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선변호사를 선임하다.
아이를 돌보는 보육기관에서 아동학대를 받은 피해아이의 경우 그 부모마다 대응방식이 천차만별일 것이다.
우리가 그중 하나의 부모였고 우리는 어느 변호사 사무실에 상담을 갔는데 피해아동 부모는 굳이 변호사를 선임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CCTV영상에서 증거가 나왔기 때문에 경찰이 입건을 하려는 것이고, 그렇다면 가해선생님은 본인의 죄를 낮추기 위해 선임을 하는 것이라고. 피해아동은 국선변호사로 충분하다고.
사실 추후 민사소송도 변호사를 통하지 않고 개인이 소장을 접수할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 부부는 형사수사 중 사선변호사를 선임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어린이집 내에서 우리 아이를 괴롭힌 해당 선생님을 부모인 내가 직접 고소 후 며칠 내에 국선변호사가 선임되었다. 휴대폰 문자 알림이 떠 확인해 보니 국선변호사가 선임되었다는 간단한 안내 내용과 변호사 사무실 전화번호가 같이 담겨있었다.
국선변호사란 형사사건에서 변호인 없이 재판을 받는 경우 법원이 국가 비용으로 변호인을 선정해 주는 제도이다. 하지만 사실상 아동학대 피해자 국선변호사 지원은 아동학대 피해자가 사건발생부터 재판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에서 전문적인 법률 지원을 한다고 하는데 실질적으로 도움을 받은 건 없었다.
게다가 인터넷 정보에 따르면, 전문적인 법률지원으로 피해자가 조사를 받을 경우 수사기관에 함께 출석한다는데 연락 한 통 하기가 힘들었다.
일단 내가 선임받은 변호사분의 사무실에 전화해 변호사님이랑 통화를 하고 싶다고 하면 며칠이 지나도 연락이 없었고 기다렸다가 재차 연락을 하면 겨우 연락이 한번 될까 말까 했다.
겨우 연락된 통화에서도 소통도 잘 되지 않아 의견서 한 장 써서 제출해 달라는 요구를 하다가 말았다.
피의자들은 경찰단계부터 변호사 선임해 적극대응을 시작한다.
우리 사건 같은 경우 경찰단계에서 담당 수사관님이 어린이집 CCTV영상을 채득해 와 판독을 의뢰하고 그 판독이 끝이 나고 정리를 하고 수사를 하는 모든 과정에 당시 가해의심선생님 영상진술만 남은 상태였는데, 그 시기에 수사관님이 교체가 되었다.
이때까지 담당 수사관님에게 대면 진술을 했고 정황 증거 자료를 제출했고 소통을 해서 이 사건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해당 수사관님이었는데 아동학대팀에서 여성청소년과의 어느 수사관님으로 수사과정 중 교체가 된 소식을 뜬금없이 수사과정에서 들었다.
이유는 상대방 변호사의 교체 요청이었다.
그 사유는 수사과정에서 CCTV영상을 확인 한 우리 부부가 영상 내에 그런 학대장면이 담겼다고 인터뷰를 하며 뉴스보도에 나갔고 해당 수사관은 이미 이 시간을 잠정적 가해자로 보고 있을 수도 있다며 편파적인 수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서는 해당 수사관님과 나는 대화를 나누며 많이 허탈해했다. 수사관님도 처음부터 맡은 사건이라 마무리를 하고 싶었는데 많이 아쉽다는 말은 했지만, 교체요구를 받아주고 물러나는 게 맞을 것 같다는 말을 했다. 그렇게 우리 사건은 여성청소년과로 팀 자체가 변경되었다.
지역사회에서의 너무나 억울한 2차 피해 때문에 뉴스라는 언론을 선택해 진실을 조금이나마 알렸지만 또 그것 때문에 수사관님 교체가 되었다. 생각지도 못한 일에 하나도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생각에 씁쓸한 감정만 들었다. 좌절감까지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새로운 수사관님이 처음 보는 우리 사건을 처음부터 훑어봐야 하고 이해하고 조사하는 시간 때문에 또 기간은 길어질 것이고 수사관님의 시각이나 역량에 따라 사건의 방향이 조금은 달리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사실 처음엔 달갑지는 않았다. 역시나 기간은 더 지연되었다.
하지만 교체된 수사관님은 우리 사건을 꼼꼼하고 면밀히 들여다보았고, 수사관님 역시 경찰이지 아동학대 전문가가 아니라며 그 과정에서 아동학대과 교수님 2분을 초청해 영상분석을 의뢰했고 10건이 넘는 영상들을 보고는 두 분 다 아동학대로 본다는 의견서를 받았다고 전해주었다.
그 씁쓸함은 길어진 기다림 말고는 사건의 방향성을 크게 달리하진 않아서 안도로 바뀌었다.
그리고 나는 국선변호사가 선임되었음에도 사임의사를 전하고 사선변호사를 선임했다.
CCTV영상을 확인하고는 우리 가족 모두가 정신건강의학과를 다니고 상담을 받으며 보낸 시간, 정신적 고통으로 후유증은 사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지만 사과 한 번 하지 않는 선생은 변하지 않는 악마라고 생각했고 나는 그 악마의 더러운 돈이라도 받아서 더 잘 먹고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처음부터 이런 생각을 한건 아니었다. 언젠간 혹여 모를 합의과정에서 금전적 합의가 있을 경우 난 절대 그 합의는 하지 않을 것이고 우리 아이의 심신을 망가트려하게 되는 합의하는 더러운 돈이라는 생각이 강했다.
하지만 피해자가 된 순간 따라오는 고통뿐만 아니라, 스스로 피해를 더 입증해야 하는 그 시간과 노력이 너무 많아진다. 그걸 겪은 나는 이 선생을 상대로 민사소송까지 꼭 하겠다고 생각이 바뀌었다.
그 더러운 돈! 조금이라도 더 받아야겠다!
민사소송은 형사단계에서 입증된 피해자료와 병원에서의 진단서, 상담일지 등 제출할 수 있는 모든 자료를 모아 소장을 제출해야 한다. 어차피 추후 민사소송을 진행할 것이라면 미리 형사사건에서도 우리도 변호사를 선임하게 된다면 어떨까?
국선변호사에 비해 이 사건에 대한 적극성, 얻을 수 있는 정보 등 차원이 달랐다.
법이라는 것은 작은 사건도 생각보다 큰 사건으로 여겨져 벌을 받을 수 있고 큰 사건이 생각보다 작은 사건으로 치부될 수도 있다고 했다. 현실적으로 우리가 고통받은 피해를 입증하지 못하고 준비를 덜 해서 더 작은 사건으로 치부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영상 속 선생님은 우리 아이에게 명백한 아동학대를 행했고 당연히 잘못에 대한 벌을 제대로 받아야 되니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