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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처 Apr 04. 2023

  폭설

  한 편의 영화가 끝나고 스크린 아래로 내려오는 이름처럼* 내린다 그 모든 이름들을 밟으며 간다 귓바퀴에 차곡차곡 쌓이는 저주파 귀먹어 들리지 않는데 그렇지 폭설은 결혼처럼 발목을 묶기도 하지 식탁에 둘러앉아 저녁을 먹는데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생각들의 근친상간 폭언이지 파쇄기에 갈리는 서류뭉치처럼 눈이 내리고 사냥에 실패하고 돌아온 혈거인처럼 나는 잠의 동굴로 푹푹 빠져들고 큰 짐승의 발자국을 찍으며 누가 오고 있는데 마루 끝에서 그는 천천히 눈을 터네


  온 세상에 찔러 넣는 강력한 백신 



             *'피아노악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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