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도 지나칠 수 없었던 아동학대 피해의 후유증
나는 내 아이가 어린이집 선생님으로부터 정서적 아동학대를 받음으로써 다친 마음을 빨리 확인하고 아픈 곳이 있다면 치료나 상담을 해야 된다고 생각이 들어 마음이 다급했다.
하지만 현실은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일단 소아정신과를 가서 아이의 심리상태를 검사하려면 예약을 하고 예약시간에 방문을 해서 진료를 보고 검사를 해야 하는데 일단 예약부터가 되지 않았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은 수도권이 아닌 지방이라 병원 자체가 많이 부족한 데다가 소아를 보는 정신건강의학과는 거의 없었다.
일단 거주하는 지역 내 정신건강의학과를 모두 전화해 당시 7세 아이 진료를 볼 수 있냐고 물었고, 초등학교 저학년도 되지 않은 우리 아이를 진료 봐줄 곳은 세 손가락도 되지 않았다.
전화를 여러 군데 해보면서 느낀 거지만 7세라는 나이는 정신건강의학과 병원에서도 취급하기에도 무리인 나이인 듯했다.
일부 친절한 병원은 그나마 어느 병원명을 말해주면서 거기에 7세를 받아줄 것 같다고 알려주기도 했다.
그래서 희망적으로 알려준 병원에 전화하면 7세는 못 받는다고 또 거절을 당했다.
그리고 가능하다는 한 곳은 전화통화 당일로부터 1년 뒤에 예약을 할 수 있다고 해서 일단 포기를 했다.
마지막 한 군데.
전화로 직원분에게 보육기관에서 정서적 아동학대를 받아 진료를 보고 싶고 아이의 나이는 7살이라고 전달했고 방문이 가능하다는 대답을 들었다. 그렇게 너무 늦지 않게 보름정도 뒤에 예약날짜도 잡았다.
사실 그 시기에 그 예약날짜를 기다리며 한 가지 기대하고 있던 것이 있다.
관할 구청 아동학대과에서 어린이집 선생님으로부터 받은 우리 아이의 피해사실을 학대가 맞다고 판단을 내림을 끝으로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사례 연계를 해주었다.
이미 1회 가정방문을 해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사분과 상담이 이루어진 상태였고 주로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사분과 나와의 히스토리 위주로 대화가 흘러갔다. 그리고 이번 달은 기관의 예산이 다 소진되어 다음 달이 되면 우리 아이가 전체적인 신체검사와 심리검사를 받을 수 있는 검사를 실시할 수 있게 하겠다며 담당자분이 말을 하고 갔던 시기였던지라 병원에서의 검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아동보호기관에서 다음 달에 검사를 받을 수 있으니 그 검사를 받으면 되겠다고 머릿속에 그리고 있었다.
하지만 다음 달이 되었고 그 달 말이 되었는데 연락이 없어 먼저 연락을 취해보니 회의 때 본인이 놓쳐 다른 상담사분이 관리하는 가정에 예산이 다 소진되어 검사를 할 수 없다는 답을 했다.
또 기대했던 기회가 하나 더 없어진 셈이었다.
우리 아이의 검사는 뒷전이 된 채 그렇게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의 검사도 뒤늦게 어떠한 조치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고 결국 예약을 해둔 병원에 가게 되었다.
그날은 옮기게 된 유치원의 등원을 하지 않고 아이를 데리고 병원으로 향했다.
아이에게는 몸이 건강해야 하듯 마음이 건강해야 해서 그것을 알려고 가는 것이라고 설명을 하고 엄마답게 또는 어른스럽게 전했지만 속으로 나도 긴장하고 있었다.
이 병원의 건물에는 병원이나 금융기관이 많이 상주되어 있어 주차부터 쉽지가 않았고 1시간을 넘게 기다려서 겨우 주차를 하고 진료를 대기했다. 아이는 다행인지 아닌지 그 진료를 기다리는 순간 보이는 내 눈엔 천진난만해 보였다. 처음 진료를 보는 거라 아이는 대기실에 기다렸고 보호자인 나만 원장님과 대면을 하게 되었다. 일단 마음 편히 상황을 설명할 수 있었지만 원장님은 한참 내 말에 귀를 기울이더니 하는 말은 결국 우리 병원은 아이의 그런 세밀한 심리를 이야기 나눌 심리상담가가 있지 않아 더 큰 병원을 가보라는 것이었다.
