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화. 도시의 아침에는 비밀이 많다

#다양한 성 정체성을 지닌 사람들

by 전태현 작가
ChatGPT Image 2025년 6월 25일 오전 08_41_46.png

동생이 오려면 커피를 준비해도 20분은 걸릴 터였다.



현관문을 열어두고 다시 침대에 누웠다.



브래지어가 갑갑해 풀어두고, “문 열어놨어”라고 문자만 남긴 채,

팬티만 입은 채로 깜빡 잠이 들었다.



피로 때문인지 깊이 잠이 들었고,

꿈속에서 벌레 같은 것이 몸 위를 스멀스멀 기어다녔다.



특히 가슴과 목덜미 주변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꿈이 아니었다.



눈을 뜨자 동생이 침대 옆에 앉아 내 몸을 더듬고 있었다.

내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고, 놀란 기색으로 얼른 손을 거두었다.



“언제 왔어?”
“방금…”
“근데, 너 왜 내 몸 만졌어?”




동생은 당황한 얼굴로 대답했다.
“언니가… 너무 예뻐서… 나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




나는 당황스러웠다.
“너, 혹시 여자를 좋아하니?”



“…그런 것 같아.”
“좋고 아니고지, ‘같아’는 뭐야.”



“아직 나도 헷갈려. 언니를 보면 가슴이 뛰고 설레.”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치 현실이 아닌 듯 느껴졌다.




“여자친구 있어?”
“없어. 그런데 내 성향은 알고 있어.”
“언제부터였어?”



“아이 낳고 산후우울증이 심했을 때…

여탕에 갔는데 여자 몸을 보고 나도 모르게 흥분이 됐어.



화장실 가서 혼자 감정을 정리하곤 했지.

그래서 이후로는 공중목욕을 피했어. 언니, 나… 이상한 사람이지?”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그럴 수도 있어.”

동생은 망설이다 말했다.



“사실 언니랑… 사랑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어.”


충격적인 고백이었다.

하지만 더는 묻지 않았다.

그러자 동생이 갑자기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언니, 부탁 하나만 해도 돼요?”
“왜 존댓말이야. 뭔데?”
“내일… 언니랑 모텔 가서 커피 마시고 놀고 싶어요.”



나는 어처구니가 없어 물었다.
“집에서도 놀 수 있는데 굳이 모텔을 왜?”


“나쁜 뜻은 아니에요. 그냥 언니랑 둘이 있어보고 싶었어요.”



난처한 부탁이었다. 하지만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알았어. 그럼 찜질방 간다고 알리바이 잘 만들어놔. 너 남편은 내가 말해놓을게.”



“네, 언니. 그럼 내일 아침 9시에, 차로 데리러 갈게요.”


다음 날, 나는 운동복 차림에 목욕 바구니를 들고 나섰다.

동생은 정장 차림이었다.



“어디 가니?”
“언니랑 모텔이요.”
“복장은 왜 이래?”



“그냥 이렇게 입고 싶었어요.”

말은 안 했지만, 이상하게 긴장됐다.

모텔에 도착해 냉커피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동생은 유난히 밝아 보였다.

목욕을 준비하겠다고 나섰고, 나는 땀도 흘리고 더웠던 터라 욕조에 몸을 담갔다.



샤워를 마치고 나니, 동생의 몸도 처음으로 보게 되었다.

170cm의 키에 군더더기 없이 탄탄한 몸매이다.



생머리를 올려 묶은 채 나오는 모습은 남녀를 불문하고 시선을 끌만했다.

“운동 오래 했구나?”
“네. 10년 넘었어요.”
“피부도 정말 좋다.”



서로 등을 밀어주며 목욕을 마치고,

다시 냉커피를 나누었다.

그때 동생이 말했다.




“언니, 영상 보실래요?”

나는 웃었다.
“그런 건 본 지 오래됐어.”



TV에 연결된 영상이 시작되었다.

나는 시선을 돌렸다. 그 와중에도 동생은 내 발을 마사지해주었다.



솜씨가 능숙했다. 종아리에서 허벅지로,

허리로 올라오는 손길에 불편했지만 애써 무시했다.




그러다 잠시 졸았고, 문득 정신이 들었을 때, 동생은 내 몸을 더듬고 있었다.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놀랍게도, 내 몸은 반응하고 있었다.

한참이 지나고, 나는 결국 일어났다.



“그만하자.”

동생은 묻듯이 말했다.
“언니… 화났어요?”




“아니… 그냥… 내 자존심이 좀 상했어.”



서로 말없이 모텔을 나왔다. 나는 차에서 내리며 말했다.



“당분간 연락하지 말자. 너 얼굴 볼 자신이 없어.”



그날 이후 동생에게서 연락은 오지 않았다.

시간이 흐른 뒤, 알게 된 사실이 있었다.



동생은 예전부터 여성과 연애를 했었고,

내가 동생과 시간을 보냈던 그 시기는 이별 후의 공허한 시기였다고 한다.

동생은 레즈비언 이었다.



나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나에게는 충격이었다.



하지만 돌아보면, 그 모든 혼란을 감당해낸 나 자신에게도 조금은 위로를 보낸다.


세상엔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감춰진 상처와 사연이 있다.



성소수자도,

결국 우리와 다르지 않은 사람이라는 걸 그제야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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