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바빴다. 개학 후 금요일까지 3일 중 2일 동안 초근을 했다. 그 3일 중 어느 날, 겸무 가는 학교의 시간표가 날아왔다. 그래서 그랬나. 홧김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 학교의 시간표를 보다가 쪽지를 보냈다.
'선생님. 혹시 점심신청을 하지 않아도 될까요?'
그렇게 나는 일주일 중 하루 점심을 스스로 해결해야 되게 되었다. 그리고 맞이한 주말. 카페에서 수업준비를 하고 돌아오는 길. 다음 주에 먹을 것들을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마트에는 양배추 반통과 미니 수박의 가격이 저렴했고 모두의 밥반찬인 볶은 멸치용 작은 멸치도 담았다.
'요즘 속이 좀 쓰리니까 양배추 챙겨 먹고, 이번 여름에 수박을 안 사 먹었네, 멸치 반찬 해놓으면 한참 먹겠지.'
그렇게 이것저것 한 바구니를 담고 집으로 걸어오는 길. 강제로 팔 근력운동을 하고 땀에 절여졌지만 재료들을 냉장고에 넣을 때 마음은 뿌듯하다.
그걸로도 성에 차지 않았는지. 핸드폰을 열어 밥반찬으로 먹을만한 식품을 본다.
닭가슴살이 있으니까 생선을 사고 싶은데. 집에서 구우면 냄새가 너무 심하고. 그래도 생선 먹고 싶은데.
요즘 낫토가 맛있던데 저렴하게 살 수 없나.
보관을 오래 하려면 무조건 냉동으로 사야 하는데.
그렇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 결재를 하고 나면 뭔가 기분이 좋아진다. 먹는 거에 돈을 썼으니 그만큼 무언가를 열심히 해야지 그런 생각도 든다. 물론 택배가 한꺼번에 와장창 와서 택배요정이 되곤 하지만, 먹는 걸로 치사하게 그러는 것 아니니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 준다.
이제 정말 2학기의 시작이다.
[자취생 레시피]
1. 해물두부찌개
육수를 내고, 양념장을 만들면 좋겠지만 우리는 간단한 것을 좋아하는 자취생 아닌가. 마트에 가면 순두부찌개 양념을 판다. 그것 하나면 근사한 찌개가 된다.
순두부가 없으면 두부를 넣어도 좋고, 냉동 해물믹스가 없으면 남은 고기를 넣어도 맛있다.
집에 돌아다니는 김치와 김치국물을 넣으면 야채와 마늘, 고춧가루를 넣지 않아도 근사한 찌개가 된다.
2. 양배추쌈.
찜기에 찌는 것이 가장 정석인 방법이지만 찜기 따위 없는 자취생이기에 끓는 물에 양배추를 적당히 잘라 데친다. 너무 큰 양배추를 넣으면 한참을 익혀야 하니 적당히 잘라 넣자. 얇은 잎이 투명한 색이 되면 꺼내면 된다. 양배추는 덜 익어도 맛있으니 각자의 기호에 맞게 삶자.
3. 호박볶음.
여름에 가장 많이 접할 수 있는 호박. 적당한 크기로 자르고 냄비에 넣는다. 약간의 물을 넣어 볶듯이 삶으면 호박이 익으며 흐물흐물해진다. 정석은 새우젓을 넣는 것이지만. 자취생에게는 새우젓 같은 사치품은 없으므로 적당량의 소금을 넣고 익힌다. 혹시 액젓이 있다면 약간 넣으면 맛이 더 좋다. 다진 마늘을 넣고 참기름, 후추를 넣어 조금 더 끓여주면 끝. 참기름을 많이 넣으면 맛이 좋다. 냉장고에 굴러다니는 양파가 있다면 처음 호박을 익힐 때 같이 넣어주자. 다진 마늘과 참기름 소금은 꼭 들어가야 맛이 난다. 요즘은 마트에 자취생이 사용하기 좋은 튜브형 다진 마늘을 파니 하나 구매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