'아... 여기서도 진료를 볼 수 없구나'
그 원장님은 대학병원에 의뢰서를 써주었다.
내가 말한 내용을 토대로 검사가 필요하고 본원에서는 할 수 없으니 진료를 봐달라는 것.
그 의뢰서를 들고 집에 가는 길에 해당 대학병원에 전화문의를 했고 1년은 또 대기를 해야 된다는 답변을 받았다. 하지만 아동학대를 받은 7살 우리 아이는 1년을 기다릴 수가 없다.
초등학교에 입학을 하고 1학년 2학기가 되어서야 진료를 볼 수 있다는 것인데 그럴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내 아이는 일정기간 약을 먹거나 정기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하는 소아에게 나타나는 ADHD나 틱장애 등 명확한 증세가 있는 병명이 아니었기 때문에 더더욱 까다로웠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내 마음은 내가 알 수가 있고 남편 마음도 남편이 알 수가 있어서 말할 수가 있는데 아이의 마음은 아이 스스로도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고 말로 꺼낼 수 없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집으로 돌아가자마자 인근 지역 정신건강의학과에 전화를 했다.
집에서 1시간을 넘게 가야 하는 타 지역 병원이었지만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1급 정신건강임상심리사, 언어치료사, 놀이치료사, 심리상담사, 미술치료사들이 협력을 해서 심리검사를 할 수 있는 클리닉도 부설에 있는 병원을 찾았고 해당 달 며칠에 한 번에 예약을 받으니 그 날짜에 전화를 달라는 말을 듣고는 나의 달력에 잊지 않고 기록을 해두었다.
그렇게 해당 날짜에 전화를 해 예약에 성공을 했고 그 병원에 갈 때는 남편과 아이 모두 동행했다.
아이에게 몸이 건강해야 하듯 마음도 건강해야 해서 그 마음을 알기 위해 가는 것이라는 같은 설명을 하며 타 지역 병원까지 오게 되었다.
첫 진료에는 원장님에게 히스토리를 말하며 초기상담만 이루어졌고, 옆에 있는 부설 브레인학습발달클리닉센터에서 k-wisc-v 검사를 하기로 예약을 잡아두고 또 그렇게 집으로 돌아왔다.
그래도 정말 안도했던 건 이곳에서 드디어 만 6세 0개월부터 16세 11개월까지 아동의 인지적 능력을 평가하는 종합검사인데 심리적 종합검사라고 보면 되는 그 검사를 하게 된 것이다.
그 검사 날짜를 예약하고 왔다. 정말 희망적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내가 다 들여다볼 수 없는 아이의 심리적 상태까지 알 수 있다는 생각에 조금은 희망찬 마음으로 집으로 1시간이 더 걸려 집으로 돌아왔다.
당시 첫 내원일은 1월 24일이었고 검사일자는 2월 26일이지만 이것도 여태까지의 상황을 고려하면 감지덕지였다.
그렇게 2~3시간가량 걸리는 검사를 한 달가량 기다려 마쳤고 또 보름 이상을 기다려 결과를 들었다.
아이의 심리검사조차 나이가 어려 거절을 당하고 아동보호기관에서도 담당자의 누락으로 미루어진 검사를 했고 결과를 들었는데 나와 남편의 표정은 결과를 듣고서 다시 한번 어두워졌다.
<심리학적 평가보고서 요약 일부>
아울러 학대 가해자에게 분노와 적개심 같은 불쾌한 감정을 느끼고 있어 보인다.
환자는 학대 피해 후 상대에게 어떻게 비치고 어떤 피드백을 받게 될지를 염려하여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있으며, 높은 예기불안으로 인해 자신 있게 행동하는 것이 어려워 보인다. 또한 상기 감정들을 표현하는 상황에는 부담을 느끼며 심리적 어려움을 억제하고 부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