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의 엄마로 살기로 했다

부제: 엄마로 살아낸 시간이, 나를 낳았다

by 소정




나 자신을 돌보기 시작하다


오랫동안 나는 나를 위한 밥상을 차리지 않았다.


바쁘고 귀찮다는 핑계로,

객지에서 고생하는 아이들에게 미안하여
대충 끼니를 때우는 날이 많았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나를 위해 밥상을 차리겠다.


귀한 손님을 맞이하듯 정성껏 밥을 짓고,
나만을 위한 상을 차리겠다.


그 상의 주인공은 오롯이 ‘나’다.


식사를 마치면 베란다의 작은 공간으로 나가
차를 우려내며 나만의 시간을 마주한다.


낮에는 장롱 속 묵혀둔 외출복을 꺼내 입고
꽃집으로 향해야지.


이번엔 타인을 위한 선물이 아니라,
오롯이 나를 위한 계절 꽃을 사야겠다.


그 향기가 내 안의 나와 만나
나다운 꽃을 피워낼 것이다.


나는 이제부터
나를 위한 나날을 살아내야겠다.




사랑으로 이어지는 회복의 여정


어느 날, 아들 집에 갔더니
퇴근한 아들이 내 어깨를 감싸며 말했다.


“엄마,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 많았지?”


“KTX 타니까 금방 오던데…”


아니, 그게 아니라…

엄마 혼자서 누나랑 나 키우느라

정말, 많이 힘들었지… 엄마."


그리고 덧붙였다.


“엄마, 이제부터 고생 같은 거 내가 다 할게.

엄마는 예쁜 옷 입고,

맛있는 거 먹고,

여기저기 예쁜 거 보러 여행도 다니고-

그렇게 살아, 엄마는 그럴 자격 충분해.”


아들이 훌쩍 커 버린 모습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아직은 철부지여도 좋은데...

그날 아들의 떨린 목소리에 흐르는 눈물이

내 마음속 깊은 옹달샘을 가득 채웠다.


‘나의 엄마로 산다’는 것은

완벽해지는 일이 아니다.


때로 무너지고, 지쳐 허덕이더라도
다시 일어서는 것,
그것이 엄마의 본능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결심했다.
내 귀한 아이들의 바람을 이루는 길,


그것은 내가,

나의 가장 소중한 엄마를 대하듯

내가 ‘나의 엄마’로 살아야겠다는 각오를 다짐하는

첫걸음이 되리라.




사랑을 돌려주다


나는 그동안 가족과 사회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제는 그것을 돌려주며 살아야겠다.


평일에는 청소년들에게 환경의 소중함을 전하는

어벤티쳐스 활동을 하고,
노인대학에서는 재능기부 강의를 하며
그동안 내가 살아온 삶의 은혜를 조용히 되돌려 준다.


주말에는 국가유산지킴이로 활동으로
우리 문화와 자연을 지키는 일에도 참여한다.


돌아보면, 이 모든 길 위에는
언제나 나눔에 앞선 엄마의 발자취가 있었다.


어린 시절 보았던 엄마는
끼니를 거른 길손에게 당신의 밥그릇을 내어주고,


찬물 한 모금으로 허기를 삼키며
“잘 먹었다”라며 허리 펴고 미소 짓던 분이셨다.


그 따뜻한 나눔의 기억이 내 안에 살아 있다.
이제 그 사랑을 이어갈 순서가 내 차례인 것이다.


그것이 바로, 엄마처럼 살아간다는 뜻이다


나는 가족과 사회로부터 받은 사랑을
이제는 돌려주며 살아가고 있다.


이제 그동안 허기진 마음을 달래고

나답게 살아갈 것이다.


끝없는 엄마의 사랑 속에서 살아가는 법을 터득했고,
그 사랑의 끝자락에서 나는 다시 세상에 사랑을 실천할 것이다.


살아 있는 동안,
나는 ‘나의 엄마’로

그리고 ‘나의 딸’로 살아갈 것이다.


엄마로 살아낸 시간들이
결국 나를 다시 낳았다.






월,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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