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 그리고 따뜻함

고시원 입실자들에게 나눠주는 사랑

by 그로우루샤

고시원 원장이 된 지도 1년이란 시간이 지나고 있다.

나는 고시원을 운영하기 전까지 고시원이란 곳은 고시를 준비하는 학생들 또는 만학도들이 거주하면서 공부하는 곳이란 편견이 있었다.


그런데 고시원은 그야말로 없는 사람들이 비싼 전셋집을 구하기 조차 어려워 근근이 살아가는 소시민들의 삶의 장소라는 것을 최근에서야 깨닫게 된 것이다.


물론 젊은이들이 오피스텔과 같이 비싼 월세를 감당하기 어려워 찾는 숙소가 고시원이기도 하지만...


기초수급자들과 저임금에 겨우겨우 먹고살기 위해 찾는 장소가 다름 아닌 고시원이란 곳을 늦게서야 깨닫게 되었다.


고시원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내가 생각해 낸 것은 다가오는 부활절에 알토란 같은 달걀을 삶아 입실자들에게 나눠주고 싶었다.


그것이 단순히 종교적인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부활절을 핑계 삼아 소소한 나눔을 하고 싶었다.


한 사람당 두 개의 달걀을 전달하니 인색했던 내 마음이 점차 따뜻해짐을 느꼈다.


무엇보다 최근에 입실하신 기초수급자가 기쁘게 달걀 두 개를 가져가시는 모습에 가슴이 찡했다


그분은 처음 고시원에 방문하셨을 때 얼굴이 전체적으로 하도 빨개서 대뜸

"술 드셨나요? 고시원에서는 술을 드시면 안 됩니다"라고 얘기했더니


그분 왈, "노숙자로 있을 때 겨울에 동상이 걸려서 얼굴이 빨개졌어요"라고 하는 것이었다


괜스레 고시원에서 술을 마실 것이 걱정돼서 그렇게 말한 것이 미안해지는 것이었다.


또 한분은 사업하다가 망해서 고시원 생활을 하는 분이었는데, 달걀을 받아 드시면서 작은 목소리로 "감사합니다, 원장님"하고 자리를 뜨는 그분의 뒤태가 몹시도 외로워 보였다.


부활절에 달걀이 그 어느 때보다 특별하게 느껴진 적은 없었다. 달걀 이상의 의미였다.


고시원의 입실자 중에 70세가 넘으신 할머니가 계셨는데, 그분은 고시원에 6년 전에 들어오셨는데

고시원 생활을 하신 지 얼마 안 된 어느 날, 화장실에서 넘어지는 사고 이후로 그때부터 고시원 침대에서 누워서 일어나지 못하는 장애인이 되셨다.


그분의 안타까운 사연을 듣자니 내 가슴이 너무 아파왔다. 그분은 내 친정엄마랑 연세가 비슷했으며 거기다가 알고 보니 친정엄마의 고등학교 선배님이란 사실까지 알게 되었다.


그분에게도 달걀을 드리니 너무 좋아하셨다. 고시원에서 사는 분들에게 내가 해드릴 수 있는 것이 대단한 서비스는 아니어도 작은 정성이나마 그분들의 외롭고 힘든 마음을 위로해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생겼다.


달걀은 나에게 입실자들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으로 다가가는 작은 선물과도 같다.


얼마 되지 않은 비용으로 힘겹게 살고 있는 입실자분들이 조금의 따뜻함이라도 느낄 수 있다면 내가 하는 이 일의 보람을 느끼는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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