 거지,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걸었으니까. 친구는 흡사 우리들의 연예인. 모두들 그녀의 사진을 찍어주느라 여념이 없다. 레몬색이 잘 어울리는 그녀가 웃으면 주위가 환해졌다.



저녁 출근한 나를 위해 사무실 근처에서 마사지를 야무지게 받고 식사를 하러 온 친구들. 저녁 식사시간을 틈타 그녀들을 만나러 다녀오기도 했다. 입사 이래 가장 신나는 저녁식사시간이었다. 점심때쯤 서울에 도착한 친구의 첫째 날 일정이 이렇게 끝나가고 있었다. 칫솔과 치약을 두 손에 고이 들려주고 내일 아침에 만나기로 했다. 잘 자, 친구!



다음날 아침 퇴근을 하고 그녀를 만나 집으로 향했다. 그녀가 하고 싶었던 두 번째 리스트, 한강러닝을 위해. 그녀 또한 이미 마라톤 유경험자. 하지만 약간의 다리 부상으로 조심하는 중이라고 했다. 천천히 달려도 우린 같이 달리기만 하면 되니까! 밤늦게까지 열심히 놀고, 아침 일찍부터 달리려고 모인 우리들. 산책달 이름값 제대로 한다!






알게 된 지는 이미 몇 년도 지난 친구들.

이제야 조금은 더 깊이 알아가는 느낌이다.

이야기에 귀 기울여 오가는 너와 나의 말들이 더욱 농밀하다.

배려는 자연스럽고 고마움은 무겁지 않다.

그렇게 다음이 또 기다려진다.

월, 수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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