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저는 N년간 임용 고시생이였습니다.

by 노란콩


살아가면서 너무나 많은 현타를 느낀다. 인생은 정말 내 마음처럼 되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것 같다. 그런 이상하고 잔인한 진리? 속에서 나를 놓지 않고 다독이며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이런 생각을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한 계기는 취업을 준비하면서부터였다.



먼저 내가 살아온 이야기를 하자면 나는 임용 고시생으로 근 10년을 살았다.

집이 금수저인가? 물론 아니다.



나의 살아온 삶을 이야기하면 (물론 얼마 살지는 않았지만) 인생을 쉽게 살아온 순간이 단 한순간도 없었다. 근 10년 동안 임고생이었다면 말 다한 것 아닌가.



나는 어렸을 적부터 교사가 장래희망이었다.

거창하게 꿈이라고 표현하기에는 직업은 꿈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하기에 장래희망이라고 표현했다. 교사가 되고 싶었던 이유는 어렸을 적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가르쳐 준다는 것이 마냥 멋있어 보였다. 그때는 너무 어렸기에 직업적으로 안정적이다 등등 그런 조건은 몰랐고 정말 그냥 멋있어 보여서 교사가 되고 싶었다.



그 직업을 가지기 위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사범대를 진학했고 그렇게 교사의 길이 눈앞에 보이는 듯했다. 졸업반이 되었다. 열심히 착실하게 공부했기에 사범대 학생들 누구나 그렇듯 임용고시를 준비했다.

그 길이 나의 인생에서 큰 변화를 가져다줄 거라는 생각을 그때는 하지 못했다.



임용 고시생이 되고 나는 많아도 2-3번 정도 시험을 치면 합격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임고생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는 합법적 백수가 되었다. 백수지만 놀 수 없는 백수. 뉴스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취업난이 심해 청년들이 학교를 휴학하고 취업 준비를 한다. 청년실업이 몇십만을 육박한다. 등등.



그런 부정적인 기사들은 내가 상상한 나의 미래에는 없었다.



그렇게 임용 고시생으로 독서실, 도서관, 집을 오가며 공부했고 2-3번 시험을 쳤다. 결과는 번번이 낙방.



그러니 조급함이 생겼다. 이른 취업을 한 친구들은 자리를 잡으며 사회 초년생으로 첫 발을 내디딜 때 나는 아직 스스로 휴대폰 요금도 해결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알바를 구해 보았지만 알바자리도 많지 않았다.



그리고 사회는 처음 시작에 관대하지 않았다. 무슨 일이든 경력이 있는 사람을 원했고 경력이 없는 사람은 도태되기 일쑤였다.



학교 근무 경력을 쌓기 위해 기간제 교사로 일을 하며 공부를 하려고 해도 기간제 교사자리가 없었다. 임용도 못 붙는 내가 대학 졸업장으로 기간제도 하지 못하는 차가운 현실을 마주했을 때.



그때가 가장 절망적이었다. 사회 활동을 하고 싶은데 난 사회에서 말하는 소위 스펙이라는 것이 부족하구나. 내가 열심히 해온 것들이 모두 소용이 없구나. 이제 어쩌나.



나는 무엇을 어떻게 더 해야 하지 라는 허무함에 방황도 많이 하고 우울함도 느꼈던 시기였다. 집에 손을 벌리기에는 세 자매 중 첫째였고 아버지가 하시는 일도 규칙적이고 안정적인 일이 아니었기에 마음 편하게 손을 벌릴 수도 없었다.



돈을 벌고 싶어도 시간을 투자하여 마음 편하게 생활할 수 없는 상황. 무언갈 더 해야 한다면 돈이 필요한데 어디서 도와달라고 하기도 못하는 상황. 사회적 구성원으로 역할을 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상황.



이때의 절망감과 상실감은 내가 임용에 더욱 매달리고 집착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때의 나는 시험에는 집착했지만, 현실은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고 텔레비전만 보며 누워서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20대의 꽃 같은 내 청춘이 지나가고 있었다.





여행을 가서 견문을 넓혀라. 누군가를 만나서 예쁜 불같은 사랑을 해봐라. 지금이 인생에서 가장 예쁠 때이다. 20대에게 조언을 하는 그런 말들은 들리지 않았다.



당장 내가 먹고사는 것이 급했다. 현실은 너무 잔인했고 그 현실을 받아들이기에 나는 너무 약했다. 생존의 문제였다.



여행 갈 돈도 없었고 누군가를 만날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그때는 20대가 그렇게 지나가는 게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도 않았다. 20대의 나는 무기력했고 우울했고 자존감과 자신감이 처참히 부서졌던 시기였다. 그래도 희망으로 하루를 살았다. 내년에는 붙겠지. 내년에는 붙겠지...



그런데 인생은 그렇게 내 생각처럼 흘러가지 않았다.



이전 01화1화. 다시 태어난다면 무엇이 되고 싶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