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화 도시의아침에는 비밀이 많다

# 억압 속에서 자유를 발견하다

by 전태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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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는 오빠를 만나지 못했다.


허리를 다쳐 일주일간 치료를 받았다고 했다.



사진 속 그의 허리는 붓고 멍이 들어 있었다.

몸도 마음도 많이 힘들었을 그가, 지금은 회복되어 말끔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등에 남은 부황 자국이 짙게 남아 있었지만, 그마저도 반가웠다.

오늘은 꼭 그의 등을 다정히 어루만져주고 싶다. 벌써 7월이다.



남편이 동생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회사에서 남편 일을 도우며 지내고 있고,

밤이면 친구들과 함께 나이트클럽에도 자주 나간다고 한다.


물론 내 생각엔 단순한 스트레스 해소만은 아닐 것이다.

여자 친구를 만나러 가는 건 아닐까 의심이 들지만,

남성들에게 더 인기가 많은 타입이기에,

그녀가 남성에게 마음이 없다는 사실이 그나마 위안이다.




연락조차 없으니, 다행이다.

그녀가 어딜 가든 이제는 크게 신경 쓰고 싶지 않다.

다만 다시 내게 연락해, 마음을 어지럽히지만 않기를 바란다.



어쩌면 한 주를 건너뛰어 그런지, 오빠를 만나기도 전에 마음이 들뜨고 기대가 앞선다.

남편과의 관계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지만, 매번 어딘가 부족한 감정이 남는다.



오빠는 다르다.

단 한 번의 만남으로도 나를 온전히 만족시키고, 오래도록 여운을 남긴다.



그와 함께하는 시간은 마치 익숙한 종속의 일상 같다.

'주인님'이라 부르진 않았지만, 그는 분명 내 삶의 중심이며,

내가 기꺼이 안기고 싶은 사람이다.



오늘은 내가 먼저 그를 안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멀리서 담배를 피우는 오빠의 모습이 보였다.

건강해 보여 안심이 되었다.

주변의 시선은 잊은 채 달려가 그를 꼭 안았다.



“몸은 괜찮아요?”
“응, 다 나았어.”



“제가 무리하게 한 건 아니었죠?”
“아니야, 괜찮아.”



그는 제자리에서 가볍게 뛰어 보였다.

겉으로는 온전해 보였다.


차에 올라타자, 익숙한 장난기가 담긴 그의 표정이 나를 긴장하게 했다.



말하지 않아도 어디로 향할지 알 수 있었다.

그의 손을 잡고 따랐고,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호텔이다.



우리가 머문 공간에서, 사랑은 본능적으로 시작되었다.



세상의 모든 감각이 내 몸에 집중되는 순간, 나는 모든 걸 잊었다.



그와의 시간은 말 그대로 몰입이었다.



욕망의 파도가 지나간 후,

우리는 함께 담배를 피우며 조용히 숨을 고르기도 했다.



그는 나를 배려하며, 오늘도 또 다른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했다.

안대를 씌우고, 가볍게 안아주며 손을 잡고 방을 함께 돌았다.

작은 긴장감이 감돌았다.



침대에 이르러 그는 내 손과 발을......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되자, 묘한 감정이 몰려왔다.




오빠는 내게 소리를 들려주었다.

직접적인 접촉은 없었지만, 상상만으로도 온몸이 반응했다.



극도의 감각이 밀려왔다.

“살려 달라”는 말이 입 밖으로 터져 나왔다.



처음이었다. 기쁨의 눈물과 함께, 진심으로 울었다.

그 모든 감정이 하나로 뒤엉켰다.



그는 나를 풀어주었고, 다시 나를 안았다.

“사랑해”라는 그의 말에 또다시 눈물이 났다.

기쁨 때문이었다.


나는 그에게 속삭였다.



“오빠, 나 오빠에게 중독된 것 같아요. 제발 날 버리지 마요.”



마지막 순간까지도 그는 나를 배려했고, 깊은 애정을 나누었다.


사랑이 모두 끝나고, 그는 나를 공원 입구에 내려주었다.



벤치에 앉아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남편이 만약 이 관계를 알게 된다면,

나는 과연 오빠 없이 살아갈 수 있을까?




그동안 느꼈던 감정들은 이제 남편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마음이 복잡했다.



집으로 돌아와 저녁을 준비하는데,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아이들과 식사를 하고 있다고 했지만,

이내 집으로 들어왔다.


갑작스럽게 말했다.
“창권이가 펜션으로 우리 부부랑 휴가 가자고 하는데,

숙박비랑 식대 전부 부담한다네.


나는 괜찮은데 당신은 어때?”

창권은 여자동생의 남편이다.

나를 수시로 탐할려고 하는 레즈비언 여자동생말이다.



평소 씀씀이가 크더니 이번엔 통 크게 제안한 모양이다.
“그래요. 괜찮아요.”



그는 바로 전화를 걸어 확답했고, 휴가 날짜는 2주 뒤 금·토·일이었다.



갑자기 마음이 무거워졌다.

준비물을 상의하려고 동생이 오겠다고 했다.


이 상황을 어찌 풀어야 할지, 나도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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