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아프지만 현실을 직시하다.

by 노란콩



마이너스 통장을 가진 20대 후반의 나는 그렇게 현실을 직시했다.



현실을 직시하고 나자 이제는 살기 위해 돈을 벌어야 했다. 돈이 없어서 돈을 벌어야겠다고 생각한 것도 있었지만 내가 너무 작아져서 더 버티다가는 세상에 가루가 되어 사라질 것 같았다. 그저 사회 구성원으로서 나라는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무언가를 하고 싶었다. 단순하게는 직장에서 일을 하며 나 스스로 돈을 벌어 눈치 보지 않고, 먹고 싶은 것을 사 먹고 사고 싶은 것들을 사고 싶었다.



고향을 벗어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다른 지역으로 이력서를 돌리기 시작했다. 다른 지역으로 이력서를 돌리며 다짐했던 건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 어디든 가자였다. 그렇게 이력서를 돌리니 집에서 차로 3시간 정도 떨어진 지역에서 가장 먼저 연락이 왔다. 그 이후에도 계속해서 추가 연락이 왔다.



그렇게 합격 연락을 받으며 느낀 건 내가 있던 고향은 청년들이 일할 자리가 부족한 곳이었다는 것을 그때서야 알았다. 내 능력이 부족해서, 내가 못나서 일을 못 구한 것이 아니었다. 사회적으로 일자리가 없어서 취업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많은 연락을 받았지만 나는 처음 연락이 온 그곳으로 갔다. 나를 가장 먼저 필요로 하는 곳에 가자고 마음먹었기에 고향과 거리가 멀었지만 그곳으로 갔다.



시골에 위치한 작은 학교였다. 근처에 프랜차이즈 카페가 1개 있을 정도로 작은 시골이었다. 학교의 사택에서 지내며 그렇게 기간제 교사로 근무했다. 중학교여서 퇴근 후에 시간이 생겼다. 낮에는 일을 하고 밤에는 공부를 했었다. 근처에 놀거리도 없었고 차도 없었기에 마치면 집으로 가서 강제로 공부를 했다.



학교에서 일을 하며 느낀 건 교사라는 직업이 정말 힘들구나였다. 아이들과 관련된 사건은 매일 끊이지 않았다. 또 처음 하는 행정업무는 왜 이렇게 많은지, 왜 하는 것인지, 언제까지 해야 하는 것인지, 꼭 이렇게 해야 하는지 이유도 모르고 그냥 했어야 했다.


그런 힘든 것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학생들과 학교에서 생활하는 것이 좋았다.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나를 바라봐주는 눈빛이 너무 예뻤고, 자기들끼리 하는 이상하고 유치한 행동과 말들도 너무 웃겼다.



미디어에서는 요즘 학생들이 되바라졌다고 한다. 물론 그런 아이들도 있다. 그러나 아직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이 좀 더 많다.



아직 아이들은 순수하다.



아이들이 순수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를 예를 들어 이야기한다면, 아이들이 사고를 쳐서 왜 그랬는지 이유를 물어볼 때가 있다. 그럴 때 아이들은 그냥 하기 싫어서요라던가 친구가 이래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어요 라는 속이 뒤집어지는 이유들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런 이유를 들으면 그러면 안 되지!!라고 지도하지만 의도가 투명, 순수해서 밉지는 않다. 어느 누가 해야 할 일을 그냥 하기 싫어서 가만히 있거나, 친구를 돕겠다고 자신이 혼날 짓을 하겠는가.



순수하지 않고 계산적이었다면 머리를 써서 자신은 혼나지 않게끔 상황을 피하며 행동했을 것이다.



이런 아이들의 순수함이 좋았다. 아이들과 함께하면 신기하게도 나의 페르소나가 벗겨질 때가 있다. 그럴 때면 그냥 나라는 사람을 찾은 것 같아서 너무 좋았다.



어른이 되면서 남들에게 보여줘야 하는 나는. 역할과 위치, 이미지가 중요하고 그 역할을 가지고 다른 사람과 관계도 맺어야 한다. 그래서 피곤하다.



또 사회생활이 피곤하다고 느끼는 것 중 하나는, 나는 관찰력이 좋고 예민해서 원치 않게 사람들 간의 미묘한 관계와 이익들이 읽히기도 한다. 그럴 때면 그냥 사람에 부대낀다. 사람들 틈에서 부대낄 때 아이들을 보면 그런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아이들은 순수하고 그들의 관계는 단순하고 깔끔하다. 그냥 좋다. 싫다. 그저 그렇다.



일을 하면서 생각했다. 가능하면 이 직업을 오래 하고 싶다고.



그렇게 그 학교에서 2년을 일했다. 임용에 합격하지는 못했지만 경함과 돈 그리고 직업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 학교에서 계약기간이 끝나고 나는 다른 학교로 일자리를 옮겼고 그렇게 시간이 지났다. 일을 하면서 단 한 해도 임용시험을 놓지 않았었기에 항상 바쁘게 살았다.



그러나 그런 말이 있지 않은가. 하나를 얻으려면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법.



예쁜 사랑, 썸, 설레는 연애를 포기했다. 연애를 할 정신적,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다. 변명일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게 내 곁을 내어줄 마음의 여유는 확실히 없었다. 나 하나 책임지고 걱정하며 살기도 벅찼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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