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화.도시의 아침에는 비밀이 많다

#《빗물처럼 스며드는 마음》

by 전태현 작가
ChatGPT Image 2025년 6월 29일 오후 12_12_20.png

며칠 전의 그날 이후, 시간이 조용히 흘렀다.




평소처럼 남편은 퇴근 후 뉴스를 보며 소파에 앉아 있었고,

나는 저녁상을 치우며 하루를 정리하고 있었다.

그때 남편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화면엔 동생의 이름이 떠 있었다.

“어, 무슨 일이야 이 밤에?”

남편은 스피커폰을 켜고 받았다.




“그냥요, 형부 목소리 듣고 싶어서요. 언니 바꿔주세요.”



남편은 슬쩍 나를 바라봤다.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형부, 언니랑 맥주 한잔해요.

오늘은 제가 사고 싶어요.”


그날 밤, 우리는 셋이 동네 호프집에 앉았다.

남편은 청바지에 편한 셔츠 차림,

나는 가벼운 원피스에 샌들을 신었다.



동생은 밝게 웃으며 먼저 도착해 있었다.
맥주와 안주가 놓이고, 이야기꽃이 피었다.


남편은 동생을 예쁘다며 칭찬했고, 동생은 웃으며 나를 더 예쁘다고 받아넘겼다.

나는 웃었지만, 그 웃음 속에 작은 불안이 함께 피어났다.



술이 몇잔 돌고, 노래방 이야기가 나왔다.


“형부, 우리 노래방 가요.”



남편은 처음엔 당황한 눈치였지만, 이내 흔쾌히 따라나섰다.
나는 망설였다. 마음속에서 뭔가가 밀려왔다.



“여보, 나 먼저 갈게. 둘이 재미있게 놀다 와.”



남편은 노래방에서 간단한 안주와 술을 주문하고 먼저 자리를 떴다.
그 순간, 나는 동생과 단둘이 남겨졌다.



“언니, 기분 좋죠?”
“그냥, 좀 이상한 기분이야.”



노래방의 조명이 희미하게 번지는 가운데,

동생은 음악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나는 옆에서 조용히 박자를 맞췄다.




그녀는 노래를 멈추고 내 손을 잡았다.
“언니, 오늘은 그냥 편하게 있어줘요. 아무 일 아니에요.”



나는 말없이 손을 놓지 않았다.


그날 밤, 우리는 복잡한 감정 속에서 서로를 확인했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따질 수 없는 흐름이었다.



술 때문일까.? 외로움 때문일까.?

아니면 오래전부터 감춰온 감정의 스파크였을까.?



나는 그저 잠시 마음의 닻을 내려두고 싶었다.

집에 돌아왔을 때 남편은 소파에 기대 TV를 보고 있었다.



“둘이 잘 놀다 왔어?”
“그냥 노래 부르고 맥주 한잔하고 왔어.”



욕실 거울 앞에 선 나는, 오늘 하루가 꿈처럼 느껴졌다.



지금 느끼는 감정은 죄책감이나 후회가 아닌, 낯선 질문이었다.
나는 왜, 그녀의 눈빛을 외면하지 못했을까.?



왜, 내 마음은 점점 그쪽으로 기울어가고 있는 걸까.?

그날 밤, 남편은 내게 다가왔다.




나는 아무 말 없이 남편의 품에 안겨, 그저 가만히 눈을 감았다.



몸은 여기에 있었지만, 마음은 어디쯤인가 머물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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