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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처 Apr 04. 2023

다시 봄,

  겨우내 잠자지 않고 먹지 않았다 늙지도 않고 진공의 집에 보관되었다 겨우내 앓았다 아득한 곳에서 무슨 소리가 들려와 어슬렁거리며 무덤을 빠져나왔다 길가엔 봄까치꽃, 장다리, 사위질빵이 무성하고 도랑엔 콸콸 물이 흐르고 모스부호를 생성하는 모호한 햇살 속에서 내가 아닌 것 같은 나를 본다 헛간엔 지난해 피었다 사라진 환영들로 가득하고 벗어놓은 그림자 엉기성기 기워입고 나왔는데 어둠에 친한 눈을 찔러대는 빛 목덜미에 칼집을 넣는다 왼쪽 가슴께로 통증이 파고든다 자갈밭에 주저앉는다 돌멩이, 비닐봉지, 빈병 같은 의혹들을 토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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