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기도를 따라 걷던 새벽
별빛 하나에 의지해 걷던 새벽길,
엄마의 기도는 그 길 위에서 내 삶의 첫 빛이 되었다.
그날도 엄마와 함께 마루산 중앙에 걸린 샛별을 바라보며 마을 공동샘으로 향하던 새벽.
별빛 하나에 의지해 걷던 그 길,
엄마는 매일 새벽마다 맑은 물을 길으러 나섰다.
아직 잠결이던 나는 부스럭거리는 옷자락 소리에 이끌려,
엄마의 뒤를 졸졸 따라나섰다.
이웃집 개가 짖는 소리 외엔 세상도 숨을 죽인 듯 고요했다.
그 시절 시골 마을엔 가로등 하나 없었다.
하늘의 별과, 보름마다 둥근 얼굴 내비치는 달님만이 우리의 길잡이였다.
찬 공기 속 풀잎 냄새와 흙냄새, 그리고 그 속을 스쳐 지나던 바람이
내 마음의 근육을 키워주던 시절이었다.
아무도 다녀간 흔적이 없는 공동샘에서
엄마는 우물 깊숙이 바가지를 넣어 맑은 물을 길어 올렸다.
그 물을 양동이에 가득 담아 머리에 이고 돌아와
부뚜막 위 종지를 깨끗이 씻고, 조왕신께 정성스레 물을 올렸다.
그러고 나서 엄마의 입술 사이로 새어 나오던 기도는 단 하나,
“월남전에 나간 큰아들의 무사 귀환을 도와주소서.”
“추운데 뭐 하러 따라오냐, 좀 더 자라.”
말로는 꾸짖으시면도, 엄마의 발걸음은 나를 기다려주었다.
그 뒤를 따르던 내 손에 어느 순간 따뜻하게 감싸주던 엄마의 손길 —
그 한 번의 온기가
새벽의 냉기보다 더 깊이 내 안에 스며들었다.
오빠의 군 복무 삼 년은 삼십 년처럼 더디 흘렀다.
그동안 엄마는 백운산의 기도처마다 신발이 닳도록 찾아다녔다.
산길에 미끄러지고, 옷과 고무신이 찢어지고 몸이 긁혀 피가 나도
엄마는 멈춤을 몰랐다.
그 덕분이었을까, 오빠는 결국 무사히 귀환했다.
그러나 엄마는 그 기쁨을 단 한순간도 누리지 못했다.
귀국의 희소식마저도 듣지 못한 채
오빠가 귀국한 바로 그날,
세상을 떠나셨다.
삶의 아이러니 속에서도 나는 믿는다.
그 새벽의 기도가, 엄마의 사랑이 오빠를 지켜냈다고.
그리고 그 사랑이 내 안에도 살아 있음을.
아들이 입대한 날부터 단 하루도 거르지 않았던 엄마의 새벽 걸음,
그 발자국은 엄마가 이승을 떠난 날 비로소 멈추었다.
돌이켜보면 그 새벽길, 조왕물을 뜨던 떨리던 손길,
샛별 아래 반짝이던 엄마의 기도는 단순한 일상이 아니었다.
그것은 사랑을 배우는 시간, 그리고
희생을 닮는 시간이었고
삶의 근원이 되는 기도의 원자리였다.
엄마의 치맛자락을 잡고 걸었던 그 새벽길은
내 유년의 가장 따뜻한 추억이자,
지금도 나를 살아 있게 하는 첫 번째 기도이다.
지금도 새벽이 오면 나는 그 길을 걷는다.
사방에 짙게 깔린 어둠일지라도
엄마의 손길이 내 어깨에 내려앉는 듯,
그 온기가 내 삶의 등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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