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8월 1일 목요일 날씨 맑음
중국 핸드폰을 개통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차이나 모바일 대리점을 찾았다. 분위기를 보니 외국인이라 동네 대리점에서는 안 되고 거리가 먼 큰 곳으로 가야 한다는 것 같았다. 직원이 포스트잇에 우리가 가야 할 곳의 주소를 적어주었는데, 우리는 핸드폰 카메라가 인식할 수 없는 글씨로 쓰인 종이를 들고는 길을 찾아갈 수 없는 까막눈. 염치없는 김에 택시를 호출할 수 있도록 핸드폰 지도에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여러 번의 음성 인식 끝에 성공, 직원의 친절함이 정말 감사했지만 고마운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나의 중국어가 짧아서, 고마움을 표한 할 수 있는 말이 하나밖에 없어 무척 송구스러운 마음이었다. 씨에씨에.
큰 대리점에 가서 핸드폰을 개통하러 왔다고 하니 안내 직원이 1번 창구로 가면 된다고 했다. 창구 앞으로 갔더니 대기하는 사람들은 모두 번호표를 손에 들고 있다. 대체 번호표는 어디서 뽑는 거지? 번호표 뽑는 곳을 못 찾아서 번호표를 들고 계신 아주머니한테 가서 번호표를 가리키며 ‘그거 어디 있나요?’를 거듭 물었다. 샬라샬라 어쩌구 저쩌구… ‘죄송합니다, 제가 한국인이라서요.’ 그랬더니 나에게 81번 번호표를 주셨다. 괜찮다고 사양하니까 본인은 80번이 하나 더 있다고 보여주셨다. 와우! 감사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핸드폰을 개통하고, 81번 번호표를 행운의 복권처럼 소중하게 손에 쥐고 왔다. 번호표와 함께 이곳에서 잘 살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을 덤으로 얻은 기분.
핸드폰을 개통한 곳은 구도심 같은 느낌이라 음식 난이도가 높을 것 같아 점심을 먹기 위해 쇼핑몰로 이동했다. 피자를 먹고 싶다는 아이들의 의견에 따라 점심 메뉴는 피자 당첨. 제일 베스트 메뉴인 치즈 피자를 시키려다 혹시 몰라 번역기를 열어봤더니 그것은 치즈 피자가 아니라 두리안 피자였다. 어후 큰일 날 뻔. 메뉴를 주문하는데 이것도 안 먹겠다, 저것도 안 먹겠다, 시큰둥한 남편의 태도에 억누르고 있던 화가 터져서 결국 참고 있던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이곳에 정 붙이고 살기 위해 나는 애써 좋은 것만 보고 좋은 점만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고 있는데 옆에서 자꾸 김 빠지게 하니 기껏 힘을 낸 나의 마음이 가엾어졌다. 한숨을 푹 내쉬고 있는 대로 감정을 표출하고 났더니 좀 살 것 같았다. 너무 씩씩하려고 애쓰다 보니 마음이 힘에 부친 모양이다. 적당히 해야지.
드디어, 우리가 살 집이 생겼다. 집도 없이 무작정 애들까지 줄줄 데리고 중국에 왔더니 불쌍히 여겨 우리가 한국에 있을 때보다 일을 빠르게 처리해 주는 것 같다. 생각보다 집이 작아 놀라긴 했는데, 그보다 더 놀라운 건 우리가 첫 입주라는 것. 작아서 아쉬운 마음보다는 새 집이라는 데서 오는 행복감이 컸다.
집이 생긴 기념으로 저녁에는 한식당에 가서 소고기를 구워 먹었다. 넷이서 배부르게 먹었는데도 7만 원, 중국의 착한 물가가 이곳에서의 생활 만족도를 높여주는 데에 크게 일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