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잡곡밥, 제육볶음, 양배추쌈, 가지볶음, 버섯볶음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맑고 높은 하늘이 유독 예쁜 요즘.
2학기는 왜 이리 빨리 가는지. 흐르는 시간에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밤은 더 긴 듯하다. 나의 하루를 간단히 소개하자면 퇴근 후 집으로 오면 그때부터 내 시간이다. 11시가 넘은 시간 이제야 책상에 앉아 잠깐이나마 글을 끄적이거나 책을 편다. 이제 자야지 생각하고 잠깐 쓰러지고 떠진 눈으로 보는 시간은 보통 4시 30분-5시. 다른 하루의 시작이다.
가끔 전 날 일정의 연장선으로 힘에 부치는 날이 있다. 어제는 달갑지 않은 간만에 찾아온 두통으로 머리가 띵했다. 이렇게 체력이 바닥일 때는 그런 생각이 든다. 수면제를 좀 많이 먹어봐?
그러면 진짜 푹 잘 수 있지 않을까. 주말 동안 내리 잠만 잤으면 좋겠다. 그러다 이내 생각을 바꾼다. 약물에 의존하는 건 좋지 않으니까 조금 기다려 보자. 웃기게도 피곤해 죽을 것 같으면 잠을 푹 자더라.
시간이라는 공평한 재화를 유독 신경 쓰는 나는 가는 시간이 너무 아깝다. 그리고 호기심이 많아 뭐든지 궁금한 게 너무 많다. 이러니 무의식 속에 자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있나 보다.
사실 잠을 잘 못 자게 된 건 일과 공부를 병행하면서부터였다. 낮에는 일을 하니까 밤에 공부해야지 라는 생각에 압박감이 있어서 쉬어야 하는 때도 편하게 쉴 수가 없었다. 그게 습관이 되어버렸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주변에서 이유가 너무 슬프다. 이제 그렇게 신경 쓰고 공부하지 않아도 돼요. 이렇게 이야기하지만 오랜 시간 습관은 고치기 쉽지 않다.
괜찮다. 안 죽는다.
그래도 조금 서러우니까 먹는 것으로 힘을 얻자!!
혹시 아는가? 자취생으로서 음식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음식물쓰레기를 최대한 만들지 않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냉장고에 남겨두었던 양배추를 삶는다.
고기를 살 때도 냉동 삼겹살이나 돼지다리살로 활용도가 높은 부위를 산다. 돼지다리살은 비교적 저렴한 부위이고 기름기가 적어 자주 사놓는다. 또 다른 자취생을 위한 팁으로는 마트에 가보면 고기를 양념해서 파는 것이 있다. 자취생에게는 좋은 반찬거리이다. 하나를 사면 3끼는 먹는 것 같다.
야채도 그때그때 괜찮은 것으로 사서 반찬을 한다. 오늘은 가지 2개와 버섯 한 통. 가격은 총 2000원. 2끼 정도 먹기에 딱 좋은 양이다. 더 많이 만들어 오래 두면, 먹는 것보다 버리는 양이 더 많아 항상 2-3끼 먹을 정도만 음식을 한다.
가지와 버섯이 유독 저렴했다. 가지는 쪄서 양념장을 바르는 것도 맛있지만 사실 귀찮다. 가지를 잘라 양배추를 삶는 물에 같이 넣고 데친다. 그 후 프라이팬에 가지만 넣고 양념을 부어 볶아내면 빠르게 가지 볶음을 만들어 먹을 수 있다.
이렇게 양념이 들어간 반찬을 할 때는 설거지 거리를 줄이기 위해 양념이 약한 것부터 만든다.
먼저 냄비에 버섯을 넣고 소금과 후추, 고추를 넣어 볶아낸다. 청양고추를 쓰면 맛이 훨씬 좋지만 맵찔이는 2개 정도 사용하면 더는 손이 가지 않기에 물러서 버리는 양이 거의 다이다. 그래서 생각한 건 페퍼론치노. 2-3개 정도 넣으면 딱 적당한 맵기가 만들어진다.
버섯을 볶은 냄비를 씻지 않고 바로 가지볶음을 한다. 간장, 마늘, 설탕(꿀), 소금, 참기름을 넣고 볶는다. 그러면 가지 볶음도 완성. 내가 만드는 음식에는 주로 설탕대신 꿀이 들어간다. 다 똑같은 당이지만 가장 오래 사용되었고 가공되지 않고 좋은 성분이 들어있는 당은 꿀이라고 생각하기에. 비싸지만 음식을 자주 하는 것은 아니고 양을 많이 만들어 먹지 않으니 부담 없이 사용한다.
그 후에 양념 고기를 볶는다. 고추장과 물을 약간 넣고 볶아준다. 그러면 맛있는 제육볶음 완성.
남은 고기는 꼭 한 끼 먹을 분량으로 소분하여 냉동실에 둔다. 그러면 다음에 또 맛있는 제육볶음을 해 먹을 수 있다. 이런 생각에 마음이 든든해진다.
이렇게 맛있는 한 끼를 만들어 먹고 주말에는 좀 편하게 쉰다. 잠을 잘 자기를 바라면서.
모두 밥꼭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