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아침 8시의 여자
오빠는 나를 그렇게 불렀다.
‘목요일 아침 8시의 여자.’
일주일에 단 하루,
목요일이면 우리는 도심에서 조금 떨어진 외곽에서 만났다.
"금요일은 안 돼. 만약 그날 못 보면,
주말 내내 속이 타 죽을 것 같아."
그의 말은 진심 반, 농담 반이었지만 어딘가 설득력 있었다.
사실, 요일은 중요하지 않았다.
누군가를 그렇게 기다리는 마음이 있다는 것,
누군가를 위해 매주 같은 시간, 같은 장소로 향하는 습관이 생겼다는 것,
그 자체로 충분했다.
오늘은 호텔이 아니여서 더 행복하다.
오전 8시 30분.
그는 늘 같은 자리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작은 공원 근처, 주차장에 세워진 낡은 흰색 승용차이다.
차문을 열고 들어서자, 그는 나를 안아주었다.
그의 품은 여전히 단단했고,
체온은 여름 아침의 공기처럼 눅눅했지만…
이상하게도 위로가 되었다.
"요즘 잘 지냈어?"
"응. 당신 생각하면서."
"거짓말. 네 눈은 딴 데 가 있더라."
"진짜야. 나 요즘은 목요일만 기다리며 살아."
우리는 말없이 도심을 빠져나와 외곽 시골길로 향했다.
논과 밭, 이름 모를 작은 사찰,
산자락에 기대 선 기와집들.
창문을 내리니 바람과 함께 메미 소리가 쏟아졌다.
차는 그늘진 산 입구에 멈췄다.
"여기, 괜찮지? 사람도 없고, 조용하고."
"응. 덥지만 나쁘진 않네. 이런 데 어떻게 찾았어?"
"혼자 자주 와. 복잡한 생각 정리하려고."
차에서 내리자, 그는 트렁크에서 작은 접이식 우산을 꺼냈다.
햇살은 따가웠지만, 그늘 아래에서 잠시 걷는 동안…
세상이 잠시 멈춘 것 같았다.
장군을 기리는 작은 사당 앞이다.
주변엔 자판기 하나, 오래된 버스정류장, 마을집 몇 채이다.
어디에서도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여기, 우리 둘밖에 없어."
그가 내 손을 살짝 쥐었다.
심장은 그 순간부터 천천히, 그러나 크게 울리기 시작했다.
자판기에서 꺼낸 아이스커피를 마시며 차에 다시 올랐다.
차 안엔 에어컨 소음과 커피 향,
그리고 우리 둘만의 정적이 감돌았다.
그가 내 허벅지를 쓰다듬었다.
놀랍지 않았다. 어쩌면 익숙했다.
아니 기다렸다.
지금 이순간을 애타게 날이다.
서로의 감정을 확인했다.
하지만 오늘은, 뭔가 달랐다.
"덥지 않아?"
"괜찮아. 그대로 있어줘."
우리는 서로를 바라봤다.
침묵은 불편하지 않았고, 그의 눈빛엔 무언가 복잡한 감정이 서려 있었다.
열망, 애틋함, 혹은 죄책감이다.
잠시 후, 차는 다시 출발했고 우리는 근처 공원 입구에 도착했다.
차를 세운 그가 말했다.
"혹시… 아까 그 장소, 부담스러웠어?"
나는 살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나쁘진 않았어. 다만 너무 갑작스러워서 놀랐던 거지."
"그래도… 너니까 괜찮았어. 넌 항상 나를 받아주니까."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말보다 조용한 시선이 더 깊게 닿을 때가 있다.
그리고 이 관계도, 말로 정의할 수 없는 무언가였다.
시계는 10시 30분을 가리켰고, 우리는 2시간을 함께한 셈이었다.
헤어지기 전, 그는 다시 나를 끌어안았다.
차 안은 짙게 썬팅되어 있었고, 바깥에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의 입술이 이마에 닿았다.
“다음 주에도, 목요일이야.”
“응. 나, 목요일의 여자니까.”
나는 차에서 내렸고, 흰 원피스 자락이 바람에 가볍게 흔들렸다.
뒤돌아보지 않았다.
하지만 마음속에 그의 체온이 남아, 오래도록 나를 따뜻하게 감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