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날이 있다. 뭔가 밥은 먹고 싶지 않고 그럴듯한 것을 먹고 싶은 날.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브런치. 브런치가 먹고 싶은 날이었다. 근처에 브런치를 파는 곳이 없으니 별수 없다. 내가 만들어 먹는 수밖에. 자급자족의 삶이란 좋은 점이 훨씬 많지만 가끔은 불편하다.
한의원을 갔다가 바로 옆에 있는 빵집에 들른다. 바게트와 식빵을 사고 둘러보니 내가 좋아하는 소금빵이 있다.
갓 구워진 소금빵은 정말 맛있는데. 어째서인지 이곳은 소금빵을 빵봉지에 넣어 포장해 두셨다.
먹는 것에 진심인 나는 어떻게 소금빵을 빵봉지에 넣을 수 있지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것을 담는다.
소금빵을 빵 봉지에 담으면 위에 뿌려져 있는 소금과 빵이 수분에 의해 눅눅해져서 맛이 떨어질 텐데.라는 세상 심각한 생각을 하며 집에 온다.
얼마 전 사둔 계란을 굽고, 소시지를 굽는다. 거기에 커피를 더하면. 이보다 완벽한 브런치는 없다. 사실 사진에는 맛있어 보이는 반숙프라이지만 나는 완숙을 좋아한다. 보이는 것에 신경 쓰는 삶을 지양하는 사람이지만 나도 그럴듯해 보이는 것을 좋아하는 아직은 덜 된 사람인가 보다. 심지어 계란 위에 허브솔트를 뿌려 멋도 냈다. 그래도 이건 인정이다. 이런 작은 차이는 기분을 더 좋게 하니까.
너무 야채가 없는 것 같아. 냉장고에 아직 숨 쉬고 있는 양배추를 자르고 케첩을 뿌린다. 마요네즈도 뿌리고 싶지만 얼마 전 다 써버렸다는 것을 깜빡했다. 다음에 마요네즈를 사야겠다.
마요네즈가 빠진 양배추 샐러드는 생각보다 맛있다. 계란과 함께 먹으니 훨씬 맛있다. 계란프라이에 케첩을 찍어 먹는 익숙한 맛이다. 다 먹고 남은 커피를 마시며 주말을 시작한다.
참, 달이 밝은 날이었다. 야자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 사진을 못 찍는 나도 사진을 찍게 만드는 매력적인 달.
전날 슈퍼블루문은 보이지 않았다는데, 다음날 저렇게 밝고 크게 빛났다.
괜히 소원을 빌고 싶게 만드는 달.
소원을 빌면서 생각한다. 내가 가장 소중하고 간절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소원을 빈다는 건 그런 것 같다. 바쁘게 살면서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잊어버릴까 봐. 다시 머리와 가슴에 남기라고 달님이 속삭여 주는 것.
남이 볼까 봐 소심하게 눈을 감고 소원을 속삭여 본다. 역시나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의 건강이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